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인공적으로 만든 최초의 합성호르몬이 탄생했다.
당시 지도급 연구자와 산부인과 의사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은 놀라운 약!
이를 합성한 사람은 영국의 과학자이자 의사인 찰스 도드로 열렬한 찬사와 함께 기사칭호까지 받았을 정도이다. 이 합성 호르몬이 바로 DES(디에틸스틸베스트롤)이다. 체내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닮은 작용을 하여 에스트로겐 유사물질로 불리는 합성된 화학물질이다.

찰스 도드는 특허 신청을 하지 않아 DES는 아주 싼 값에 판매되었다. 의사들은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정상적이지 못하면 유산이나 조산의 위험이 높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임산부에게 DES를 처방했다. 그후 10년간 의사들은 DES를 복용하면 크고 힘센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임산부의 건강을 증진하는 비타민처럼 문제가 전혀 없는 산모들에게까지 추천하기에 이르렀다. <산부인과학 잡지>와 같은 유명한 출판물들이 제약회사 광고를 실었는데 그것은 DES를 <모든임신>에 사용하라고 권했고 그러면 <크고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선전했다.

DES는 임산부말고도 넓은 시장으로 퍼져나갔다.
의사들은 출산 후 모유 생산 억제, 홍조와 기타 생리 때의 증상들, 여드름, 전립선암, 어린이의 임질, 심지어는 보기 싫게 키가 큰 10대 소녀들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이 약을 남용했다. 여러 해 동안 대학병원들은 DES를 성교 후 먹는 피임약으로 환자들에게 분배했고, 농부들도 DES에 열광적이었는데 병아리나 송아지의 발육을 촉진하는데도 사용했다.
무려 30여 년간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 다른 지역에서 약 5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임산부들이 의사의 처방으로 이 약을 먹었다. 미국은 1947년 제약 회사들이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에 압력을 넣어 임신 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DES를 복용하도록 했다.

후에 무시무시한 재앙을 가져온 약이 어떻게 이토록 오랜 기간 아무 문제없이 사용될 수 있었을까?
약을 투여 받은 당사자에게는 문제가 없었고 그 다음 대에서야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산방지나 조산예방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 후에 밝혀졌지만, 당시 이 약을 복용한 여성들에게는 눈에 띌만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기에 미국, 유럽의 산부인과에서 임산부에게 약을 계속 처방할 수 있었다.

재앙은 엄마의 뱃속에서 DES에 노출된 아이들이 성숙하면서 서서히 생식기 계통에 이상을 나타내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에서 사춘기가 지날 무렵의 10대 여자아이에게서 50대 이후에서나 나타나는 질암이 발병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엄마가 공통적으로 임신 중 DES를 먹었다는 것이 밝혀지고부터 DES를 복용한 다음대의 아이들을 추적하면서 갖가지 병을 유발하는 것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엄마뱃속에서 DES에 노출된 아이들은 유산과 조산, 자궁외 임신의 확률이 높았다. 임신을 하더라도 세 번 임신 중 두 번은 실패로 끝났다.
또, 자궁이 심하게 기형적으로 생겨서 아예 임신할 수 없는 사례가 많이 발견되었다. 폐경기 이후에 유방암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계의 조절이상에서 기인하는 여러 자가면역질환에 더 잘 걸린다는 증거가 늘어갔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성을 남성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약을 복용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딸들에게서 여자끼리 서로 성적으로 흥미를 갖는 동성애나, 남자 여자 모두에게 관심을 갖는 양성애 기질이 높다는 것이 나타났다.

남자의 경우 출생 전에 DES에 노출되면 생식기의 기형 발생률이 높아진다. 비정상적인 정자, 관절염을 비롯한 면역계의 이상, 고환암, 정류고환, 고환 발육부전 등이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DES에 노출된 다음세대 중 여성들의 40%, 남성들의 71%가 우울증을 경험했고 우울증에 대한 약물치료나 정신과 상담을 한 것으로 연구한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리고, 1971년에서야 DES는 금지되었다.
DES가 눈에 보이지 않는 심각한 손상을 자궁 속 태아에게 미칠 수 있다고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다. 무엇인가가 겉으로 아무런 선천성 결함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심각하고 오래가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화학물질이 태반을 건너가 태아의 발생을 저해하며 수십 년 뒤에까지도 뚜렷하지 않을 수 있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DES사건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현상이었다. 또, 태아가 얼마나 손상받기 쉬운가를 알려준 비극적 사건이었다. DES는 임신초기 3개월 미만에 태아에 노출될 경우 더 심각한 장애를 가져왔다.

그렇다고 DES를 끝으로 이런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DES 금지는 사람에게 해당되며 1940년대 초반부터 2007년 오늘에까지 DES는 닭같은 가금류, 돼지, 소 등의 가축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사료에 섞고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등을 통해서도 DES를 먹는 셈이다. 지금도 유럽 국가들은 미국인들이 가축에게 에스트로겐성 성장 촉진 물질을 먹인다는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스티어 오이드, 랄그로, 콤푸도제, 시노벡스 같은 비슷한 작용을 하는 에스트로겐 물질들이 지금도 여러 식품에 들어 있다.
지금도 고기 속에 들어 있는 DES를 검사하는 유일한 나라인 스위스는 1999년 미국산 쇠고기에서 DES를 찾아내고 미국산 쇠고기의 반입을 금지했다. 미국 농무부는 1991년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소에게 DES를 먹이고 있고 여전히 육류의 DES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
가축의 몸속에서 사람에게로, 도축된 후의 쓰레기를 통해 자연 속으로 흘러들어간 DES 및 DES 대체 물질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한 여성의 건강문제가 더 이상 아니다. 이는 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아주 중대한 문제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반입문제가 방송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고기 속의 뼛조각이 문제라는데 뼛조각만 해결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소리일까?

환경호르몬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10가지 방법
DES처럼 마치, 호르몬처럼 행세하는 화학물질들을 내분비교란물질(=환경호르몬)이라고 하며, 우리 주위에 많이 있다.
(「세계 야생 생물 기금」의 캐나다 웹사이트 //www.wwfcanada.org에서 발췌한 내용)

1. 먹이 사슬의 하부를 이루고 있는 음식을 먹는다. 유기농 음식을 먹는다.
2.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는다.
3. 실내나 실외는 물론이고 애완동물이나 아이들이 살충제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4. 금연한다.
5. 폐건전지는 위험한 오염물질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6. 손을 자주 씻고, 바닥과 창틀을 자주 닦는다.
7. 초강력 세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8. 치아를 충전할 때 수은을 사용하지 않는다.
9. 제품 라벨에 적힌 성분 표시를 읽고 소비자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제품에 대해서 자세하게 물어본다.
10.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호르몬을 줄일 수 있도록 조치를 위해달라고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