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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하는 방법, 한 가지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1년 06월 02일 11:16 분입력   총 1719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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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러나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밝혀지지 않았을 뿐 죄를 저지른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에서는 전체 인구의 3% 정도가 범죄를 저지르며 교도소를 간다고 합니다. 즉 100명 중에 3명 정도가 나쁜 짓을 계속하면서 97명에게 크게 작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입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시냇물을 흐린다는 옛말이 그저 허투루 생기지는 않은 듯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97%의 사람들이 모두 착한 사람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이용하거나 괴롭히기도 할 것입니다.

암환자들을 위한 심리치료교실에서 배려심과 관련한 어떤 설문서를 나눠주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암환자에게서 모두 다 높은 점수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암환자가 아닌 사람도 몇 명 함께 설문지를 작성했는데 뜻밖에도 점수대가 낮았습니다. 심리치료를 진행한 교수님께서는 암환자 분들은 대부분 심성이 좋고 착한 사람이라고 주위에서 평가받는 사람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목소리를 높이는 쪽이 아니라 그냥 나 하나 참으면 그만이지라고 속으로 삭히는 사람, 하기 싫어도 주어진 일은 군말 없이 해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늘 내 요구보다 가족이나 타인의 요구를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삶의 중심이 내가 아닌 타인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정작 자신을 돌보는 데에는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시간과 돈과 노력은 항상 가족이나 타인을 배려하는데 사용됩니다. 막상 여유가 생겼는데도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거나 아프게 되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근육도 연습을 해야 몸이 튼튼해지듯 감정도 연습을 해야 합니다. 당연히 행복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암 발견에서부터 치료는 괴롭지만 망설임 없이 진행됩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합니다. 이제는 암의 전이와 재발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야 맞닥뜨리지 않을 수 있는지, 내 몸은 어떻게 보살펴야하는지, 암환자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암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불안감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특히 나의 성격을 알고 치유 과정에 도입하는 작업은 나만이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암을 나았다고 주장하는 경우의 방법을 똑같이 따라한다 해도 같은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이 점을 정확하게 알고 자신만의 치유 방법을 찾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스스로를 안아 주는 방법을 터득해서 자신의 치유 프로그램에 적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배려심 혹은 이타심과 같이 남을 먼저 생각하는 성격이라면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연습을 통해서 치유의 발걸음을 시작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심리학이나 명상하는 분들이 사용하는 기법 중에서 ‘버터플라이 허그(Butterfly Hug)’라는 동작이 있습니다. 동작이 나비와 비슷해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아주 간단하고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며 즉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안을 때는 마음속에서 사랑스러운 감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 나를 안고서 등을 토닥여 준다면 우리는 안정감이나 행복감과 같은 느낌이 생깁니다. 이 동작을 통해서 스스로를 안게 되면 다른 사람이 나를 안아주는 것보다 더 큰 행복감이 생깁니다. 보통 우리가 행복감을 느낄 때 기분은 들뜨기 마련인데 이 동작은 들떠있는 기분을 진정시켜 주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해줍니다.

버터플라이 허그는 1997년 멕시코의 아카폴코 허리케인 생존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치유하는 작업 중에 루시나 아티가스가 개발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가슴 앞에 두 손을 X자 모양으로 교차시켜 올리고 손바닥으로 번갈아 가볍게 자신을 토닥거리면 나비가 살랑살랑 날개짓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트라우마 치료 기법 중 하나인데 단순하면서도 효과는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속도나 호흡은 편안하게 느낄 정도면 되고 대략 3분 정도 부드럽게 다독여줍니다. 과거에 힘들었던 일들이 떠올라 괴롭거나 불안함이 몰려올 때 버터플라이 허그로 자신을 안아주는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과거의 경험이나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지금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어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다면 이 기법을 통해서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암과 투병하다 보면 마음을 잡기 어려운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검사결과를 기다릴 때, 의사와 마주 앉았을 때, 몸에 알 수 없는 증상이 생겼을 때 등등 무슨 일이 생기든지 암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심리적인 안정감이 중요하며 자신의 마음이나 기분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버터플라이 허그’ 동작은 어렵지 않고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아무 곳에서나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 동작과 함께 자신의 따뜻했던 기억을 되살려 떠올리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의 품속에서 느꼈던 감정도 좋습니다. 그 동안 살면서 따뜻하고 행복했던 느낌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 기억 속의 느낌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메말랐던 감정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뜨거운 열기를 만들어 줍니다.

암은 뜨거운 것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단지 몸에만 해당되지 않으며 마음 속 감정에도 해당됩니다. 눈에 보이는 암세포가 생기기 이전에 그 세포를 만들었던 나의 마음, 생각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에 뜨거운 감정이 생기면 암세포를 만드는 에너지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치유는 마음 속부터 일어나며 치료는 몸에서 일어납니다. 병원의 치료를 통해서 몸의 암을 치료한다면 스스로를 돌보는 작업으로 마음을 단단히 하고 불안감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치료와 치유는 서로 조화롭게 그리고 강력하게 진행되어야 암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나를 소홀히 했다고 여겨진다면 지금부터라도 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 간단한 치유를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뒤로월간암 202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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