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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휴식이 필요할 때는 산 좋고 물 좋은 황토산방 휴원
고정혁기자2016년 07월 19일 17:52 분입력   총 9974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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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길이 잘 닦여 있어서 어디든 쉽게 움직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1박2일로 날을 잡아서 떠나야 될 곳인데 요즘은 두어 시간이면 도착한다. 특히 강원도는 지리적으로는 서울과 가깝지만 교통이 나빠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이 많았다.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에는 황토산방 휴원이 있다. 오지로 불릴 만한 곳이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춘천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IC를 빠져 나와 10여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고속도로를 지나 1차선 국도를 달리다 작은 샛길로 빠지면 도광터길이 나오는데 그 길의 끝에 ‘황토산방 휴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길이 비포장이고 산으로 이어지는 임도이다. 차보다는 차라리 한적하게 풍경을 구경하면서 유유자적 걷는 게 더 운치 있다. 산꼭대기까지 차가 필요한 사람은 군인 아니면 불 끄는 사람들이 일하러 다니는 경우뿐이다. 홍천에서 유명한 공작산과 매봉산 사이에 나 있는 이곳의 임도는 조용히 걸을 수 있는 트래킹 코스이다.



길의 끝자락에 새로 지은 듯한 한옥 기와집이 있다. 조선시대에 참판댁 정도나 되는 듯이 빛을 뿜고 있는데 흘깃 보아도 정성껏 지어진 한옥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안에 들어서면 창문은 산을 바라보고 있고 창과 산 사이에는 작은 냇물이 흐르고 있다. 자연이 그려주는 수채화 같은 창밖 풍경이다. 지금은 봄이지만 각 계절별로 그 풍경이 바뀔 것이다. 주위에 사람이라고는 주인장뿐이니 어찌 보면 사람이 그리울 수 있겠다. 그래서 이곳으로 쉼을 위하여 묶을 요량으로 움직인다면 벗이나 배우자 등 같이 지낼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방은 총 8칸이 있는데 들어가 보니 황토방 특유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민속 장판과 옻칠로 마무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화학물질에서 유해한 물질이 공기 중으로 나올 염려는 없다.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은 상쾌해진다. 창밖 풍경과 어우러지는 황토와 나무의 내음은 몸과 마음의 때를 한방에 날려 준다.

이 건물은 각 방마다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서 불을 지핀다. 옛날 아궁이로 방을 덥히던  방식 그대로이다. 다행이 잘 패어진 장작은 구입해서 아궁이 옆에 쌓아 주니 장작 팰 걱정은 덜어도 좋다. 마른 참나무를 아궁이에 넣으면 어렸을 적 불장난을 하던 기억도 새록새록 날 것이다. 암환자라면 장작이 탈 때 나오는 열에는 원적외선이 있다. 즉 온몸 구석구석까지 암이 싫어하는 열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아궁이에 불이 지펴지면 방은 윗목부터 따뜻해진다고 한다. 구들장을 비스듬하게 만들어서 윗목부터 열이 전달되고 아랫목은 제일 나중에 데워진다. 그러나 제일 마지막까지 온기를 품고 있을 것이다. 각 방에는 거실과 침실 그리고 화장실이 있으며 기본적인 식사를 할 수 있는 주방도구와 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필요한 것은 자신이 덮을 이불만 가져오면 된다. 

‘황토신방 휴원’은 암환자를 대상으로 지어졌다. 주인장인 정희택 대표의 처형이 몇 년 동안 암으로 투병을 하다가 약 5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두 부부가 홀로 지내는 처형의 간병을 도맡아서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더 야위어가고 상황은 악화되어 갔다고 한다. 처형은 몸이 나빠지면서 어릴 때 자라던 시골 같은 쉼터로 가서 투병하기를 원했는데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라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고 한다. 어렵게 마음에 드는 쉼터를 찾아도 대기자가 많아 몇 달 이상을 기다려야 되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며 두 부부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결국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 채로 먼 길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뒤로 부부는 그런 곳을 직접 만들어서 아직 투병하고 있는 분들이 와서 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3년 동안 땅을 찾아서 전국을 돌아다녔고, 땅을 찾고서는 집을 짓기 위해 2년을 보냈다. 그리고 올 초에 대략적인 공사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광고 한 번 올리지 않았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벌써 방 두 개는 암환자가 찾아와 생활하고 있었다. 

‘황토신방 휴원’에는 이불과 세면도구만 갖고 오면 된다. 개인텃밭도 제공하기 때문에 자신이 먹는 식재료는 직접 길러서 먹을 수도 있다. 서울로 병원을 다니기도 어렵지 않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강일IC까지 1시간 10분이 걸리는 정도이다. 트래킹을 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한다면 자연이 주는 감동적인 환경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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