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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진단은 진짜 과잉이었나
고정혁기자2015년 02월 28일 20:16 분입력   총 857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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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증가세를 보이던 갑상선암 수술 건수가 올 4월을 기점으로 약 3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세는 지난 3월 19일 의사연대(갑상선암 과다 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 연대)가 “증상 없는 어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갑상선암 검진은 과잉 검진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시점 즈음부터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갑상선암 가이드라인’ 초안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갑상선 시술은 올 들어 1~2월 4000건 넘게 이뤄졌지만 3월 3814건, 4월 3101건, 5월 2647건, 6월 273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0% 줄었다. 올해 상반기 전체적으로는 전년보다 12%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갑상선 시술이 올해는 4년 만에 연간 4만건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건강보험 요양급여 비용으로 청구한 갑상선 시술 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 4만5427건, 2012년 5만870건, 2013년 4만8272건으로 월평균 3700건 이상 갑상선 시술이 이뤄졌다.

이런 감소세는 곧 발표될 예정인 미국 갑상선암 가이드라인에 따라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갑상선암 가이드라인의 초안이 1㎝가 될 때까지 관찰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데 반해 미국은 “갑상선암 크기가 1㎝ 이하면 검사조차 하지 말라”는 초안을 마련하고 현재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8인 의사연대 서홍관 박사(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는 최근 메디컬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갑상선암 수술 감소는 비정상적이었던 게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며 “정상 범주가 되려면 수술 건수를 더 많이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박사는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등 외과계 반론에 대해 “누구 주장이 맞는지, 누가 허위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밝혀보자”며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갑상선암 발생 환자는 1999년 2866명에서 2013년 5만3737명으로 약 19배 급증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증가세다. 인구 10만명당 96.8명(2011년 기준)으로, 미국 20.0명, 일본 6.5명보다 5~15배나 많다.

반면 갑상선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999년 0.6명, 2002년 0.7명, 2008년 0.8명, 2010년 0.7명으로 큰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안형식 고려대 의과대 교수가 최근 영국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한 ‘한국에서 갑상선암이 15배 이상 증가한 이유는 조기검진’이라는 내용의 논문은 세계 각국 의학계와 언론에서 “갑상선암의 과잉 검진을 경계하라”는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시술 감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경우는 여전히 수술이 권장되는 것도 사실이다.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의사들은 “0.5㎝ 이상 갑상선암인 경우에는 수술해야 한다”며 “0.5㎝ 이하라도 위치에 따라 예후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환자는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기욱 울산의대 교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어떤 국가에서도 0.5㎝ 이상 갑상선암 환자에 대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문은 없었다”면서 “일본 가이드라인만 유일하게 관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논문 근거가 약해 의학적으로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갑상선암은 크기도 중요하지만 의사 판단에 따라 고위험군 환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로월간암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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