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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숨쉬기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17년 06월 07일 11:01 분입력   총 2217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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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쉰다는 말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여유 있는 삶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숨 좀 쉬고 삽시다!”라고 말합니다. 삶이 너무 각박해서 제대로 숨 쉴 여유조차 없어서입니다. 대부분의 서민은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저녁이면 녹초가 되어 귀가합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로 한 주, 한 달 여유 없이 시간에 쫓기는 생활이 지속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직장이 끝나고도 집에서 쉬지 못하고 늦은 밤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투 잡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새벽까지 대리운전이나 치킨배달과 같은 일을 하는 쓰리 잡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낮에 일하는 벌이만으로는 생활이 안 되거나 가족을 부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의 소원이 아마도 숨 좀 쉬면서 사는 것입니다.

친구 한 명이 이런 생활을 몇 년 째 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출판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냉동 창고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새벽 2시에 일이 끝나 집에서 씻고 잠을 청하는 시간은 새벽 3시경이 된다고 합니다. 아침 7시에 눈을 떠서 또 출근 준비를 합니다. 이제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 둘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이 져야 하는 짐의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저는 그 친구가 너무 걱정이 되어 몸 생각을 하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친구는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라며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합니다. 남들은 돈을 주고도 운동을 하는데 자기는 밤에 돈을 벌면서 운동을 한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긍정도 너무 긍정입니다.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봉급자의 월 평균 급여는 평균 약 270만원입니다. 그렇지만 평균 연봉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60%로 집계되었습니다. 한 달에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는 것입니다. 이 금액으로는 아이가 있는 가족은 생활비가 빠듯하여 저축은 엄두를 내기도 힘듭니다. 집이 없어 월세를 내야한다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직장에서 일했을 때 숨을 쉴 수 있을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면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몸과 마음 또한 건강한 생활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가 생활비조차 벌지 못하게 될까봐 생기는 불안감입니다. 작은 봉급 때문에 숨조차 버거운 상황이 지속되면 마음부터 병이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몸의 건강에도 빨간 불이 켜집니다. 이런 문제는 병든 사회의 한 면입니다.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건강한 몸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를 숨 못 쉬게 하는 주범이 있습니다. 바로 미세먼지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기예보를 볼 때 맑음, 비, 눈과 같은 기상의 상황보다는 미세먼지 수치가 좋음, 보통, 나쁨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같을 것입니다.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북한산 위로 해가 떠오를 때 미세먼지의 수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맑은 공기를 확인하면 속으로 생각합니다. ‘오늘은 숨 좀 쉴 수 있겠구나!’ 그렇지만 반대로 뿌연 미세먼지가 북한산을 흐리게 만든 날이면 ‘오늘은 또 어찌 숨을 쉬고 사나!’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은 이런 걱정이 더욱 큽니다. 하루 종일 모든 문을 닫고 집안에만 은둔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 놀아야 스트레스가 풀리고 활력이 생깁니다. 그렇지만 발암 물질인 미세먼지를 들이키면서 놀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니 아이나 부모나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예전부터 봄이면 황사가 불어왔습니다. 황사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중국의 고비사막에서 발생한 먼지가 기류를 타고 우리나라까지 도달해서 생깁니다.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에도 기록이 되어 있는 자연현상으로 우리가 막을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미세먼지라는 이름의 공기는 오염 물질 덩어리이며 중금속 함유량이 매우 높습니다. 미세먼지에도 입자의 크기에 따라서 몇 가지 분류가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작은 PM2.5라는 미세먼지는 초미세먼지로 분류가 되며 매우 작은 입자이기 때문에 호흡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가면 몸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서 뇌와 혈관 등에 자리 잡아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런 초미세먼지는 바람의 방향이 중국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불면 바로 생기는 현상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일 년 내내 미세먼지 공포에 시달리면서 살아야 할까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모든 미세먼지가 중국의 영향은 아니겠지만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예전 영국의 런던은 안개 도시였습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나라답게 스모그 현상이 제일 처음으로 나타나 기후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공장의 매연이 스모그를 만들고 그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다시 도시의 공기를 맑게 바꾸고 건강을 되찾기까지 거의 백 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는 그 백년 중에서 겨우 10여년이 흐른 듯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90여년을 이렇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거리에서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보면 한숨은 더욱 깊어집니다.

삶의 여유와 맑은 공기, 이 두 가지는 건강한 삶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누려야 될 생존과 가장 밀접한 숨쉬기와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사람 사는 세상이 되기 전에 먼저 숨이라도 쉬자는 것입니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곳에 살면서 나의 몸이 건강하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 아닐까요.
뒤로월간암 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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