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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모르게 만들어지는 쓰레기, 제대로 알고 줄이자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1년 12월 28일 16:09 분입력   총 3898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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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에 ‘쓰레기섬’이라고 알려진 지역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2011년 그 쓰레기섬은 한반도 면적의 반 정도에 불과했지만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 면적의 7배로 그 크기가 지난 10년간 14배가 늘었다.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주로 바다에 버려지는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해류를 타고 태평양의 일정한 지점에 모이고 눈으로 보았을 때 섬의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태평양 쓰레기섬이라고 한다. 사실 이곳에 모여 섬을 이루는 쓰레기들은 인간이 버린 물건들의 극히 일부분이다. 더 많은 쓰레기들이 세계 곳곳에 쌓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쓰레기 때문에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쓰레기는 바다뿐만 아니라 야산이나 사막에도 쌓이고 있으며 심지어 우주에서도 쓰레기 때문에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인간이 지구에 살면서 1년간 만들어 내는 쓰레기의 양은 대략 4조 톤으로 추정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1초에 120톤 이상 어떤 물건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뜻이다. 4조 톤이라는 수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지는 생활 쓰레기일 뿐이고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산업 쓰레기는 따로 계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성인용 청바지 한 벌을 만들고 나면 대략 30Kg의 쓰레기가 만들어지고 8톤의 물이 사용된다.

어떤 사람이 청바지 한 벌을 버렸다면 단순히 바지만 버린 것이 아니라 그 바지를 만들 때 사용된 자원과 쓰레기를 같이 버린 셈이 되며 이러한 수치를 모두 합하면 쓰레기의 양은 계산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이 된다. 그나마 청바지는 나은 편이다. 컴퓨터는 제작할 때 대략 2톤 정도의 쓰레기가 만들어지며 버려진 컴퓨터를 처리할 때 또 다시 많은 양의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음식물 쓰레기는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2019년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약 1만5천 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했는데 전체 쓰레기양의 30% 정도를 차지했다. 가정에서 먹다 남은 음식, 식당에서 버려지는 음식, 마트나 공장에서 폐기물로 배출 되는 음식물을 모두 합한 양인데 매일매일 쌓이는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비용도 많이 들 뿐더러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공장의 주변도 오염이 되고 있다.

여름철 운전을 하면서 자유로를 지날 때면 가끔 역겨운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알고 보니 폐음식물 처리시설이 주변에 자리하고 있어서 그곳의 시설이 가동될 때 만들어지는 역한 냄새가 주변에 퍼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주변에 마을이 있고 사람이 살고 있다는 점이다.

쓰레기가 많아지면서 처리비용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창고 임대업자가 어떤 사람에게 창고를 임대해 주었더니 그곳에 쓰레기를 잔뜩 쌓아놓고는 잠적했다는 뉴스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쓰레기 처리비용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업자들이 지방에 창고를 저렴하게 임대한 후 쓰레기 처리비용을 받고 그곳에 불법으로 쌓아 놓다가 임대기간이 끝나고 잠적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식의 불법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칠레에 있는 아타카마 사막에 만들어진 쓰레기 산이 얼마 전 외신을 통해 소개되었다. 칠레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중고 의류를 수입한다. 그 양은 매년 6만 톤 정도인데 상인들이 2만 톤 정도는 팔기 위해 가져가고 남은 의류를 쓰레기로 쌓아 놓은 것이다. 각 나라마다 불법으로 쌓인 폐기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제가 발달한 나라는 쓰레기를 만들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그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을 한다.

생활 속에서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양을 측정한 통계자료가 있다. 2018년에 발표된 자료를 보면 1인당 평균 하루에 929.9g의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무게를 의미하는 것으로 산업시설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제외한 값이다. 다행히 재활용을 위한 시설이 늘면서 순수하게 버려지는 물건의 양은 줄었다지만 여전히 우리는 생활 속에서 많은 양의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

