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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성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16년 07월 04일 16:55 분입력   총 856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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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가 다시 몸에 암이 없는 상태로 건강을 회복하여 사회에 복귀하는 상황이 되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암을 진단 받고 투병하는 과정은 대동소이하게 진행됩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성공의 문턱을 넘지만 어떤 이는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의 소망은 암을 넘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암과 투병에서의 성공이란 삶의 유지이며, 실패는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것입니다.

같은 종류의 암인데도 불구하고 비슷하게 진행되는 투병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로 갈라지는 이유는 생물학적인 이유보다는 환경적인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우리의 인체구조와 암의 특성은 크게 다르지 않고 다만 그동안 살아 왔던 삶의 방식과 암을 접한 이후의 삶의 방식에 서로 다른 차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생물학적으로는 거의 공평하지만 외적인 환경은 서로 다릅니다. 이런 차이점에서 승패가 갈리게 됩니다.

우리는 상식이라는 범주에서 생활합니다. 남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는데 바로 안전함이 보장 되는 범위가 상식선이라는 믿음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상식선이 정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애매하다는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둘러보면 상식보다는 애매한 것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암과 투병하는 일입니다. 암 발생의 원인이나 전이의 과정이 명확하지 않고 한두 가지의 경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무엇무엇을 지켜야 한다는 믿음이 없습니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몸을 맡깁니다. 말 그대로 그냥 해보는 것입니다. 또 건강을 위하여 상식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좋은 공기를 마시며, 좋은 물과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등의 일인데 건강이 어느 정도 나쁘고 체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몇 가지를 선택해서 꾸준히 생활에 반영한다면 서서히 다시 건강을 회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암과 같은 병이 되었을 때는 상식선에서 다시 건강을 회복하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치료라는 개념이 포함되어야 하며 의사나 다른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 양치질을 하듯이 치료와 관련된 일들을 꾸준히 혹은 평생 유지해야 병이 다시 활개를 치지 않고 숨을 죽인 상태에서 고요해집니다. 암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생활습관에서 온 질환들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치료와 함께 몸의 주인이라는 각성을 하고 집을 지을 때 기초공사를 하듯 몸을 잘 돌보아야 합니다. 

국가적으로는 암환자뿐만 아니라 모든 병을 투병하는 사람들이 공평하게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공평함은 병원의 치료에만 적용이 되었고 관리와 건강유지에까지는 아직 충분하지 못합니다. 현대의 병은 대부분 지병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하는 치료보다는 뭔가 좀 더 특별한 것이 없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고 이런 혼란스러움이 상황을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암을 처음 진단 받은 사람은 모두 정보에 목마르다고 말합니다. 딱히 정해진 해답은 없을지라도 상식선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우왕좌왕하면서 혼란스러워 하지는 않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암이라는 병을 성공과 실패를 떠나 안고 가야 할 삶의 한부분이라고 받아들이면 조금은 마음 편하게 치료와 관리에 임할 수 있으며 건강을 회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분들이 아주 많아졌을 때 비로소 투병에 있어서 상식이 생기고 공평한 출발점에서 크게 동요되지 않고 암과의 동행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환경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문화이며 요즘처럼 많은 분들이 투병을 하고 있는 시대에 암투병의 문화가 어느 정도 무르익는다면 지금보다는 모두들 공평하게 투병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뒤로월간암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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