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일반
-> 건강일반
밥 이야기 - 밥 한그릇, 건강식의 대들보
고정혁기자2016년 11월 03일 16:32 분입력   총 13612명 방문
AD

임종갑 | 농학박사 물리치료사. 한국 생명농장 힐링쉼터 운영
유옥란 | 간호사. 치유식 요리강사


배가 고플 때 따뜻한 한 그릇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고 행복한 경험이다. 옛말에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산다”고 했다. 제 아무리 “양반입네” 하고 폼을 잡아도 배고픔을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3일 굶으면 도포자락이 담을 넘는다는 말도 같은 뜻일 것이다.

‘밥’은 단순히 ‘때 거리’나 생존을 위해 입에 풀칠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는 생명유지의 중요한 일상이고 삶의 기본 양식이자 개인과 가족, 이웃, 공동체의 관계, 정, 사랑, 행복, 문화 등을 아우르는 대표 아이콘이다.

미국의 굿 라이프(Good Life)운동의 창시자이며 ‘조화로운 삶’의 저자인 스코트 니어링은 100세 생일이 되던 1983년 8월 스스로 곡기를 끊고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그는 스스로 웰다잉(well-dying)을 선택했지만, 누구에게라도 “곡기를 끊는다”는 것은 생명활동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쌀, 즉 밥이 주식(主食)임이 분명한데 요즘 인터넷 백과사전에는, “현재는 식생활 습관이 변천되어 주식으로서 곡류의 비율이 차차 낮아지고 있으며 그 대신 에너지를 단백질과 지방에서 섭취하여 영양적으로 균형이 잡힌다. 이렇게 되면 주식이란 말에 예전만큼의 비중은 두지 않는다.”고 씌어있다. 그다지 멀지 않은 시절, 실제로 보릿고개를 경험한 필자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밥은 여전히 우리 식탁의 주된 음식이요 식생활의 전부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균형 있고 올바른 식사에 있어서 주식(밥)은 변함없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태초부터 곡식은 사람의 주요 먹거리로 주어졌고 동의보감에도 “병을 치료하거나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곡식이 제일이다.”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주식은 땅에서 나는 쌀을 포함한 곡류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요즘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놓고 고도의 상업적 기만으로 행해지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우리네 먹거리가 가짜와 반생명적 불량음식으로 뒤바뀌고 지천에 인공 포장된 식품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건강하고 안전한 주식을 주제로 생각해보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일 것이다.

밥이 보약이다
어릴 적 등교 길에 어른을 만나면 머리를 공손히 숙이고 “진지 잡수셨습니까?” 라는 인사를 하곤 했다. 당시에는 그게 보편적이고 당연시되는 인사였다. 영어의 “굿 모닝(good morning)”보다 더 진지하고 구체적이고 극진한 관심을 표현한 우리만의 독특한 인사문화였다.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 밥을 먹는다는 것은 절실하고도 중요한 일이었다.
누군가의 지적대로 “한국음식 가운데 왕 중 왕은 ‘밥’이다. 한국인은 밥을 먹기 위해 김치나 간장 같은 발효음식을 반찬으로 먹는 것이지, 반찬을 먹으려고 밥을 먹는 게 아니다” 고 한 것처럼 밥의 위상은 확고했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은 오늘도 진리이다. 밥만 잘 먹어도 즉 정상적인 식사를 잘하면 따로 보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지난 30여 년 간 국내외에서 자연치유와 힐링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운영하면서 식생활과 건강회복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를 현장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중 주식, 즉 밥의 중요성부터 생각해본다.
건강한 사람은 더욱 건강하고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는 면역력을 높여 회복을 돕는 영양식과 치유식으로서 발아의 가치에 대해 조명하는 것이 순서일 듯싶다.

치유를 위한 발아식
그리스의 유명한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당신이 먹는 음식이 약이 되게 하라!”(Let Nutrition Be Your Medicine)고 설파하며 평소에 먹는 음식,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이나 수술로 고칠 수 없다”는 말도 설득력을 갖게 한다. 생명체인 인체가 정상적인 생명활동, 생명작용을 하는데 필요한 생명원료(음식)를 공급하여 건강을 유지함은 물론이고 암을 포함한 모든 질병에도 자연(자체)면역력을 증진시키는 일은 두말할 필요가 없이 중요하다.

1. 모든 통곡류와 콩을 발아시켜 밥을 짓는다
현미에 잡곡과 콩을 섞으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
2. 전체식으로 현미, 통밀 등 원곡을 사용한다
3. 끼니별로 단순하나 전체적으로는 다양하게
한 끼에 10종류의 잡곡과 콩을 사용하기보다 3, 4가지, 다음 끼에 종류를 바꾸어 적용한다. 따라서 한 주간으로 볼 때는 여러 종류의 곡류와 잡곡, 콩을 섭취하게 한다.

발아식의 가치
종자가 발아한다는 것은 종자에 있어서 최대의 사건이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일이다. 배아부분에 생명작용이 일어나면서 잠자고 있던 각종 효소가 일제히 활동하기 시작하고 영양성분이 최고의 상태로 변하고 증가하는 생리적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예를 들면, 마른 콩에는 비타민C가 전혀 없는데 발아 후엔 비타민C가 다량 생성된다.
이는 마치 임신부가 자기 몸이지만 입덧, 구토, 특이한 식욕의 변화가 생기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생명체를 살리고 키우기 위하여 호르몬 체계가 바뀐 특별하고도 자연스런 생명현상이다.

