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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약은 입에 쓰다 - 양약고구(良藥苦口)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15년 12월 31일 15:35 분입력   총 14786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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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역임, 현재 진영제암요양병원 병원장, 대한민국 숨은명의 50, ‘통합암치료 로드맵’ 등 다수 저술

모든 일엔 인내가 필요하다. 생각나는 대로 행동할 때 그 생각은 충동이 될 뿐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누를 수 있는 힘이 바로 인내이다. 인내의 참을 인(忍)자는 마음(心) 위에 칼(刀)이 얹혀 있는 형상이다. 칼로써 마음을 다잡을 정도로 충동을 억제하고 참자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한나라의 시조 유방의 이야기가 있다. 천하를 통일하였지만 진시황의 죽음과 환관 조고의 부패 정치로 멸망의 길을 걷고 있던 진나라를 격멸하기 위해 한(漢)의 유방과 초(楚)의 항우는 필사적인 경쟁심으로 맹진격을 하였고, 1년 후에 유방은 진나라의 2세 황제 자영의 항복을 받고 함양에 입성하였다. 그는 궁성 안으로 말을 몰았다.

휘황찬란하고 호화의 극치를 모은 아방궁, 찬란한 보석류, 산더미처럼 쌓인 금은보화, 수천에 이르는 미모의 후궁과 궁녀들을 보고는 이 궁전에서 살아보겠다는 유혹에 빠진 나머지 항우와의 약속을 깨고 그대로 궁성 안에 머물고자 했다.

이런 기미를 알아차린 용장 번쾌가 옆에서 간했으나 듣지 않았다. 여기서 군사(軍師) 장량이 이렇게 간했다. “진나라는 그처럼 비리를 저지르다 패망의 길로 들어섰으며, 패공(유방을 지칭)께서 여기까지 오신 게 아닙니까? 앞으로 천하를 평정하기 위해 남아 있는 잔당을 제거하고 천하통일을 하려면 조의소찬(粗衣素饌)의 어려운 생활을 극복해야 합니다. 자고로 ‘충언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동에 이롭고, 양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번쾌의 말대로 함양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리하여 유방은 내심 불만이었겠지만 충성스런 참모들의 건의에 따라 군사를 물렸고, 당시 더 강했던 항우의 추궁으로 자칫 죽음에 이를 수 있었으나 모면할 수 있었다. 이것이 유방의 훌륭한 점이고, 또 한나라를 창건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이 예화의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뜻의 ‘양약고구(良藥苦口)’라는 고사성어는 공자어록과 사기(史記)에 기록되어 있다 한다.

서론이 길었지만 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암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던 마음습관과 생활습관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화려한 일상은 눈부시도록 황홀하지만 우리를 지탱해 주는 것은 건조한 일상이며, 화살이 우연히 과녁에 맞는 것이 아니다.

학창시절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친구들과 놀고 싶은 걸 참아야 하며 쏟아지는 잠을 참고 밤을 새워야 했듯,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오랫동안의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건강이 나빠졌지만 이것을 건강한 습관으로 바꿈으로써 병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가 있다. 그렇지만 너무 오랜 기간 나쁜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좋은 습관으로 바꾸는 것이 너무 생소하고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고진감래(苦盡甘來)’라며 ‘힘든 걸 참고 노력을 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고 말들 하지만, 40년 이상의 생활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그냥 참는 정도로는 어렵고, 칼이 떨어지기 직전의 마음가짐 정도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마음관리는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성취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일이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음관리 또는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도처에 있으며 약간의 노력만으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육체적 치료에만 전념하고 마음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여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성직자들도 매우 훌륭한 마음관리 전문가들이므로 신앙이 있는 사람들은 성직자와 대화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절대자에게 귀의하는 것이 더 좋지만 대개 기복형태로 건강과 행복을 구하기만 할 뿐 절대자의 뜻대로 따르겠다는 귀의(歸依)를 하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사제와의 대화가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새벽기도는 공기도 맑고 규칙적인 운동도 겸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인데, 반드시 성직자와 대화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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