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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무사히 지내셨나요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18년 09월 04일 15:50 분입력   총 4197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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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사상 초유의 무더위였습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하지만 올 여름은 견딜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 모두가 이상기온으로 몸살을 앓았고 곳곳에서 많은 사상자가 생겼습니다. 뉴스에 나온 것이 수백 명이라고 하면 뉴스 밖에 있는 사람들도 그 숫자를 더하면 몇 명이 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희생되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자연 재해의 가장 큰 피해는 노인이나 어린이 등 노약자와 사회적 빈곤층에게 몰리곤 합니다.

지구가 생긴 이래로 수많은 생명체가 생기고 소멸되기를 반복해 왔으며 우리 인류는 수백만 년에 걸쳐서 진화해 온 생명체입니다.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인류는 새롭고 신선한 생명체이며 이제 초기 단계에서 진화를 하고 있습니다. 수십억 전부터 생명이 있었으며 인간은 기껏해야 수백만 년 정도의 진화 역사를 갖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 별 지구가 생긴 이래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생명체가 생겨난 후에 단 한 번도 모든 생명체가 사라진 경우는 없었습니다. 생명은 새롭게 생기고 진화하고 다른 종을 만들면서 계속해서 번성해왔습니다.

표면에 붙어 있는 생명체부터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 속에 사는 생명체까지 생명이 풍부한 별이 지구입니다. 수없이 많은 세포들로 우리 몸이 이루어져있듯 지구에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생물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래서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가 이렇게 열이 나는 것은 사람이 감기에 걸려서 열이 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쉽게 지나가는 감기였으면 좋겠지만 위독한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앞섭니다. 어느 매체에서는 앞으로 20년 정도 후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7월과 8월이면 사람이 살 수 없는 기온이 된다고 합니다.

지구의 병이 깊어진다면 그 위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의 목숨도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으며 우리 역시 타격을 받게 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현실이 이번 여름을 지나면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프리카라는 말이 올해 들어 매스컴에서 자주 등장했는데 대구의 무더위가 아프리카나 동남아 지역보다 더 심하다는 의미였는데 최근에는 지역이 더 확장되어서 대한민국과 아프리카를 합쳐서 ‘대프리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적도 지방이 제일 더운 지역이라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또 기온이 높아도 습도가 낮으면 그나마 생활하면서 견딜만하지만 우리나라의 더위는 높은 습도와 함께 오기 때문에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 덥다고 알려진 지역의 더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불쾌함을 동반합니다.

통계로 나온 기온 데이터를 보면 서서히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사실로 확인됩니다. 사람이 만든 데이터라서 겨우 백여 년 정도의 기간만으로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40억년 이상으로 알려진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매우 적은 양입니다. 그래서 작년에 비해서 올여름의 기온이 몇 도 높다고 한들 호들갑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구의 기상이 언제나 우리 인간이 생각하는 데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지구에 살아남은 생명체가 지금 이 시간 우리와 함께 지내는 생물들입니다. 또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지구는 우리에게 언제까지나 안전만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일생이 언제나 평온하지 않은 것처럼 지구별의 삶도 그리 평탄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나의 동의 없이 제멋대로 내 몸속에 자리 잡아 생명을 위협하는 암처럼 지구도 큰 병에 걸리지 않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저 재채기 한 번하고 열이 잠시 나서 지나는 감기 정도의 가벼운 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큰 병은 소리 소문 없이 내 몸에 자리 잡아가다가 아주 위험한 순간에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도 행여 그렇게 깊은 병에 든 것은 아닐 것이라는 바램입니다.

과학자들은 기온이 매해마다 올라가는 이유, 즉 온난화 현상을 이산화탄소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온난화 현상을 지연시키거나 멈추려는 환경을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지난 수십억 년 동안 땅 밑에 쌓여온 자원을 불과 지난 200여 년 동안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지하자원을 사용한다면 앞으로 몇 십 년 안에 땅 밑의 자원은 모두 고갈될 것이라고 합니다. 땅 속 자원이 타서 하늘로 올라갔는데 그것들이 이산화탄소가 되었으며 온난화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논리입니다. 그러나 지구가 뜨거워지는 이유가 그렇게 간단하게 몇 가지만으로 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구의 역사를 보더라도 더위와 추위는 일정 주기를 갖고 반복되어 왔으며 지구라는 행성이 살아가는 리듬입니다. 또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이기를 모두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는 고민해야 합니다. 암을 진단 받으면 먼저 어떻게 건강을 회복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건강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섭취하고, 좋은 공기와 물을 마시며, 또 어떤 운동을 것이며 정신적인 면을 위해서는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암을 진단 받고 투병하는 사람들의 몫이라면 지구의 건강 회복을 위한 할 일을 정해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우리가 한 번 쓰고 쓰레기통에 넣지만 일부는 바다에 버려져 바다 생물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과 비닐류의 쓰레기는 태평양에 섬을 이루어 떠다니고 있는데 그 면적이 우리나라의 15배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그 아래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은 우리 밥상에서 오르게 됩니다.

바다가 숨을 쉬어야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바다도 숨을 쉬기 힘들 지경이 되고 있으며 우리는 여전히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는 생활을 합니다. 온난화나 환경을 이야기할 때 문제는 매우 복잡하며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야 되지만 결론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우리가 저지른 잘못이 가장 크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암환자가 늘어나는 이유 중에 환경은 무시할 수 없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지진이나 태풍을 자연재해라고 하지만 이번 여름에 나타난 더위는 자연재해에다 인간의 이기적인 시간 200여년이 더해져서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200년이 흘렀을 때 지구는 그리고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요.
뒤로월간암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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