1993년 독일의 막스 플랑크(Max Planck) 식품연구소의 연구결과 곡물이 발아를 하게 되면 마른 씨앗 상태와는 다른 새로운 영양소들이 생성되고 비타민·아미노산·효소·SOD(superoxide dismutase) 등 몸에 유용한 성분들이 증가된다고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영양소와 약성분들은 인체 면역력, 생리활성작용 등 자연치유력을 높이고 성인병을 예방하며 몸의 독소를 씻어내는 해독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발아 중에 생성된 페룰라산, 토코트리에놀, 비타민E와 같은 다양한 항산화제는 노화, 암, 당뇨, 류머티즘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비타민B1, 비타민B2, 비타민B12, 당질, 단백질, 지방질, 판토텐산, 엽산, 식이성 섬유소, 미네랄 등이 증가하며 생체가 흡수하기에 용이하게 변화, 실제 이용률도 높아진다.

발아현미의 영양소
발아현미에는 일반 현미보다 풍부한 각종영양소와, 항암, 항노화, 해독 및 항산화 작용에 기여하는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백혈구를 활성화하고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생체 호르몬 조절에도 필요한 아라비녹실산, 감마오리자놀, 옥타코사놀 등이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폴리페놀, 비타민E, 마그네슘, 셀레늄, 칼슘, 인, 토코페롤이 풍부하고 가바(GABA)성분 또한 풍부하다. 발아과정 중에 증가된 가바(GABA)는 뇌기능과 신경전달에 관여하는 물질이고 스트레스 억제, 치매 예방, 학습능력 향상, 고혈압 개선, 면역력 향상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발아된 현미는 어린이 성장에 필수적인 물질들과 식물성 성장호르몬, 치매 예방과 억제에도 도움이 되는 등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필요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또한 영아 이유식, 환자식, 미음에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비타민B1 은 어떤 곡류보다 풍부한데 이는 두뇌 영양제로서 뇌기능을 조절한다.

발아식은 암에 대한 치유식으로만 아니라 각종 성인병, 대사장애, 혈관질환, 나쁜 콜레스테롤을 배출해주는데 도움을 주고 장내 유익균의 균형을 조절해주고 배변의 양과 횟수를 늘려주어서 장 건강을 지키고 대장암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비만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임이 밝혀졌다.

암 환자의 식사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 항암식품을 발표할 때마다 마늘, 콩과 더불어 현미와 통밀 등 전체식 통곡류가 제일 윗자리에 놓인다. 인종과 나라를 초월하여 암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주식을 포함한 좋은 먹거리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암의 정도에 따라 많은 환우들이 식욕의 문제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암세포가 식욕중추를 망가뜨리고 소화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구토와 오심, 심지어 밥 냄새도 맡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소화도 잘 안되고 제대로 먹지 못해 기력이 계속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암 환자는 암으로 죽지 않”고 결국은 못 먹어서 죽을 수 있다. 우리는 오랜 경험을 통해 암환자가 균형 진 영양섭취와 소화, 흡수, 배설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면역력이 증강되어 회복되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는데, 특히 주식에 있어서 발아식이 가장 탁월한 치유식이란 사실을 알게 되어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전하고 있다.

발아식은 곡류와 콩이 가수분해가 됨으로써 소화과정이 먼저 한 단계가 이루어져서 분해, 소화가 용이하게 되고 없던 효소의 발생, 증가로 영양소의 흡수가 더욱 쉽게 이루어진다. 섬유질이 증가하고 연화되어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이 커서 다음 식사 때까지 배가 고프지 않고 체내 흡수율이 증가되기 때문에 섭취량 대비 이용률이 크다.

발아 쌀은 현미의 단점을 개선한 장점도 있다. 즉 식감이 부드럽고 밥맛이 좋고 소화가 잘된다. 요즘, 현미에 함유된 피틴산(phytic acid)이 인체에 해로운 독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오해에 불과한 얘기다. 피틴산이 외부환경으로부터 종자를 보호하고 씨앗 자체의 변질을 방지하는 효소저해 작용이 있으나 소화에 무리가 없고 또 발아과정에서는 효소저해제조차도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피틴산이 소화가 잘되는 형태로 변하고 미네랄 흡수를 돕는 형태로 활성화된다. 이 물질은 유해농약성분, 방사선오염물질, 발암독성물질 등을 중화, 배설하는 작용도 한다.



자가 발아 방법
1. 씨눈이 살아있는 신선한 현미를 발아하기에 적합한 온도인 25도 전후의 물에 약 8시간 정도 불린 후 소쿠리에 건져 면포로 덮고 2~3시간마다 찬물을 뿌려준다. (발아과정에서 생명작용과 효소발생으로 열이 나기 때문에 냉수로 식혀주어야 시큼한 냄새를 줄이면서 충분한 수분공급으로 양질의 발아를 유도할 수 있다.)

2. 17시간 내지 하루 정도(곡류에 따라, 기온, 계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지나면서 발아 확인 후(1mm정도만 싹이 터도 영양, 약 성분은 이미 활성화된 것) 샤워기로 충분히 물을 뿌려준다. 물이 빠진 후 비닐팩에 소분하여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필요시에 꺼내 봉지째 몇 번 떨어뜨리면 알알이 부서진다. 밥을 할 때 발아된 곡류를 가볍게 헹궈 솥에 넣고 밥물은 보통으로 잡는다. 압력솥을 사용하지 않아도 밥이 잘 된다.

3. 한꺼번에 많은 양을 발아해서 냉동해두고 사용할 수 있다. 영양 및 약 성분이 파괴되지 않는다. 가을에 산에 밤이나 도토리가 떨어져 그대로 겨울을 나는 것은 썩어서 싹을 틔우지 못한다. 얼었다 녹고 햇빛을 보며 부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람쥐가 5cm 정도 흙에 묻어 두어 얼어있던 씨앗은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봄에 생명의 싹을 내는 이치와 같다.
뒤로월간암 2016년 9월호
추천 컨텐츠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