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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운영체계 3가지 - 보상ㆍ불안ㆍ이성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1년 06월 18일 16:49 분입력   총 8432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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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진단받는 분들을 보면서 나이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노화의 과정에서 암을 진단받는 분들이 많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암을 진단받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아직 어린 자녀가 있는 분들의 경우 한 가정을 혼돈과 고통 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의료 기술이 발전하여 생존 기간이 과거에 비해서 획기적으로 늘었지만 암 이전의 일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지내야 되며 암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의 사람들까지 일상생활은 긴장의 연속입니다.

또 암이라는 병의 특성이 일관되지 않고 좋아졌다가 나빠졌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서 환자와 주변 사람들의 긴장감도 변합니다. 암과의 투병은 스트레스의 강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올랐다가 내렸다를 반복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성격과 스트레스는 서로 깊은 관계를 갖습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 받고 그냥 넘어 갈만한 일도 마음속에 담아 두고 오랫동안 상처가 되는 사람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모난 말을 하지 않는 착한 심성의 사람일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자신의 성격이 작은 스트레스에도 취약한 면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암을 치료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보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 먼저 진행되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나를 알아야 되며 나를 안다는 것은 나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뇌 속에는 무엇이 있나 알아보겠습니다.

인체에서 뇌는 생각과 기분을 조종하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뇌가 조종하는 대로 행동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는 수많은 사건에 반응하고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에 기분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일이나 공부에 몰입해 있을 때는 안정감에서 비롯되는 행복감을 느끼며 수면이나 멍 때리는 시간을 통해서 휴식을 취합니다.

뇌는 인체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심장에서 바로 혈관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많은 혈액을 사용하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뇌로 통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혈관도 중요하지만 혈액의 응고 정도도 중요합니다. 혈전이라고 하는 끈적끈적한 혈액이 생기면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을 지나면서 관을 막을 수 있는데 이때 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짧은 시간 안에 위급한 상황이 생깁니다.

혈관과 혈액이 얼마나 건강한지는 건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혈관이나 혈액도 스트레스 상황이 되었을 때 더욱 수축하고 혈액은 끈적끈적해집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뇌에서 우리 인체를 그렇게 조종하는 것입니다.

뇌는 커대한 전선이 응축되어 있는 기계이지만 그 기계는 인간이라는 특성을 만들어 냅니다. 뇌는 사람이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보상, 불안, 이성이라는 세 가지의 체계를 갖습니다. 보상체계는 우리에게 행복감이나 즐거움을 선물하며 불안체계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합니다. 이성 체계는 보상과 불안체계를 조율하여 어는 선에서 멈추도록 만드는 브레이크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상이 제대로 안되거나 불안이 과도할 때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로 판단하고 그에 맞게 작동합니다. 욕구 충족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보상체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생존에 위협을 느낄 때는 불안체계가 작동하여 스트레스 상황이 됩니다. 이때 엔도르핀이나 도파민처럼 잘 알려진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해당 사건에 대한 결과를 느낌으로 확실하게 각인시킵니다. 예를 들어 도박으로 돈을 따면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쾌감이 생깁니다. 이러한 쾌감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중독성을 갖게 되며 과도해지면 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니코틴도 뇌에서 분비하는 호르몬 중 하나인데 흡연을 하게 되면 이 호르몬이 외부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뇌에서는 분비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흡연을 통해서 이 물질을 전달받게 되고 평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서 담배 중독이 생깁니다. 담배 중독자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흡연 욕구가 강력하게 생기는 이유는 불안한 상태의 느낌을 니코틴으로 조금이라도 편안한 느낌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뇌의 지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흡연이 세상에서 가장 큰 중독성을 갖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담배 연기 속에 순수한 니코틴만 있다면 위험성이 그리 크지는 않겠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암을 유발하는 많은 유해물질이 같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금연은 건강을 위해서 가장 먼저 실천해야 될 덕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건 흡연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보상체계와 불안체계는 서로 양극에 있으면서 우리가 생존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뇌를 가지고 있는 동물이라면 모두 이 두 가지의 체계를 갖고 있지만 사람은 이성이라는 영역이 따로 존재함으로써 인간이라는 존재를 정의합니다. 동물은 먹고 싶을 때 사냥을 하고 자고 싶을 때는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지만 우리는 언제나 생각하면서 먹고 자는 본능적인 일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진행할 때 두 개의 양극 사이에서 토론과 회의를 하는 등의 조율을 거쳐서 결정합니다.

길을 지나다가 이상형을 보았을 때 보상체계는 용기를 내서 상대방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 보라고 하지만 불안체계는 뺨을 맞는 상상을 합니다. 이성은 이 둘 사이에 끼어들어 갈등이라 이름으로 격렬한 토론을 한 후에 어떤 결정을 내립니다. 용기를 내서 상대방에게 말을 걸어 보기로 했다면 보상체계가 이긴 것이며 그냥 돌아서 아쉬움만 간직한다면 불안체계가 작동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성이 둘 사이에 끼어들어 그러한 결정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이성이 끼어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범죄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보상체계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스토커라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심각한 뉴스가 될 만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불안체계가 너무 강력하게 발달해 있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마음의 고통만 더 쌓이게 됩니다. 둘 사이에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질 때 삶의 질은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통스럽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뇌에서 보상과 불안체계가 과도하게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정신과적 질병은 이성으로 통제하지 못해서 나타납니다. 불안을 기반으로 하는 심리적 질환은 각종 공포증, 공황, 대인기피증, 방에만 갇혀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 등이며, 보상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심리적 질환은 각종 중독증, 충동조절 장애 등이 있습니다.

특히 폭력적 성향을 갖고 있다면 보상체계가 이성을 압도할 정도로 발달되었기 때문입니다.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여겨질 때 우리는 스트레스 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나에게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가 생기고 그로 인해 생활이 어려울 정도가 된다면 불행한 시간을 보내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는 아무 문제없는데 세상이나 사회에서 무언가 신호를 보내 나를 괴롭힌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야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의 뇌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전투태세를 갖추게 되고 그에 따른 호르몬은 계속해서 분비되고 우리의 몸도 서서히 변해 갑니다.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꼽는 이유는 스트레스 자체의 문제보다는 뇌의 변화에 따라서 몸도 같이 변하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알 수 없는 병증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결국 뇌의 화학적 변화에서 비롯되는 문제입니다.

인간의 뇌가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비정상으로 전두엽이라는 부분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곳에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들어있습니다. 아마 이성 외에 실체가 없는 ‘마음’이 자리하는 곳도 전두엽이라고 많은 뇌과학자들은 말합니다.

다른 부위에 있는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체계가 전두엽을 압도하지 않도록 스스로 자각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분노와 욕구를 자각함으로써 전두엽이 더 많은 일을 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흡연욕구가 일었을 때 자신의 욕구를 자각하고 흡연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를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자신에게 주는 것입니다.

암과 투병할 때도 담당의사가 뭔가 불길한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곧바로 의기소침하거나 침울해 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 상황을 판단하고 자각하여 전두엽에게 일을 맡긴 후에 나중에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상황은 변하지 않겠지만 마음의 상처는 줄어들고 용기를 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전두엽 속에 들어 있는 이성이라는 운영체계를 최대한 활용할 때 좋은 결과가 생길 확률이 높아지며 불필요한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므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뒤로월간암 202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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