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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치료에 있어서의 마음가짐
임정예(krish@naver.com)기자2015년 06월 30일 16:39 분입력   총 18008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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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목 | 진영제암요양병원장, 신경외과전문의, ‘통합암치료 로드맵’ 저자

네덜란드 의사 베르하이트는 임종할 때 건강에 대한 숨은 비법이라고 하면서 700페이지에 달하는 유서를 남겼다. 유족들이 그것을 열어보니 전부 백지이고 마지막 한 페이지에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밥은 자기 양보다 약간 적게 먹어라.”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과 보약이 수백, 수천 가지가 난무하지만 실제로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이처럼 아주 간단하다. 그런데도 현대인은 이런저런 이유로 이 간단한 수칙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즉 과도한 음주나 흡연,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몸에 이상이 와도 사람들은 건전한 생활습관을 회복하려는 노력보다는 타성에 젖어 끝내 몸을 망치고 만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겪는 온갖 질병은 결국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풍요로운 건강을 누리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음의 힘은 모든 고통을 극복하고, 모든 질병을 치료하며, 마침내 건강을 되찾아 풍요로운 삶을 창조하도록 한다.

마음을 건강과 치료에 집중하려면 치료를 위한 창조적인 시각화가 필요하다. 하루에 세 번, 적어도 15분은 치료를 위한 시각화를 한다. 그리고 치료 선언을 매일 아침, 점심, 저녁에 반복해서 읽는다.

마음가짐 외에도 호흡, 운동, 영양, 자세, 휴식과 이완 등이 건강한 생활을 하는데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웃음이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강화하고 장과 복부의 활동을 강화해 질병을 치유한다고 한다. 웃음 역시 몸의 건강을 위해 생활화해야 한다.

우리말로는 ‘자연살상 세포’라고 부르는 NK세포는 인체의 수많은 면역세포 중 하나다. 말 그대로 암세포 등 우리 몸에 해로운 세포나 바이러스를 스스로 찾아서 죽이는 역할을 한다. 웃음이 암 극복에 도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NK세포가 웃을 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일본 오사카대학 의대 이와세 박사팀은 웃음이 암과 같은 난치병의 치료에 큰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환자들에게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크게 웃게 한 후 NK세포의 활성도 변화를 측정했다. 먼저 환자들의 혈액을 채취해서 NK세포의 활성도를 체크하고,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여줘 환자들을 웃게 만든 후 다시 혈액을 채취해 NK세포의 활성도를 측정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웃음이 유발되지 않는 교양 프로그램을 보게 한 후 NK세포의 활성도를 관찰했다. 두 실험의 결과는 놀라웠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크게 웃은 환자들의 NK세포 활성도가 약 3% 높아진 반면 교양 프로그램을 보고 웃지 않은 환자들의 NK세포 활성도 수치는 2% 이상 낮아졌다.

미국 로마린다대학 의대 연구팀도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는 일본 이와세 박사팀보다 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코미디 비디오를 보고 웃음을 터뜨린 환자들의 NK세포가 무려 14%나 활성화되었고, 웃지 않은 환자들의 NK세포 활성도는 6% 떨어졌다.

사실 웃는 것이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과학적으로 뒷받침이 되지는 못했는데, 이제 웃음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연구결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세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이렇게 결론지었다. “웃음으로 NK세포의 활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분명히 바이러스와 암세포에 대한 인체의 면역기능과 관련이 있다. 즉 웃음이 감기에 걸리지 않거나 빨리 낫게 하고, 암의 예방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미국의 사업가이며 대부호이다. 1870년 스탠더드 오일을 창립, 석유 사업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인 엑슨 모빌도 그가 세운 스탠더드 오일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록펠러는 50대에 1년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는데, 바로 ‘호지킨씨 림프암’이라는 암이었다. 지금은 치료 성적이 좋은 암에 속하지만, 19세기 말엽이었던 당시의 암 진단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던 시절이었지만, 록펠러는 그 이후 50여 년이나 더 살아 만 98세까지 장수했다. 그의 장수는 많은 돈으로 특수한 치료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저승 갈 때 가져갈 수 없어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풀고 갈 요량으로 시작한 자선사업 덕분이었다.

록펠러는 호지킨씨 림프암을 진단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돈이 없어 입원을 못하는 어떤 소녀를 보고는 별 동정심 없이 약간 도움을 주었다. 나중에 잘 치유되어 무사히 퇴원했다는 소녀의 소식을 듣고는 일생을 통해 그처럼 기쁨을 느꼈던 적이 없었다고 할 만큼 희열을 느꼈으며, 그때부터 자선사업을 시작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이야말로 순수한 사랑일 것이다. 자선사업을 통해 행복을 느끼면서 록펠러의 병세는 호전되었고 암까지 극복할 수 있었다.

