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수기
-> 투병수기
식도암 8년의 기록 - 오색에서 찾은 희망
고정혁기자2011년 11월 17일 11:49 분입력   총 871033명 방문
AD

오색에서는 강의 첫 날. 이상구 박사님 강의가 시작되었다. 첫 문구 '암은 불치의 병이 아니다'가 바로 나를 사로잡았고 항암과 방사선 치료는 낫는 치료가 아니다, 임시이고 응급처치일 뿐이다, 항암만 하다가는 생명을 잃는다, 지금부터 식습관을 바꾸고 생활습관을 바꾸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되면 살 수 있다는 내용과 내 몸에서 직접적으로 암을 공격하고 싸우는 신기한 여러 가지 세포 이야기도 해주셨다.

첫 강의만으로도 나는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8박9일 일정을 보내면서 나는 강의 내용 당장 실천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폭포에서는 음이온이 나와서 암에 좋다는 얘기에 그 다음날 새벽마다 오색 약수터 폭포를 찾아 7시까지 기도하며 앉아 있곤 했다. 물방울이 튀어 바지가 젖는 줄도 모르고 기도하고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하고 아침 식사를 마치고는 시간표대로 열심히 강의 듣고 공부를 했다. 같이 참석했던 부산에서 온 암환자 한 분은 이런 나를 보고는 다른 사람은 낫지 않아도 김경식 씨는 병이 나을 거라고 참석한 사람들 앞에서 칭찬을 해주셨다.

지금이야 이런 내용들이 매체나 책, 인터넷을 통해서 손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8년 전만 해도 직접 찾아봐야 했고, 악성 종양이 암과 같은 말인 줄도 모르는 나같이 암에 대해 어두운 사람에게 오색에서의 강의는 살아날 수 있는 희망의 동아줄이나 다름없었다.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살 수 있다는 희망과 내가 노력하고 변화하면 암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얘기는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여기저기 찾아다닐 때마다 늘 힘이 빠져 돌아오곤 했는데 그 이유는 늘 고가의 치료제나 건강식품이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상구 박사님이 내내 강조하던 암환자가 사는 법은 돈 드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저 건강식과 운동, 맑은 물과 맑은 공기, 햇빛, 절제, 휴식, 믿음, 웃음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하나 더, 감사하는 마음.
나는 내내 앞자리에 앉아서 강의를 듣고 테이프에 모두 녹음을 하였다. 그냥 듣고만 있어도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오고 마음 깊이 남았다. 그 뒤로도 내내 듣고 또 들어서 이제는 저절로 외우게 된 내용들이다.

첫째는 건강식이다.
암환자가 되었다고 해서 영양소가 다량 함유된 음식을 먹으려고 드는데 이런 음식은 건강식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영양식이라도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면 해가 된다. 칼슘이 우리 몸을 구성하는데 꼭 필요한 성분이기는 하지만 넘치면 콩팥에 돌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진정한 건강식은 우리 몸이 꼭 필요로 하는 음식을 적당량 섭취하는 것인데 먼저 습관에 길들여진 입맛을 경계해야 해야 한다. 내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이 원하는 것은 싱겁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이다.

다음으로 산화방지제가 많이 든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신화방지제는 비타민 C, 베타카로틴, 비타민 E가 가장 좋다. 비타민 C는 채소, 과일, 고구마, 옥수수, 감자 등에 많다. 베타카로틴은 당근, 고구마, 호박, 옥수수, 오렌지, 노란색을 띈 과일이나 채소에 많다. 비타민 E는 현미, 통밀 같은 씨눈 곡식에 함유되어 있는데 영양소를 많이 섭취한다고 약으로 된 영양제를 먹으면 활성산소를 발생시킬 수 있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씨눈이 있는 곡식과 신선한 채소의 섬유질이 수세미처럼 몸 안의 장벽을 깨끗이 닦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줄이고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자. 밭에서 나는 고기인 콩과 팥이면 단백질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기쁜 마음으로 식사하라. 과식하지 말고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이 쏟은 정성과 사랑을 느끼면서 식사하자. 오래 씹고 천천히 먹자.

