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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2년 03월 21일 17:39 분입력   총 709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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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비하면 인류의 수명은 월등히 늘었다. 우리나라 통계 자료를 기준으로 1970년 국내 인구의 평균 수명은 남자는 58세, 여자는 65세로 평균 62세 정도였다. 그로부터 50여년이 흐른 2020년에는 남자가 80세, 여자는 86세이며 평균 수치는 83세 정도이다.

더 오래전 자료를 보면 조선시대 임금의 평균 수명은 46세였으며 일반 서민은 대략 35세였다. 근대에 들어서 우리의 수명은 획기적으로 늘었으며 앞으로 그 수치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언젠가는 평균 수명 100세가 되는 시대가 곧 시작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불과 5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의 평균 수명은 20년이 늘었다는 사실은 통계 자료가 입증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50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인류의 평균 수명은 100세가 넘을 확률이 높다.

이렇게 인류의 수명이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 의료의 발달과 함께 신약은 우리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과거에는 죽을병이라고 하는 많은 질환이 지금은 치료가 가능한 범위에 들었으며 전염병과 같은 팬데믹이 왔음에도 과거에 비하면 그리 큰 인명 피해를 입지 않고 지내고 있다. 오래전 유럽에 흑사병이 유행했을 때 유럽인구의 30% 정도가 사망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번 코로나의 인명 피해는 매우 작다고 할 수 있다. 발 빠르게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했으며 그에 따라서 치명율도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약은 증상을 억제하고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지만 현재 개발 되고 있는 약은 유전자 단위에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얼마 전 국내 연구팀이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서 부작용 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직 동물 수준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렇게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거나 암세포 자체를 수리하여 정상세포로 바꾸는 기술은 현재 의료계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분야이다. 과거의 항암제는 독성물질을 암세포에 주입하여 암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이었지만 앞으로는 인체의 면역계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신약이 개발될 것이다.

이미 키트루다(Keytruda)같은 항암제는 면역 항암제로써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 항암제는 면역력을 이용한 치료제로서 기존 항암제의 기전과는 확연히 작용하는 방식이 다르다. 예전의 항암제는 몸에서 빠르게 분화하는 세포를 억제하는 작용을 했다면 키트루다는 면역을 이용하여 암세포를 줄이거나 없앤다. 키트루다는 최근 국내에 도입되었지만 유명세를 탄 것은 2015년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투여하고 완치가 되면서부터다.

당시 카터 미국 전대통령은 91세 나이에 흑색종이 발병하여 뇌까지 전이된 상태였으므로 당시 의료진은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키트루다를 투여한 후 4개월 만에 완치되었다는 발표가 났다. 이 일을 계기로 면역항암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며 여러 종류의 면역 관련 항암제가 개발되었거나 지금도 개발 중에 있다. 면역은 암의 발병과 치료에 중요한 열쇠이며 이에 대한 연구가 조금씩 결실을 맺으며 발전해 가고 있다. 눈에 보이는 암을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든다.

또한 잘못된 유전자로 인해서 세포분열을 할 때 정상세포로 분화하지 않고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이런 돌연변이 계속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암세포가 된다. 암세포는 세포주기 없이 무한 확장하면서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고 생존한다. 1990년대부터 유전자 편집기술이 연구되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암 치료의 영역까지 확장하면 새로운 항암제가 개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세포 단위에서 효소를 조절하여 암세포 특성을 가지고 돌연변이 하는 세포를 골라 정상세포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신약이기 때문에 이러한 신약 개발이 성공하여 상용화된다면 꿈에 그리던 암이라는 병을 정복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20년 독일 출신 두 명의 과학자가 유전자 편집 연구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되어 노벨상을 받았다. 이들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라는 것을 개발했는데 연구의 핵심은 잘못된 세포에 특별한 효소를 이용하여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세포 분열 과정에서 일어나는 희귀 질병에 대하여 유전자 치료를 가능하게 할 수 있으며 과거의 유전자 편집기술보다 한층 더 간결하게 관련 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유전자를 이용한 연구에서 과학자들이 윤리적인 관점을 저버린다면 신약이 아니라 괴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현재도 진행형인 코로나 팬데믹은 중국의 우한에서 시작되었는데 이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유출되었다는 음모론은 팬데믹 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유전자 관련 연구도 중국에서 비윤리적인 모습이 연구자들 사이에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과학자들은 2015년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하여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의 유전체를 만들었고, 2018년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즉 AID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쌍둥이를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로 만들었다.

이러한 연구가 사실이고 또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공상 과학영화에서나 보던 세상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올더스 헉스리(Aldous Huxley)의 소설 ‘멋진 신세계’를 보면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아이들은 더 이상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으며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생산 시설에서 만들어진다.

배아가 만들어질 때 이미 그 생명체는 운명이 정해진다. 청소부, 판검사, 경찰, 노동자 등등의 사회 구성원을 정하여 유전자 조작을 통해 그에 알맞은 생명체를 생산한다. 비록 소설이지만 끔찍한 세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연구자들은 윤리적 요소를 무시하고 과학적 성취를 위해서 해서는 안 되는 연구를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과학자들의 연구적 성취를 위한 욕구가 때로는 무서운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의 발전과 함께 지금까지 나온 신약 그리고 앞으로 나올 것들에 대한 예견을 하면서 앞으로 인간의 수명은 획기적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어느 순간 노화도 하나의 병으로 인식하는 시절이 올 수 있다. 유전자 단위의 치료가 가능해진다면 노화를 만드는 세포에 대하여 다시 젊고 촉촉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게 하는 약품이 만들어질 것이다. 100세 시대를 훨씬 뛰어 넘는 수명을 건강하게 누릴 수 있는 날이 결코 꿈만은 아닌 것이다.

뒤로월간암 202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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