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투고
chevron_right특별한 거름으로 크고 있는 새싹하나 - 세번째이야기
이 글은 정병귀님이 2008년 05월 13일 10:46 분에 작성했습니다. 총 876081명이 이 글을 읽었습니다.

급히 쓰느라 교정을 못했습니다.

교정 부탁드려요..


6박7일의 항암일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규에게 투여한 CDDP와 ADRI는 90%이상 오심과 구토가 나는 약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아이는 별로 힘들게 하지 않고 지냈다.

오심이 날때는 심호흡을 한다거나 누워자는 것으로 위기를 넘겼다.마지막 날 까지 구토 없이 해 보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는데 낮에는 스스로 컨트롤이 되지만 자다가는 그것이 안되나보다 자다가 일어나서 한 번 구토를 했다.

아이는 속상하다고 했다. 한 번도 토하지 않고 버텨보려 했다고..


아직 1차 항암이라 체력도 있고 의지력도 있어서 구토없이 잘 지냈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의사선생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항암제의 구토는 90%이상은 정신적인것이라고 하셨다. 아이들은 구토를 하지 않고 구토를 해도 입안에 있는것만 뱉어내고는 마는데 나이가 들 수록, 어른이 될 수록 생각해가면서 자꾸 토악질을 해대서 구토증상이 더 심하다고 하셨는데 아이는 그 말씀을 깊이 새겨 듣고 참으려고, 이겨내려고 하는 중이다. 항암치료가 끝날때까지 잘 지내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집에와서도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을 하다가 저녁밥을 지었다.청국장에 계란말이, 브록컬리 데친것하고 볶은 김치와 김으로 소박한 저녁상을 차렸다.아이가 청국장이 맛있다면서 밥을 제법 먹었다.마지막 두어숟가락을 남기면서 못먹겠다고 하기전까지 아이가 아프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정말 이 아이가 아픈것인지..
병원에서는 밥냄새도 맡기 싫다면서 밥을 먹으라하면 밥과 김치국으로만 3분의 1 정도 먹었는데 집에와서는 밥을 제법 먹었다.

앞으로는 하루 하루 수치가 낮아져서 바닥을 치다가 다시 수치가 올라갈때까지는 힘들어할것인데 독한 항암제를 맞고도 별 탈 없이 넘어가는 것을 보면 이제 항암 한 스케쥴이 끝나서 몸에 약이 많이 없기도 하고 스스로 이기려고 하는 의지도 있고 하니 힘들어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어제는 참치를 넣은 김치찌게가 먹고싶다하여 그것으로 밥을 다먹고 오늘 야채샤브샤브로 아침을 먹고 간식(?)으로 그 먹고 싶어하던 신라면을 먹는다.

근린공원에 운동도 하러가고 청소도 하고 주된업무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게임을 줄기차게 하는 것이다.친구가 제 쓰던 게임기 신형을 갖다주어 그것을 가지고 노는것을보면 저렇게 신나는 겜을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을까 싶을정도다

아이의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는데까지는 혼자하고 엄마의 힘이 필요할 때에만 도와주기로 했다.
하루 두 가지 약으로 열 한번의 가글을 하고 세번이상 배변시마다 하는 좌욕도 스스로 하기로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한다 이것은 꿈이야..
아이의 배에 난 흉칙한 수술자국을 보면서도 이것은 꿈일거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악몽을 꾸다가 '엄마'를 소리쳐 부르면서 제 목소리에 놀라깨며 휴~~하고 한숨을 내 쉴것같다.

이런생각도 해 보았다. 약중에서 가장 독하다는 씨디디피와 아드리아를 맞으면서도 토악질을 하거나
쓰러져 잠만 자거나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을 거부하거나 알려진 부작용을 겪지않으니
아마 오진으로 괜한 고생하는거지 싶었다 정상인이 항암제를 맞으면 어떤반응이 일어날까 라는 생각도 하면서 꿈이라는 생각을 자꾸 해 본다.
두 병원에서 내로라 하는 박사님들이 같은 병명으로 진단을 하셨는데 나는 자꾸 오진일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외래에 가서 수치를 검사하면 정상인과 같이 나올것이라고 믿고 있었다(아니 그러고 싶었다) 주위에서 항암제를 맞은 아이들을 보았고 선배(?)들이 하도 애기를 많이 해 줘서 집에와서 부터 긴장을 하다가 별로 나를 힘들게 하지않기에 더 그런 헛된생각을 하였는지도 모른다.