두 번째는 운동이다.
운동의 중요성은 느끼지만 시간이 없다거나 하기 싫다고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운동은 운동 그 자체로 약이다. 약을 제때 시간 맞춰 정해진 양을 먹어야 효과를 보는 것처럼 운동 역시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운동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일어나는 현상이 에너지 발생이다. 몸을 움직이면 숨이 가빠지며 영양소를 태워 에너지로 바꾸면서 꼭 필요한 산소를 들이마시게 된다. 운동은 몸속에 남아도는 과잉 영양분인 지방을 연소시키고 세포들이 활발하게 혈액 속의 영양소를 받아들이게 된다.
대신 지나친 운동으로 과로 상태가 되면 안 된다. 과로하게 되면 호흡을 통해 충분한 양의 산소를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또한, 억지로 해서도 안 된다. 하기 싫은 운동을 병 때문에 억지로 하면 스트레스 때문에 몸은 비상사태가 되고 교감신경의 신경전달물질인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혈관을 확장시키고 다른 부분의 혈관은 수축시킨다. 그래서 심장이 뛰고 근육이 떨리며 혈압이 오른다. 자연을 즐기며 기쁜 마음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생활에서 가장 좋은 운동이며 평생의 건강을 지키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이다.

세 번째로는 물이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이다. 모든 생명체가 세포 하나에서 시작할 때부터 물은 이미 생명의 기본 조건이다. 암환자 대부분 물을 마시지 않는 습관이 있어서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물을 마셔야 한다. 물을 충분히 마시면 세포는 생기를 되찾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공복에 물을 마시면 밤새 몸속에 쌓인 독소와 찌꺼기가 배출되고 물이 부족했던 세포들이 깨어나게 된다. 물은 식전 식후 30분 전에 마시고, 매일 8컵 이상의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인다. 좋은 물은 옥수수나 보리를 끓인 물이 아니라 끊이지 않은 맑은 물이다.

네 번째는 햇빛이다.
사람이 햇빛을 보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지낸다면 가장 먼저 생기는 병이 호흡기 계통의 질병이고 제일 무서운 병은 우울증이다. 아침에 내리쬐는 햇볕을 쬐면 생체리듬이 바로잡혀 치료 및 예방 효과가 있고, 혈액 중에 남아도는 콜레스테롤을 비타민 D로 전환시켜 주고 각종 혈관질환을 예방해준다. 또한, 칼슘의 흡수와 저장을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하며 뇌신경세포 속의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낮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고 밤에는 편안하게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일 적당량의 햇볕을 쬐는 생활을 하자. 아침 11시부터 오후 3시대 자외선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피하고 최소 30분 이상 쪼이면 된다.

다섯 번째는 절제이다.
과식, 과로, 과다한 운동, 지나친 휴식은 몸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질병의 원인이 된다. 절제는 생명에 가장 적당한 환경을 제공하는 필요한 요소로 가장 힘든 것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화나는 마음, 걱정하는 마음, 스트레스 등으로부터 벗어나야 진정으로 절제하는 생활이라 말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한다고 해도 마음이 불편하면 다 도로 아미타불이다. 절제의 미학이란 누구도 쉽게 억제하기 힘든 감정을 다스리는 최고의 정신적 경지이다.

여섯 번째는 공기이다.
평소에는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다가도 자연과 접하면서 가장 먼저 실감나는 것이 맑은 공기다. 맑은 공기는 몸의 기능을 올려주고 세포에 활력을 주고 몸속의 독소를 해독해준다. 정기적으로 맑은 공기를 마셔야 생명이 힘차게 뛰는 원동력이 된다. 도심 속에서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살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도심을 떠나 맑은 공기를 마시면 세포들이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일곱 번째는 휴식이다.
억지로 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리듬이 휴식이다. 과로하면 피로가 오고 밤이면 졸음이 몰려두는 것은 모두 쉬어야 한다는 생명의 신호이다. 규칙적으로 쉬어야 세포들이 휴식기를 가진 다음 재생하고 활동할 수 있다. 낮보다는 밤에 쉬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쉰다. 식사 시간 외에는 물 제외하고 간식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소화기가 휴식을 취해야 세포들이 제 기능을 발휘한다. 육체적인 쉼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쉼도 중요하다. 마음을 쉬게 하라. 정상세포는 낮에는 활동하고 밤이면 쉬도록 정해져있다. 해가 지면 일찍 자고 해가 뜨면 일찍 일어나 활동하는 습관을 들인다.

여덟 번째는 믿음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믿어야 할 것은 생명의 이치이다. 생명의 이치를 믿고 생명의 순리에 순응할 때 내 몸이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의심을 버리고 지금까지 8가지의 원칙을 믿고 신뢰할 때 불치의 병이라도 나을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의 힘은 참으로 신비롭다. 인간이 의식적으로 병을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생명이 움틀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해준다면 생명은 저절로 회복된다.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생명의 힘이 우리의 몸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생명의 힘이란 참으로 진실하고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이상구 박사님의 세미나에 참석하고 돌아온 후 박사님 강의 내용을 모두 녹음한 테이프를 언제나 듣고 살았다. 산을 다닐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밤에 잠을 잘 때도 내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테이프가 늘어져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없을 때쯤에 강의 내용은 절로 외워졌다.

