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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양날의 칼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12년 04월 30일 19:58 분입력   총 811583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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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와 하이드와 같은 유전자 발견

유전자가 암을 막아주면서 동시에 암 성장을 도와줄 수도 있을까? 스페인 국립 암연구 센터의 연구진은 양날의 칼과 같은 성질을 가진 유전자를 1개 발견했는데 이런 성질을 가진 유전자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오스카 퍼난데즈-카페틸로의 말에 의하면 이 유전자는 암을 막아줄 수도 있고 또 암 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어서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합친 것과 같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종양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인 Chk1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퍼난데즈-카페틸로의 말로는 이게 바로 게놈 보호자로 우리의 게놈에 돌연변이가 생기지 않도록 해주고 따라서 종양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유전자라고 한다.

연구진은 Chk1 유전자의 유전암호를 지정하는 단백질의 양이 많으면 Chk1의 종양억제 효과가 확대되는지를 확인해보려고 했다. 그래서 정상적인 2개 사본 대신 이 유전자의 사본이 3개가 있는 생쥐를 만들어 그 세포를 추출 배양한 후 다른 유전자들을 이용해서 암세포로 만들었다. 연구진이 관찰해보니 그들이 예상하든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즉 Chk1 유전자 사본이 1개 더 많아지니 종양억제 효과가 커지기는커녕 세포들이 오히려 더 쉽게 악성화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렇게 모순된 일이 생기는 이유는 Chk1 유전자가 건강한 세포에는 유익한 영향을 미치지만 일단 암세포가 몸속에 자리를 잡게 되면 Chk1 유전자가 암세포도 도와주기 때문이다.

Chk1 유전자, 종양을 막아주고 종양을 도와준다
퍼난데즈-카페틸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 Chk1 유전자는 처음에는 우리 세포 속에서 생기는 자연적 돌연변이를 제한해서 종양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이게 지킬박사의 면모이다.
(2) 그러나 종양이 진행되면 세포의 DNA가 광범하게 손상되고 그럴 때 Chk1이 종양을 도와주어 게놈에 축적된 손상을 줄여준다.

Chk1은 복제 스트레스, 즉 세포들이 분열할 때 세포의 유전물질 속에 가해지는 일종의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일부 종양들은 높은 분열속도로 인해 자체의 게놈에 계속적인 손상을 입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로페즈-콘트레라스는 Chk1 같은 게놈 보호자의 존재가 이런 유형의 종양이 손상을 입는 것을 줄여주어서 그 성장을 도와줄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암으로부터 보호를 해주는 유전자를 상실하면 암의 성장을 도와줄 것이라고 직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종양에 Chk1이 과잉발현하고 있는 이유를 이번 연구가 규명해주고 있다고 그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유전자는 오묘한 것으로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대로 이해하고 잘 이용하면 도움이 되겠지만 잘못 건드리면 화를 불러들일 수도 있다. 양날의 칼과 같다.

출처: A. J. Lopez-Contreras et al., " An extra allele of Chk1 limits oncogene-induced replicative stress and promotes transformation" J Exp Med. 2012 Mar 12;209(3):455-61.

뒤로월간암 201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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