수치주사를 하루는 병원에서 맞고 하루는 집에서 맞는데 간호사가 어제는 어떻게 했느냐고 묻기에 동네병원에서 맞았다고 했더니 오늘은 실습을 자기 보는데서 해 보겠느냐고 하여 한 번 해 보았다.
아마 살면서 가장 하기 싫은것중의 하나가 아이에게 주사를 놓는일일것이다
잘 놓아도 주사는 아픈데 부들부들 떨면서 놓으니 아프지 않을수가 없다

그런데도 주사를 맞고 난 아이는 엄마 하나도 안아파 라고 하면서 힘을 주는데 그 말 거짓말인줄 다 안다

아침에 머리를 감고 난 아이가 "엄마 머리가 뭉텅 빠지네요" 한다
"그래 올것은 오고야 마는구나 그런데 하규야 한 가지 더 말할게 있는데 머리뿐 아니라 눈썹과 솜털까지도 다 빠진단다 어떻하지?" 그랬더니 "다 알고 있었어요 빠지고 나면 또 나겠죠" 라고 한다

여기 저기 빠져있는 머리카락이 보기 싫지만 지금은 수치가 낮아 깍지 못하고 수치가 오를때 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내가 잘 버텨야 아이의 간호를 잘 할텐데 잠을 못자고 밤에 이방 저방 돌아다니니 내가 없어지고 껍질만 남은 듯이 휘청 휘청한다 옆에서는 잠도 안자고 어쩔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면서 제발 정신을 차리라고 하지만 도저히 제 정신으로 살아가기가 힘이든다

푹 자고나면 심신이 좀 편안해 질것 같은데도 누워도 얕은잠 뿐이다.피로회복제를 마셔도 피곤하다

어서 우리 집에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

이틀 전 부터 밤이 되면 하규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항암제 아드리아의 부작용이 고열이라고 했지만
잘 견뎌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다른 사람이 겪는일을 우리라고 피할수는 없었다

37.5도까지는 정상으로 보고 38.3도 이상의 숫자가 3번이상나오면 응급실로 오라는 말씀이었는데
하루는 포카리스웨트를 무지하게 마시고 고비를 넘겼는데 어제는 아이가 힘들어했다
응급실의 상황이 열악하여 아이는 물론 힘이들지만 보호자는 의자 하나로 밤을 새워야하니 내 몸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이 밤만 넘기고 가자고 30분마다 열을 재면서 견뎠는데 새벽 4시가 되자
이제는 안되겠다 싶어 입원보따리를 챙겨서 응급실로 갔다

항생제를 맞고 수액을 맞으니 열이 좀 잡힌것 같은데 수치가 30으로 떨어져 수치가 오르고 열이 잡혀야 퇴원을 시킬것 같다. 열이 좀 내리니 뭉텅뭉텅 빠지는 머리를 아이가 뽑기 시작했다
이제는 뭉텅 뭉텅 이라는 표현이 맞을듯이 빠져 테이프를 들고다니면서
치웠는데 병원에 와서는 하규가 작정을 하고 뽑기 시작했다.

"아프지 않니"
"약간 느낌은 있는데 아프지는 않아요"
"엄마가 좀 뽑아줘요"
"나는 못한다"
"보는것도 힘든데 나보고 네 머리를 뽑으라고?"
"이녀석아 너 왜 말안들어 하면서 두손으로 뽑는거 있잖아요 그렇게 뽑으세요 " 라고 한다
"너는 이 상황에서 그런 농담을 싶으냐 아이야?"

머리가 거의 빠지고 군데군데 남아서 깍을것도 없게되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머리를 미용실에서 깎고는 모자를 쓰고 외출을 한다.
잠깐 밖에 나갈때는 민머리로 모자도 쓰지 않고 나가는 아이를 불러서 모자를 쓰고 가라고하면
내가 죄인도 아니고 나쁜일 하다 머리가 빠진것도 아닌데 꼭 모자를 써야하냐고 내게 되묻는다

병원안에서 내다보는 바깥은 참으로 화창하다 .날씨는 쌀쌀하다고 하는데도 병원안에서 보니
밀려있는 차량들이 모두다 놀러가는 것 처럼 보여 부럽기만하다.
왜 우리는 여기 앉아있나 불쑥 불쑥 속상해지기도 하면서..

응급실에서 병동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병실이 없어서 이대 목동병원으로 전원을 갔다
회진시간에 교수님이 병명이 '간모세포종'이 맞느냐고 하신다
치료의뢰서를 가져와서 드려 알고 계시고 여의도 성모병원과 서울대병원에서 그렇게 진단이 나왔다고
말씀드렸더니 간모세포종의 환자치고는 너무 늙어(?)서 그렇단다.

덜컥
"그러면 뭔가요 다시 검사를 할 수 있는것이 있으면 했으면 좋겠는데요" 라고 했더니
"조직검사만큼 정확한 것은 없습니다. 간모세포종이면 예후는 좋은데
이 나이에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서.." 라고 하신다.

어쩌란 말인가요 또 답답하다

집안일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아이 옆 침대에 누워있으니 몸은 휴가다
그래서 "하규야 요즘이 엄마에게는 쉼표다" 그랬더니
아이는 "저에게는 물음표예요" 라고 한다.
"그래? 그렇지만 언젠가는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시기가 올것이다"
그것을 믿고 최선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