‘테레사 효과’라는 말이 있다. 마더 테레사처럼 헌신적으로 봉사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에 면역물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심리학자 스테파니 브라운(Stephanie Brown) 박사가 《심리과학 Psychology Science》(2003) 에 발표한 봉사활동과 건강관계를 살핀 연구에 따르면 자기만 아끼고 남을 돕지 않는 사람이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보다 일찍 죽을 가능성이 두 배나 높다고 한다. 결국 나누고 봉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암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갑자기 주눅이 들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분들이 참 많다. 하지만 이상한 일은, 암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도 암에 걸려있었던 것인데, 단지 암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갑자기 중환자가 되고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얼굴빛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암에 걸려있으면서도 암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자칫 늦게 발견되어 손도 못써 보고 죽을 수도 있었는데, 암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은 고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할 선물인 것이다. 암에 걸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잘못 해 오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런 말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암이라고 하면 ‘고질병’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 사람들은 암을 ‘고칠 병’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미국 사람들의 암에 대한 인식이 바로 ‘앎’이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통계에 암이 진단된 순간 고질병으로 알고 낙담한 그룹의 치료율은 39%이었으나, 고칠 병으로 알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 그룹은 70%이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요즘 인터넷을 통해 최신 의학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의사나 환자에게 모두 유익한 일이다. 질병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얻은 환자는 의사의 진료행위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환자 자신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에 확신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따르게 된다.

그러나 의료 정보의 과잉 확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사의 진료행위가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니라는 잘못된 확신을 줄 수 있다.

즉 어떤 약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환자 스스로 처방을 내려 복용하거나 민간요법으로 암을 고쳤다 하여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흔히 자연요법, 민간요법 등에 소개되는 수많은 정보들로 이것저것 구해서 먹다가 간 기능에 손상을 가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하고, 좋다고 먹은 것이 오히려 나쁘게 작용하는 경우도 왕왕 보게 된다.

병명이 암인 이상 어느 한 가지 약이나 어느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치유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을 낫게 한 방법이 본인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똑같은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더구나 모든 약품마다 다소간의 부작용이 따르고, 암 환자처럼 신체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그 부작용이 더욱 심각해져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의사의 임상판단이 대단히 중요하다.

생명을 위협받는 암 환자의 진료에는 노련한 의사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 지혜는 장기간의 연구와 노력, 집중적인 사고 그리고 많은 경험 속에서 지속적으로 획득되어진 것이다. 그래서 각각의 환자에게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치료법을 적용하고 각 환자의 상태를 세밀히 살펴가면서 필요하다면 그 치료법을 변경하기도 한다. 그것이 최선의 진료이다.

최선의 진료를 위해서는 정보 외에 의사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환자들이 의사보다 비전문가의 의견을 따르고 검증되지 않은 요법에 의존함으로써 치료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생명을 위협받는 암 환자는 특히 그러하다. 환자들은 양질의 진료와 완치에 대한 기대를 안고 대학병원을 찾지만, 처음의 기대와 달리 실망감으로 병원을 나서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치료하는 암 환자 중에는 현재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 중인 환자도 있고 항암치료가 끝난 환자도 있다. 이들 대부분은 수술과 항암치료가 끝난 후 일정한 간격으로 내원토록 하여 재발유무에 대한 검사만 할 뿐 재발방지책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으니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하소연한다. 환자가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조기 암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이 수술을 받는다고 완치되는 것도 아니고 항암치료를 계획대로 모두 받았다고 재발이 방지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암 치료법은 암의 진행정도, 암의 전이정도, 암의 진행속도,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 등을 고려하고 치료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도 비교 평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몇 개월의 생명연장을 위해 힘든 수술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완치를 기대하며 참고 견디었던 온갖 어려운 치료들의 결과가 보잘 것 없을 때 환자는 절망한다.

이 경우 의사로서는 최선이었을 수 있으나 환자에게는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진행 암의 경우에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암의 진행을 늦추어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표준치료로 치료불가 판정을 받더라도 그게 곧 세상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절망하는 환자와 끝까지 노력을 경주하는 환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표준치료 이외의 다른 치료법이 듣지 않았다 하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투병한 사실만으로도 여명이 연장되고 삶의 질이 좋아진다. 그만큼 마음은 중요하다.

여태껏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스스로 몸을 돌볼 여유가 없었지만, 이젠 암을 진단받았으니 건강한 생활습관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 그러나 그것의 노예가 되어 구속당해서는 안 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좋은 음식, 좋은 생활습관을 선택하려고 노력하라.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안달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그 상황을 즐기는 것이 좋다. 그런 여유를 가질 때 암의 진행을 막고 ‘암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뒤로월간암 201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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