오색에서의 8박9일은 나머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너무나도 많이 얻었다. 젊은 시절부터 안고 살아도 위장병도 병이니까 약을 먹어야지, 약을 먹으면 낫는구나 라고만 생각을 했지 그 병의 원인이, 그 병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이 나에게 있었음을 알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내가 무엇을 해서 병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변화시켜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더구나 암 같은 위중한 병, 그것도 생존율도 너무 희박하고 수술조차 못하는 식도암 4기, 항암조차 듣지 않던 이 무서운 병을 내 스스로 치유하고 달래서 살아갈 수 있다니. 나는 그 희망을 보고 가져온 것이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이 생기고 나도 정말 살 수가 있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다. 매일같이 새벽기도를 가고 운동을 하고 산에 다니는 일이 습관처럼 되어 가고 있었고, 무엇보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고치려고 노력했다. 통증이 시작되면 예전에는 아파 죽겠다, 열 받아 죽겠다는 등의 말을 견딜 수 있어, 그래도 살아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 라고 하게 되었다. 일이 없고 밤마다 아프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록 조금씩 바꿔나갔다.

입맛도 바꾸어나갔다. 조미료 범벅된 외식을 주로 먹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했는데 집에서 현미오곡으로 밥을 하고 채식 위주로 밥상을 차렸다. 식도암이라 음식이 잘 넘어가지지 않아 밥 따로 반찬 따로 먹지를 못하고 음식을 모두 갈아서 먹는데 그마저도 한 입 삼킬 때면 고통이 말할 수 없었지만 그마저도 한입 넘기고 나면 하나님 아버지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고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마음으로는 암에게 말했다. 암아, 네 몸의 주인이 잘못된 생활을 하고 잘못된 식습관을 하여 네가 내 몸에 왔으니 지금부터 너는 나와 같이 살자꾸나 하고 말이다. 운동도 시작했다. 워낙 체력이 떨어지고 힘이 없어 처음엔 많이 못했지만 오늘은 100미터를 가고, 내일은 조금 더 가고, 이렇게 운동량을 체력이 허락하는 한 조금씩 늘려가면서 어느새 산을 오르기를 시작해 지금까지 산을 오르게 되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병도 마음의 병이고 생각에 따라 더하게도 덜하게도 움직이는 것 같다.
생각이 바뀌고 먹는 것이 바뀌고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바뀌고 운동을 하니 고통은 견딜만했고 이제 죽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도 대체의학으로 강의를 하는 곳은 모두 찾아다니면서 공부하고 내가 얻을 것은 얻고 버릴 것은 버리는 법도 배웠다. 그러다 보니 암환자를 많이 만나게 되었다. 맨 처음 이상구 박사님 세미나에서 만난 한 암환자는 위에서 전이된 케이스였다고 들었는데 정확하게는 병기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분은 수술이나 항암 등을 모두 뿌리치고 이상구 박사님의 뉴스타트식을 철저히 지키는데 매년 세미나 때만 되면 늘 참석하신다고 하셨다. 내가 처음 참석할 때에도 그분은 벌써 7,8번째 참석하는 중이었다. 대기업의 전무였는데 암 진단을 받고 투병 방향을 결심하고 일신상의 모든 것을 정리해서 귀향한 분이었다. 세미나 중에 틈틈이 그분을 찾아가서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 늘 정성스럽게 답변을 해주셨다. 요양병원에 가볼 것을 권해준 것도 그분이셨다.

8년 동안 암환자들을 만나오면서 대체로 암 진단 전에는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었고 직위가 높았던 사람일수록 원망과 불평, 부정적인 말이 많았다. 단순하지만 진리인 운동과 식습관 등을 지키기보다 암을 인정하기 힘들어했고 자신의 사회적 배경과 여건 등에서 마음 내려놓기를 더 어려워했다.

감사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하다가도 통증이 오고 절망적인 몸 상태를 실감하게 되면 순간순간 마음이 힘들어졌다. 그때마다 암에게 얘기해주곤 했다. 너와 같이 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 고통 없이 함께 가자. 이렇게 하고 나면 두려움도 사라지고 나쁜 생각들은 태양에 비친 안개처럼 사라져갔다. 그리고 환한 햇살이 내 마음에 가득 채워지는 것만 같았다.

뒤로월간암 2011년 11월호
추천 컨텐츠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