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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옥구들방의 유기농 농사 짓는 법
임정예(krish@naver.com)기자2015년 09월 30일 15:34 분입력   총 2120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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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황토옥구들방에서 암환자를 위한 유기농 농사를 짓는 방법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취재했다. 이곳에서 농사를 책임지고 짓는 사람은 윤충오 촌장으로 황토옥구들방의 사장이다. 하루 종일 흙 묻은 복장으로 이 밭 저 밭을 누비고 다니며 그날그날 먹을 채소를 따고 감자를 캐고 남는 수확물은 저장고에 옮기는 등 땀을 흘리며 분주하게 농사를 짓고 농작물을 관리한다.

윤충오 촌장은 원래 건축업이 본연의 직업이지만 11년 전부터 양평에 들어와서 농사짓는 법을 배우고 연구했다. 지금은 베테랑 농사꾼이다.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는 농사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주위에 농사짓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배워야 했다. 파종을 언제 하는지, 재배는 언제 어떻게 하는지 등 농사에 대한 기초적인 방법을 배웠다. 이 동네에서 오직 농사만으로 생업을 하는 분들이었지만 사람마다 농사짓는 방법이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최적의 농사법인지를 연구하여 스스로 터득해야만 했다. 더구나 이곳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유기농 재배법을 모르고 있었다.

처음 농사를 공부할 때 동네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마다 알려 주는 방식에 미묘한 차이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고랑마다 다른 방법으로 농사를 지었다. 즉 다섯 명의 농사꾼들이 알려주는 방식대로 다섯 개의 고랑에 그들의 방법을 모두 구현하면서 농사를 지은 것이다. 이 방법은 남들이 몇 년에 걸쳐서 터득할 수 있는 농사 방법을 1년에 터득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것이 밑거름이 되어 윤충오 촌장만의 방법을 고안해 내는 요령이 되어주었다.

황토옥구들방에서 윤충오 촌장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 농사짓는 밭의 흙을 모두 사와서 흙 자체를 바꾸었다. 기존의 땅에 농사를 짓게 되면 완벽한 유기농 재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 흙뿐만 아니라 발효퇴비를 톱밥과 왕겨, EM 등과 섞어서 땅 자체의 성질을 유기농 재배가 가능한 땅으로 바꾸어 버렸다. 땅이 완벽하지 않으면 유기농 농사에 의미가 없기 때문에 땅의 성질을 바꾸는 작업에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흙을 바꾸고 흙이 퇴비와 섞여서 땅에 발효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야 유기농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된다. 다행히 해발 300m 정도에 위치하고 주변에 유기농 농사를 방해할 만한 다른 농지가 없기 때문에 95% 이상 완벽한 유기농 농사가 가능했다.

유기농 농사는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퇴비로만 식물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한다. 그러나 질소, 인, 석회 등의 영양소는 퇴비에서 공급할 수 없는 영양소이고 이런 영양소가 부족하게 되면 식물에 농약을 치지 않으면 수확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결국 거름을 많이 주게 되고 거름을 많이 주면 농작물이 웃자란다. 웃자란다는 것은 너무 빨리 자라는데 줄기만 무성해지고 수확물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열매와 줄기가 같이 커야 되는데 줄기만 자라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윤 촌장은 이런 난관을 극복하는 몇 가지 방법을 고안해 냈다. 토마토, 오이, 참외 같은 작물은 겹순 따주기, 가지 같은 작물은 잎 따주기라는 작업을 한다. 모두 사람의 손으로 작업해야 되는 단순 노동이지만 이런 작업을 통해서 온전한 유기농 농산물이 자란다. 또 농사를 지을 때 연작피해가 있다. 연작피해는 한 작물을 밭에 연속해서 심으면 작물에 병이 많이 생기고 농사가 제대로 안 된다. 그래서 밭을 여러 개 만들어서 작물을 순환해서 농사를 지어야한다.

밭을 유기농 땅으로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2년에 한 번씩 목장에서 15톤 덤프트럭으로 소똥을 사다가 밭에 뿌리고 발효퇴비를 섞어서 그대로 두면 땅은 스펀지처럼 폭신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밭에서 대략 33가지 정도의 채소를 재배한다. 보통 유기농 농사하면 농약을 안치고 농사를 지어 수확하는 것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사실 농약을 한 번도 안치고 농작물을 수확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식물이 갓 태어나 떡잎 수준일 때는 벌레가 식물의 성장촉을 해치게 되면 식물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자란다 해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식물이 싹을 트고 조금 성장한 모종일 때 한 번 정도 농약을 치는데 이때도 목초액이나 게껍데기 등으로 만든 천연성분의 친환경 농약을 사용하여 어린 식물을 보호한다. 그러나 모종의 시기가 지나고 농작물이 어느 정도 자라면 벌레가 먹는 속도보다 농작물이 자라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농약을 치지 않더라고 수확을 할 수 있다.

농작물이 사람에게 가장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 농약보다 제초제이다. 제초제 성분은 매우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허가된 사람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정부에서도 규제가 심한 품목이다. 그러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밭에 잡초가 많아지기 때문에 농작물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어찌 보면 제초제는 농사를 짓는 분들을 매우 고민스럽게 만드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밭에 농작물을 심으면 그 위에 비닐을 덮어서 잡초가 자라지 않게 만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밭 전체에 잡초를 자라지 않게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시때때로 정성을 들여서 잡초를 뽑으러 다니면 되겠지만 그러기에는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윤충오 촌장은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을 고안해냈다. 비닐을 씌울 때 고랑뿐만 아니라 이랑에도 비닐을 덮어서 땅의 노출 부분을 최소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런 작업은 약간의 노력과 노동이 필요하지만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또 잡초를 뽑는 수고를 덜어 내기 위해서 중요한 작업이다. 대신 비닐을 덮는 작업에 어느 정도 노력과 노동이 들어간다.

이렇게 재배한 농작물은 모두 이곳에서 소비가 되고 식재료가 된다. 유기농으로 만들어진 일반 농산물은 특히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농산물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농사꾼들이 농사를 짓는 이유는 판매가 목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 윤충오 촌장이 농사를 짓는 목적은 먹기 위함이다. 자신과 아픈 사람들이 먹기 위해서 농사를 짓는 것이다. 수확량이 적고, 못생기고, 벌레가 먹은 농산물이지만 진정으로 유기농 농법으로 만들어진 농산물이고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같이 수확도 하고 거들면서 만들어진다. 이런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은 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우선 땅이 유기농 땅이어야 하며 심혈을 기울여서 땅을 바꾸어야 한다. 단지 농약 안치고 퇴비로 농사를 지었다고 해서 모두 유기농 농산물이 될 수는 없다. 황토옥구들방은 농사를 짓는 땅의 지형과 위치, 그리고 땅의 성질이 모두 유기농 농사를 짓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혹 환자들이 외부에서 식사를 하면 속이 메스껍고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우리 몸은 알아서 스스로 좋은 음식을 본능적으로 알아본다고 할 수 있다.

농작물의 종류는 상추, 오이, 도라지 ,더덕, 마, 옥수수, 가지, 고추, 고구마, 토마토, 방울토마토, 비트, 야콘, 콜라비, 샐러리, 아욱, 근대, 들깨, 자소엽, 치커리, 토란, 애호박, 단호박, 수박, 참외, 감자 등 먹는 모든 채소가 해당된다. 혹시 시중에 판매할 계획은 없는지를 묻자 윤충오 촌장은 시중에서 파는 값의 10배 정도는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을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이 그렇게 비싼 농산물을 사서 먹겠느냐며 웃는다.

뒤로월간암 201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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