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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주인공으로 사는 방법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14년 03월 31일 18:51 분입력   총 336298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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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암환자가 있습니다. 학교는 중학교도 제대로 나왔고 노동일을 합니다. 못 배워서 젊은 시절에는 갖고 있는 몸 하나가 재산의 전부였고 그 몸으로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바빴습니다.

오십 줄에 들어서도 삶의 무게는 그대로였고 아내와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이 점점 예전만 못한 몸을 지탱해가는 힘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은 학생이고 가장으로 해야 할 일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암을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암은 3기가 지났고 어려운 부위에서 발생한 암으로 쉽게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투병을 시작할 때 남들이 하는 것처럼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하였고 담당의사의 지시에 충실히 따랐습니다. 사과 한 쪽을 먹더라도 담당 의사나 의료진에게 문의하였고, 다른 암에 좋다는 것들에 대하여도 의료진과 상의하여 결정하였습니다.

상황은 좋아지는 듯했지만 일 년이 지난 후 다른 부위에 재발하였고 약을 바꿔가며 계속하여 치료하였지만 몸 상태는 더 나빠져 갔습니다. 급기야 병원에서는 시중에 나온 모든 항암제를 사용하였지만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졌기 때문에 병원에서의 치료는 포기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참담한 결과에 절망한 그는 의사에게 불같은 화를 냈고 쫓겨나다시피 병원을 나왔습니다.

그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고 합니다. 생각을 정리하니 가장 큰 이유는 병을 치료할 때 내가 선택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남들도 이렇게 하니까 나도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 생각했고 그런 결정을 했을 때 오류가 생겼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외부의 기준은 합당하고 보편적이며 과학이라는 테두리에서 객관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자신은 운이 좋아서 아직 희망을 갖고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생겼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암을 진단 받은 사람들 중에서 반이 넘게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혼자 고독한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고생과 시행착오 끝에 그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였습니다. 다시 건강을 찾기 위해 필요한 용기는 각오와 결심을 통해서 행동으로 만들어집니다. 그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은 ‘결심’이었습니다. 그리고 투병을 위해서 특별하지도 않은 몇 가지 일들, 밥상을 바꾸고 운동을 하고 잠자는 습관을 바꾸는 등의 일들이었습니다. 삶의 우선순위도 달라졌고 내면이 깊어졌고 기도의 참 의미를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만의 투병 기준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사실 암의 투병 기준은 오로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신의 기준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보편적이거나 일반적이지 않다 해도 힘든 암에 걸려 다시 건강을 회복하였다면 그 사람은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과학적인 논문이나 이론에는 없는 것입니다. 건강해진 암환자들은 대체로 자신만의 기준과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준의 창조자인 셈입니다.

암과 관련한 많은 책과 지식, 이론들이 있습니다. 서점에 가면 암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다룬 책이 많습니다. 자신의 투병기를 적은 책부터 과학적인 테두리에서 만들어진 책, 아주 오래 전부터 암을 치료하는 방법들을 엮은 책, 대체요법과 관련된 책까지 분야도 다양합니다. 암환자는 그 책을 꽤 많이 읽을 수도 있고 한두 권만 읽을 수도 있습니다. 관심을 갖고 조금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여러 책을 보다보면 관통하는 기본적인 원칙들이 있으며, 그것들은 실천하는 일은 많은 돈이 드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같이 기본적인 생활방식과 식생활과 운동, 그리고 암을 바라보는 시각과 마음을 다스리는 내용입니다.

쉽고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암환자들은 그런 글들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습니다. 이론으로 생각으로 그 방법들을 알고 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습니다. 암이라는 사건을 겪고 있는 당사자로서 그 이론을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힘이 없을뿐더러 의심스런 마음이 가슴 한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자발성으로 움직일 때 무엇을 해도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암환자들은 자발적으로 무엇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는 암을 잘 모르기 때문에’라고 합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도움을 청하고 그 중에서 보편성과 객관성을 갖고 있는 방법들에 의지하게 됩니다.

나는 내 사건의 담당자가 되어야합니다. 앞의 그 암환자 역시 대단한 배움이나 암에 관한 지식으로 스스로 투병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두어 권의 책과 몇 번의 강의와 주위에 같이 투병하는 분들의 방법 중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선택했습니다. 가난해서 돈으로 할 수 있는 것 대신 몸으로 해야 했습니다. ‘못 배움’은 오히려 암 투병에 있어서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 이르러 보니 사건에 중심에서 자신의 삶을 재건축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과 기준을 의심스러워합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의지하지 않고 외부의 기준과 기존의 이론, 통계, 이성 등에 의지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자신을 믿어야합니다. 만약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해도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뒤로월간암 201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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