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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담은 시골 밥상 - 아름다운 이별 상여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15년 03월 31일 16:09 분입력   총 10748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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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진 | 음식연구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채소소믈리에

情 담은 시골밥상

논두렁 밭두렁 사이를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놀던 것, 일하시는 어른들 새참을 위해 누런 주전자에 막걸리 심부름을 다니던 일, 빨래터에서 멱을 감고 아궁이에 불을 때며 감자나 고구마를 구워먹던 기억, 장터에서 복작복작 시끄럽던 날들, 수도꼭지가 아니라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야 했고 심지에 불을 붙여 음식을 데우던 곤로라든지 몇 대 안되던 텔레비전을 보려고 동네 사람들이 한 집에 몰려들던 일이나 집에 전화기가 처음 설치됐을 때의 환희는 아직까지도 내 기억에 선명한 일들이다.

도시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옛날이야기처럼 들릴 일들이지만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덕에 나는 또래보다 옛스러운 기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그런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던 것을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사람간의 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소 더디고 불편하더라도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지게 된 배경이 아닐까 싶다.

풍성하고 따뜻한 기억을 많이 가지게 해준 시골생활 중에서도 내 뇌리에 가장 크게 박힌 모습은 바로 상여이다. 이미 시골의 노령화가 시작된 시기였고 의료혜택 또한 충분치 않았기에 동네 어르신들의 상을 자주 맞게 되었었다.

죽음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지만 가족과 이웃들의 슬픔으로 온 동네가 가라앉고 모든 발길이 초상을 당한 집으로 이어지면 아이들 또한 조용히 분위기를 맞추곤 했던 것 같다. 엄마들은 음식을 하고 아빠들은 장례 준비를 했다. 슬픔에 빠진 가족들을 대신해 이웃들이 소소한 일정까지 챙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던 것인지 착착 일이 진행되었다.

다들 무채색의 옷을 입는 슬픈 날 유독 화려한 상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알록달록 화려한 꽃을 단 상여는 슬픔 가득한 얼굴의 사람들과 대조되어 더 도드라진다. 이승에서의 끈을 놓고 좋은 곳으로 가시라는 남은 자들의 마지막 인사인가. 힘든 짐 다 내려놓고 꽃상여 타고 훨훨 날아오르시라는 마음의 표현인가.

"땡~땡~땡~" 만장을 앞세운 상여행렬이 장지를 향하는 모습은 경건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다. 나이든 상여꾼이 선창으로 상여소리를 하면 나머지 상여꾼들도 그 소리를 받는다. 주거니 받거니 박자를 맞추는 그 노랫소리가 무슨 내용인지 알아듣기도 힘들고 묵직한 분위기가 아이에게 부담스럽긴 했지만 온 동네가 함께 치러내는 큰일이었으므로 그 긴 행렬의 뒤를 한동안 쫒았다.

망자가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하는 내용과 상여꾼들의 노고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그 목적일 상여소리를 어느 기자는 "정든 이웃을 떠나보내는 무상의 노래이고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알려주는 진리의 노래" 라 적기도 했다.

상여는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는 동네 사람들이 힘을 나누어 장지까지 메고 가게 되는데 그 거리가 꽤 멀기도 하거니와 무게도 상당하다고 한다. 또 어린아이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아 가까이 가서 본 적은 없지만 장지에 도착해서도 상여꾼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당일 일을 마치고 나면 상가에서 푸짐한 대접을 하였다.

모두가 한뜻으로 돌아가신 분을 장지에 모시고 가족들을 위로하고 살아생전의 얘기들을 주고받으면서 슬프지만 슬픔만 있지는 않은, 추억과 웃음도 함께하는 자리.

누구나 피할 수 없이 맞아야만 하는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서 가족과 이웃이 마음으로 준비한 이별, 슬프지만 아름답게 마지막을 장식해주는 상여.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혼자가 아님을, 망자를 기억하고 헤어짐을 슬퍼하는 이들이 이 순간을 함께 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의식이 아니었을까.

절차가 있고 그 안에 깃든 의미가 있을 것이지만 어린 날 보았던 상여와 그 의식의 모습에서 내가 느낀 것은 마지막 순간을 초라하지 않게, 외롭지 않게 보내주려는 마음. 남은 자들이 서로의 슬픔을 위로하고 잘 보내드렸다는 위안으로 그가 떠난 날들을 잘 살아내려는 다짐이었다.

여전히 시골에서 상여를 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목격한 마지막 상여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로 대학시절이었기 때문에 기억이 또렷하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졌던 나에게 상여가 준비되고 장지로 이동하는 행렬의 모습은 잊고 있던 기억들과 더불어 슬프지만 마음이 벅차오르는 감동도 가져다주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던가. 우리 할머니를 위해 울어주는 이들이 많구나. 그분을 기억하고 잘 보내드리기 위해 힘을 모아주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고.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게 되는 오늘 그분을 위해 한 끼 식사를 준비해보았다.

팥찰밥

[재료 및 분량]
- 찹쌀 2C, 붉은팥 ½C, 팥 삶는 물 5C
- 밥물 : 팥 삶은 물 ½C, 밥물 2C, 소금 1t

[만드는 법]
1. 찹쌀은 깨끗하게 씻어 물에 1시간 정도 불리고 물기를 뺀다.
2. 붉은팥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냄비에 붉은팥과 데치는 물을 넣고 센불에서 끓으면 팥물을 따라 버린다. 다시 팥 삶는 물을 붓고 센불에서 끓으면 중불에서 20분 정도 삶아 체에 밭친다. 팥 삶은 물은 따로 받아 놓는다.
3. 냄비에 찹쌀과 붉은 팥, 팥 삶는 물, 밥물, 소금을 넣고 센불에서 끓으면 중불로 낮추고 10분 정도 더 끓이다가 약불에서 10분 정도 뜸을 들인다.

Tip : 팥이 터지지 않도록 삶는다.

매생이국

[재료 및 분량]
- 매생이 500g, 굴 200g
- 물 4C, 국간장 2T, 참기름 2T, 소금 ½t

[만드는 법]
1. 매생이는 찬물에 담가 흔들어 씻은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굴은 옅은 소금물에 담가 흔들어 씻은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3. 냄비에 물을 붓고 센불에서 끓으면 매생이와 굴을 넣는다.
4. 국이 끓으면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하고 참기름을 넣는다.

Tip : 매생이는 너무 오래 끓이면 풀어져 향이 사라지고 녹아버리므로 조리 시 맨 마지막에 넣어주는 것이 좋다. 결이 아주 가늘어서 열기를 많이 흡수하는 매생이는 겉으로는 김이 나지 않아도 입안에 넣으면 열이 한 번에 뿜어져 나올 수 있으므로 먹을 때 조심한다.

봄동겉절이

[재료 및 분량]
- 봄동 320g
- 양념장 : 다진마늘 1T, 다진생강 1t, 다진파 1t, 고춧가루 4T, 멸치액젓 3T, 매실청 2T, 설탕 1t
- 참기름 1T, 통깨 1t

[만드는 법]
1. 봄동은 뿌리를 살짝 잘라내고 한 잎씩 떼어 흐르는 물에 씻는다. 크기가 큰 잎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2. 양념장을 만들어 두고 봄동에 무치기 전 참기름과 통깨를 넣고 잘 섞는다.
3. 물기를 가볍게 털어낸 봄동에 양념장을 넣어 살살 잘 버무려준다.

Tip : 너무 세게 버무리면 풋내가 날 수 있으므로 오래 주무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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