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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내] 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21년 01월 22일 16:51 분입력   총 2412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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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사노 요코, 펴낸곳 마음산책


◆책 소개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는 게 뭐라고』의 작가 사노 요코. 삶에 관한 시크함을 보여준 그녀가 암 재발 이후 세상을 뜨기 두 해 전까지의 기록을 남겼다. 『죽는 게 뭐라고』는 사노 요코가 “돈과 목숨을 아끼지 말거라”라는 신념을 지키며 죽음을 당연한 수순이자 삶의 일부로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이루는 산문들과 대담, 작가 세키카와 나쓰오의 회고록에도 이러한 태도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노 요코는 시종일관 “죽는 건 아무렇지도 않다”라고 초연한 목소리로 말한다.

◆책 속으로
나는 처음 암에 걸렸을 때에도 놀라지 않았다. 세상 사람 둘 중 하나는 암에 걸린다. 암 따위로 으스대지 마시길. 훨씬 고통스러운 병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류머티즘이나 진행성근위축증도 있고, 죽을 때까지 인공투석을 해야 하는 병도 있다. 암은 치료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치료가 안 되면 죽을 수 있다. 주위 사람들의 친절 속에서. 나는 암보다 우울증이랑 자율신경실조증이 훨씬 더 괴롭고 힘들었다. p.21


지금이 인생 중 가장 행복하다. 일흔은 죽기에 딱 적당한 나이다. 미련 따윈 없다. 일을 싫어하니 반드시 하고 싶은 일도 당연히 없다. 어린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죽을 때 괴롭지 않도록 호스피스도 예약해두었다. 집 안이 난장판인 것은 알아서 처리해주면 좋겠다. p.63

엘리베이터 속에서 나는 이 병원이 호스피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디라도 좋다. 링거를 맞고 내가 만들지 않은 음식을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게 된다면. 입원시켜달라고 했을 때 곧바로 그렇게 해주는 병원은 없었다. 꿈 같은 일이다. p.136

아무리 냉정하고 침착한 사람이라도, 생각의 가장 안쪽과 마음의 가장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는 본인조차 알 수 없다. 막상 부닥쳐보지 않으면 모른다. 부인도 의사도 모른다. 환자의 언어 건너편에 있는,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누구도 부닥쳐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성이나 언어는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는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p.150

내 옆방은 텅 빈 채였다. 밤이 되면 레이스 커튼 건너편이 어둠보다 더 짙은 덩어리로 변했다. 그 검은 덩어리 속에도 공기나 산소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작은 오렌지색 불빛이 비치고, 가만가만 인기척이 내 방까지 들려오던 때의 따스함이 그리워졌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는 살아 있다. p.175
뒤로월간암 202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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