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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 환자를 위한 지침
김진하기자2015년 07월 31일 18:17 분입력   총 23442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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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목김진목 | 진영제암요양병원장, 신경외과전문의, '통합암치료 로드맵' 저자

더 이상 적극적인 항암치료가 어렵다고 판정받은 암환자들은 대부분 충격으로 갈팡질팡하게 된다. 또, 깊은 절망으로 당장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망연자실 해진다.
그러나 말기 암 환자 역시 의료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임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치료의 목적이 '암의 완치' 혹은 '생명 연장'에서, '고통스럽지 않은 삶'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대부분의 만성 환자가 그러하듯이 암환자는 환자 한 명의 질환이 아니다. 암환자의 고통의 무게는 가족들과 공유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내과의사는 나이가 들어 죽어야 하는 병을 하나 선택할 수 있다면 말기 암을 택하겠다고 하였다. 파킨슨, 당뇨, 치매, 관절염과 같은 만성질환은 10여 년을 통해서 삶의 질이 극도로 나빠지고 삶의 존엄성을 잃어버린 이후에야 죽음의 시작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에는 가족들도 지치고 환자와의 정신적 교감도 황폐화되어 슬픔조차 남지 않는다.

그러나 비교적 빠른 시간에 죽음을 맞이하는 말기 암환자는 자아와 가족 간의 유대감을 온전하게 보존한 채 깊고 아프지만 또렷한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죽음과 만나는 시점에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다행이겠는가. 암은 그래서 어쩌면 인간이 살아가는 삶을 바라보는 철학만큼이나 상황적이고, 복잡하며, 다단하다.

말기 암환자는 자신의 삶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기억하고, 남은 삶이 고통스럽지 않고, 의미 있고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남은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1. 통증을 참지 마라
암이 진행될수록 암성통증은 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많은 말기 암환자가 죽음을 앞두었다는 생각에, 혹은 더 이상의 항암치료가 의미 없다는 생각에 고통을 당연하게 여기고 감내하려고 한다. 그러나 암환자가 겪는 고통의 90% 이상이 조절 가능한 통증으로, 진통제 등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그저 통증을 참아내는 것은 불필요한 고통일 뿐이다.

진통제의 사용으로 암이 더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 통증으로 인한 우울한 느낌, 운동부족 등이 오히려 암의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 통증을 잘 관리하여 상쾌한 기분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암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또한 많은 이들의 오해와 달리, 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중독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복용 시간이나 복용 용량을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부작용 등의 위험이 있으니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복용량을 지키도록 한다. 이렇게 정확하게 투약된 진통제는 안전하게 통증을 조절해 준다. 따라서 통증을 느낀다면 의료진에게 적극적이고 상세하게 표현해서 통증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남은 삶의 질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

2. 완화의료 전문가에게 관리 받기
병이 진행되면서 통증이나 심리적인 불안 등 고통은 커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환자 혼자나 가족만으로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말기 암 증상은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호흡 곤란, 감염, 출혈, 복부 팽창, 욕창, 수면 장애, 우울, 불안, 영적 혼란 등이 많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은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려서 남은 시간을 힘겹게 만들 수 있다. 말기환자를 위한 완화의료 전문가들에게 적극적인 증상 관리를 받으면 말기 암의 여러 고통과 증상을 이겨내기가 보다 쉬워진다.

완화의료적 관리는 일반적인 의료와는 많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완화의료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의사들은 말기 암 환자의 관리에 약간 서툴다. 완화의료를 체계적으로 공부한 완화의료 전문가의 관리를 받는 것이 보다 편안하고 제대로 된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3. 식사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즐겁게
말기가 될수록 식사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즐겁게 식사하는 것이다. 환자의 식성에 맞는 음식으로 입맛을 돋워주는 것이 좋다. 단, 소화기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선택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 번에 식사를 다 하는 것보다 조금씩 나누어 자주 먹는 것이 소화에 더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항암치료 때처럼 체력을 위해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다. 도리어 부담스러운 식사는 환자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환자의 식욕과 소화능력이 떨어졌을 땐 완화의료 전문가와 상의해서 영양분을 섭취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4. 스스로의 마음 다스리기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가 남은 시간을 보람되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절망감과 좌절감에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의미 없을 뿐 아니라 주변과 본인 스스로를 힘들게 할 뿐이다. 아래와 같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며 남은 시간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되는 행동
·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을 계획하며 지낸다.
가족 혹은 나를 도와주는 이들과 마주앉아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나눈다.
· 자신의 삶을 차분하게 돌아보며 성찰한다.
· 나의 일과 인간관계를 하나씩 되짚어보며 지나온 삶을 정리해 보자.
· 종교가 있다면 신앙생활을 통해 삶의 여정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
·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가족들과 상의하면서 사전 의료의향서(임종 시 무의미한 연명치료 여부를 미리 결정해서 작성하는 서류)나 유언장을 작성해 보자.

※ 말기 암환자 가족을 위한 지침
항암치료를 끝낸 말기 암환자의 심리 상태는 매우 불안정하다. 대부분 처음에는 상황을 부정하거나 분노하고, 화를 터트리며 누군가를 원망하곤 한다. 신과 타협을 시도하기도 하는 등 불안하고 초조함을 들어낸다. 또 시간이 더 흐르면 현실에 좌절하고 극심한 우울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럴 땐 주변의 도움이 중요하다. 주변에서 잘 도와주면 환자가 현실을 수용하고 안정을 찾기가 훨씬 쉬워진다.

※ 환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
· 가족과 환자가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진다.
· 환자와 함께 전문가 상담을 받으며 여생 동안 의미 있는 삶에 대해 함께 논의해 본다.
·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사랑과 애정을 표현한다.

뒤로월간암 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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