지구적인 통계를 보면 생활 쓰레기양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공장이나 산업시설에서 만들어지는 산업 쓰레기의 양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전체 쓰레기의 반 정도는 산업시설에서 만들어진다는 보고서도 있다. 즉 경제가 좋아지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만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쓰레기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쓰레기를 생산하는지에 따라 지구의 환경은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유기성 쓰레기는 분해되고 없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지만 무기성 쓰레기, 즉 플라스틱이나 비닐과 같은 것들은 분해되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 있으며 공기오염 때문에 소각 처리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태평양에 떠있는 쓰레기섬은 플라스틱과 비닐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하루를 살면서 신용카드 한 장 정도의 플라스틱을 인체에 집어넣는다고 한다. 바다 위에 떠있던 플라스틱이 분해되어 미세한 가루의 형태가 되고 그것들을 물고기나 해조류가 섭취하고 또 사람이 물고기를 먹으면서 플라스틱이 몸으로 들어온다. 염전에서 만들어지는 소금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되어 있다는 보고서가 있다.

이쯤 되면 플라스틱은 공기나 물처럼 순환하면서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온다는 말이다. 이에 대한 문제가 아직 정확하게 연구되지는 않았지만 머지않아 미세플라스틱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그 결과가 명확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는 기후가 변해서 생기는 문제보다 더 심각하게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플라스틱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일상은 매우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플라스틱은 1960년대부터 조금씩 사용량이 늘었다. 그 사이 우리는 플라스틱에 적응했고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 없이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더구나 팬데믹 시대에 배달 음식의 증가로 플라스틱 생산량은 획기적으로 늘었다. 그리고 어디에든 플라스틱이 있다. 깊은 산속 바위틈에도 있으며 바다 한가운데 섬으로도 존재하고 아이들과 손잡고 바닷가를 산책하면서도 파도와 함께 떠도는 빈 병을 볼 수 있다. 물안경을 착용하고 바다 속을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바위틈에 빈병과 그물 그리고 스티로폼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넓은 바다 곳곳에 골고루 쓰레기들이 널려 있다. 쓰레기는 틈을 노리고 어디든 자리 잡는다. 태평양의 쓰레기섬은 눈에 보이기라도 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많은 플라스틱이 바다 속에 자리하고 있다. 이제 그것을 치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자연적으로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 플라스틱은 자연 속에서 분해되는데 50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가능해서 우리나라는 어느 가정에서나 분리수거를 통해 플라스틱을 따로 배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활용장으로 가지 못한 더 많은 플라스틱이 우리의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맹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분리수거이다. 분리수거를 통해서 쓰레기들은 재활용되고 그래서 환경오염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큰 착각이다. 분리수거를 했다고 쓰레기가 아닌 것은 아니다. 아울러 전체 분리 수거된 재활용 쓰레기 중에서 정확하게 재활용되는 양은 매우 적다.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면 바이오가스와 퇴비로 탈바꿈하는데 그에 대한 몇 가지 자료가 환경부에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면 70% 정도가 폐수이고 30% 정도가 찌꺼기이다. 찌꺼기를 처리해서 퇴비를 만드는데 안에 있는 비닐, 나무젓가락, 병이나 캔 같은 이물질을 정확하게 걸러낸 후 건조해서 톱밥을 섞는다. 이어 탈수 건조 과정을 거친 후 퇴비로 재탄생하는데 문제는 이 퇴비를 사용하려는 농가가 없어서 거의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는 실정이다. 큰 비용을 들여 재활용했음에도 시장에서는 외면당하고 있다.

또 음식물 쓰레기의 70%를 차지하는 음폐수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데 음식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비율은 13% 내외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생산한 퇴비는 사용할 농가가 없고 바이오가스로 재생산되는 비율은 너무 낮다. 우리가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는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고 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이나 유리병과 같은 재활용 가능한 자원들도 실제 재활용되는 비율은 기대 이하이다. 결국 최종적으로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것이 환경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젊은 신혼부부가 소개되었다. 부부의 생활신조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비닐 한 장 없는 집을 소개하면서 아무런 불편 없이 지낸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면 유난을 떤다고 할 수 있지만 건강한 몸과 건강한 지구를 위해 지금의 생활 방식을 평생 유지할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이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우리가 우려하는 지구의 환경 위기가 조금씩 희망적으로 변할 것 같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면서 완벽하게 플라스틱과 비닐을 사용하지 않기란 쉽지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노력한다면 지구의 온도가 1도 이상 낮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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