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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에게 필요한 온열요법의 원리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16년 07월 25일 18:57 분입력   총 1249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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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창원 | 고려대학교 의학대학교 졸업 뉴욕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 역임

오랜 동안 미국 생활을 할 때 나에게 가장 아쉬운 것은, 온돌방에서 잠을 자고 공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자거나 목욕탕에서 따끈하게 목욕을 한 후 내 몸이 느끼는 상쾌함과 가벼움을 내 몸으로 체득해봤기 때문이다. 서양의 선교사들이 100년 전 우리나라에 와서 온돌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열을 효율적으로 쓰는 민족이 없기 때문이었다. 보통 불을 때면 밥 짓는데 쓰던지 아니면 난방에 쓰던지 한 가지만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을 한번 때서 밥도 짓고 방도 덥히는 것을 보고 한국인의 지혜에 놀랐다고 한다. 온돌의 장점은 열을 효율적으로 쓰는 데에만 있지 않다. 실제 온돌방에서 추운 겨울 따끈하게 잠을 자고 나면 온몸의 피로가 싹 풀리고 거뜬해지는 것을 느낀다. 원적외선의 역할이다. 뚝배기에 끓인 된장찌개가 더 맛있는 것이나 항아리에 담겨서 땅 속에 묻힌 김장김치가 더 맛있는 것도 원적외선의 역할이다.

일곱 가지 무지개색 가운데에서 보라색에서 빨강색으로 변화됨에 따라 온도는 점점 더 올라간다. 빨강색의 스펙트럼을 넘어서면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이 나오는데, 이 적외선은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열작용을 하는 에너지이며 일종의 전자파이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뜻한 빛이 바로 이 적외선이다. 이 적외선의 파장은 0.76~1,000 마이크론 정도의 빛인데, 그 중에서 파장이 짧은 근적외선은 0.76~1.5 마이크론 대를 말하고, 그 중간대인 중적외선은 1.5~5.6 마이크론 대, 그리고 원적외선의 파장은 그 크기가 큰 5.6~1,000마이크론 대에 해당된다. 적외선 가운데 원적외선이 우리 몸에 가장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 비해 현대인들의 몸이 점점 냉해지고 있다고들 말한다. 늘 같은 체온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진 사람이 어떻게 몸이 차가워질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내외적 요인에 의해 현대인의 체온이 정상보다 낮아지며 이로 인해 많은 질병이 생긴다고 한다. 음식의 저장을 위해 만들어진 냉장고는 몸을 차게 하는 주요인이 되었다. 우리가 겪는 많은 스트레스는 혈관을 수축하고 혈액 순환을 저해하여 면역 기능을 떨구며 체온을 낮춘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2,500년 전에 환자들을 치료하며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하여 병의 치료에 있어 열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약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수술로 치료하라. 수술로도 안 되는 병은 열로 치료하라. 열로도 안 되는 병은 영원히 고칠 수 없다.” 일본의 혈액내과 의사 이시하라 유미는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30% 낮아지고,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40% 높아진다고 보고하였다.
우리 몸에 병이 생기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식욕이 떨어지고 열이 나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적으로 우리 몸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반응이다. 절식과 발열을 통해 우리 몸의 세포 상태를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는 자가치료인 것이다. 그래서 절식과 발열을 어떤 명의보다 훌륭한 최고의 명의라고도 한다.

실제로 우리 몸에서 암이 생기지 않는 장기들이 있다. 심장, 소장, 비장이다. 이 장기들의 공통된 특징은 다른 장기들에 비해 온도가 높다는 것이다. 체온이 떨어지는 결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 대상포진 같은 감염질환에 걸리게 된다. 아토피, 천식 등의 알레르기 질환, 심근경색, 뇌경색 등의 혈전증도 저체온과 관련이 있다. 고치기 어려운 각종 암이나, 류머티즘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중요한 원인도 체온이 떨어지는 것이다. 고혈압,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도 저체온증이 원인이 되고,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의 주요한 원인이 저체온증이다.

저체온의 비율이 높은 질환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코 암과 우울증이다. 암세포는 미토콘드리아 수가 적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발전소이다. 음식물에 들어 있는 에너지를 산화적 인산화 과정을 통해 ATP형태로 전환하여 에너지를 만든다. 저체온과 저산소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암세포로 변한다. 반대로 뇌세포는 미토콘드리아 수가 특히 많다. 스트레스나 저체온이 미토콘드리아 작용을 억제하게 되는데, 이로 인한 뇌신경세포의 기능 저하가 우울증을 유발한다.

우리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완전하고도 절묘하게 만들어졌다. 내부에서 만들어진 열이나 외부에서 공급된 열이 우리 몸에 전달되면, 우리 몸은 스스로 방어하고 보호하는 일을 시작한다. 정상 세포가 온열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 스트레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세포 안에서 스스로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데 이를 열충격 단백질 (HEAT SHOCK PROTEIN)이라 부른다. 즉 온열 스트레스로부터 세포를 지키려 하는 강한 활동성이 생긴다. 이 단백질이 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하여, 통증을 완화시키고 기분을 좋게 해준다. 또한, NK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인터페론 합성을 증가시킨다. 그로인해 면역력이 증가되고, 항종양 기능이 수행되게 된다. 또한, 이 열충격 단백질은 우리 몸의 변형된 다른 단백질을 정상 단백질로 회복시키고 세포를 정상화 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들어 원적외선과 음이온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이를 이용한 건강관리와 질병 치료가 늘고 있다. 다양한 온열 요법이 존재하지만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경도의 온열요법(Mild Range Hyperthermia)이다. 체온의 상승이 38.5도 미만의 자극이다. 신체를 따뜻하게 하는 정도의 가열로 온천, 입욕제, 건강기구 등을 이용한 통상적인 치료법이다. 경도의 혈류 증가와 통증완화 효과, 면역기능의 증가 등을 통해 건강증진이나 질병예방에 이용될 수 있다. 둘째, 중등도 온열요법(Fever Range Hyperthermia)이다. 체온을 38.5~40.5도 정도로 올리는 치료법이다. 암치료를 위한 특수한 기구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이 온도에서는 열충격 단백질이 형성되어 면역기능이 활성화된다. NK세포가 활성화되고 인터페론의 생성이 늘어난다. 체내에서 생성되는 엔도르핀은 통증을 완화시킨다. 또한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의 효과를 높이며, 그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세 번째로는 극도의 온열요법(Extreme Range Hyperthermia)이다. 체온(심부 종양온도)을 40.5도가 넘게 올리는 치료법이다. 전신마취를 통해 의식을 저하시키고, 특수기계에 의해 온도를 40.5도 이상으로 높이는 치료법이다. 열에 약해진 암세포가 서서히 자멸하는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정상세포의 손상도 줄 수 있으므로 정밀한 관리하에 시행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가정이나 보통의 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는 온열치료는 중등도의 온열요법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온열기구를 사용할 수 있다. 필자의 병원에서는 바이오매트라는 온열기구를 사용하여 많은 환자들에게 온열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효과는 통증완화 효과이다. 관절통, 근육통 등 각종 통증에 진통소염제 효과 이상으로 강력한 진통효과를 경험한다. 진통제의 투약 없이도 암통증이나 골관절 통증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을 관찰하였다. 또한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수면의 질이 개선됨으로 인해 불면증이 해소되는 경험을 자주하게 된다. 각종 종류의 온열치료는 각 가정이나 의료센터를 통해서 어렵지 않게 시행할 수 있으며, 최적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뒤로월간암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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