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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편지] 사랑하는 내 새끼들
고정혁기자2007년 11월 14일 19:09 분입력   총 878038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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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 | 1남 1여(태양, 별빛)를 두고 있으며 2005년 2월 폐암말기 진단을 받고 2005년 3월~6월 사이에 쓴 일기. 1년미만이라는 시한부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에 둔 상태에서 썼으며 일기제목은 <엄마의 일기>, 부제는 <태양아 잘 간수하고 꼭 두고두고 읽어주길 바래>입니다.
현재 2년째 건강하게 생활 중.

2005년 3월 21일

엄마가 얼마나 오래살런지, 너희들 곁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구나.
조금만 일찍 병원에 갔더라면 이런일은 없었을텐데… .
내새끼들 정말로 미안하다. 땅을 치고 후회해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구나.
너희들은 어디가 이상하다 싶으면 꼭 병원에 가서 검진받아서 큰 병 미리 방지하고 살아라.
꼭 그러고 살아라.

그리고 살면서 남한테 절대로 피해주는 일은 절대로 절대로 하지말고 살아라.
조그마한 피해라도 절대 안된다. 그게 너희한테 더 큰 것으로 되돌아와서 너의 인생을 힘들게한단다.
절대로 남에게 피해주는 일은 안하고 산다고 엄마한테 약속할 수 있겠지.

그리고 살면서 돈욕심은 안부리고 살았으면 한다. 엄마는 돈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지 목숨을 걸만큼 큰 가치가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희들이 큰 부자로 안살아도 평범하게 남들처럼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 엄마의 부탁이다.

큰 돈 벌려고 욕심내지 말고 그저 밥먹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면 엄마는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다.
그리고 항상 건강 조심하거라.
몸에 좋은 음식만 먹고 술, 담배는 절대 안했으면 한다.
항상 건강할 때 건강은 지켜야 한다.


2005년 3월 23일

사랑한다, 내 자식들.
너희들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만이라도 엄마가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TV에서 17살난 여자아이가 아이를 혼자서 고통스럽게 낳는 것을 보았단다.
엄마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단다.
내 아이가 저런 일을 당한다면, 엄마도 없는 내 딸이 저런일이 생긴다면, 그 가슴아픈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내 아이에게 저런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하나님.
내 아이들이 충분히 커서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될 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아이를 낳아서 그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게 해주세요. 하나님!!


2005년 3월 25일

부모로써 엄마로써 당연히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야 하는게 당연지사이거늘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이런 상황이 되다니 정말로 미안하고 미안하다.
너희들이 엄마없이 이 험난한 세상을 어찌 헤쳐나가야 할지.
꿋꿋하고 씩씩하게 산다고 약속해주렴.
아빠와 함께 열심히 행복하게 산다고 약속해주렴.
사랑한다 내 새끼들.
그리고 너무나 미안하다. 정말로 너무나 미안하다.


2005년 3월 27일

햇살이 따사롭다.
살아있다는 건 이렇게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숨쉬고 살아있다는 건 그건 바로 하나님이 주신 최대의 축복이다.
그 축복을 마음껏 누리면서 감사히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들 모두 다.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다.
이러한 축복을 누리면서도 끝없이 욕심을 부리며 산다.
나 또한 여태 그래왔고 이제 죽음의 길목에 서서 깨닫는다.
아름다운 꽃, 나무, 동물들, 새들, 그리고 사람.
이 축복이 가득한 세상에서 태어나 행운을 가득받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나의 아이들은 하나님께 감사하며 이 세상에 태어난 축복을 마음껏 누리면서 살길 바란다.
욕심없이 착하게.


2005년 3월 29일

사람이 살면서 진정 부려야 할 욕심은 무엇일까? 돈은 아니다. 많은 돈은 헛된 욕심이다.
나의 아이들이 참으로 부려야 할 욕심은 건강이고 또 건강이라고 말하고 싶다.
외모에 대한 욕심, 이것도 아니다. 건강만이 이 세상을 편하게 사는 첫걸음이다.
그 다음에 공부를 좀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대학을 갈 수 있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으니.
공부욕심은 좀 부렸으면 좋겠다.
이외에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살았으면 싶다.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닌 진정 원하는 열정적인 일,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 그리하여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 그런일을 하고 살았으면 싶다. 


2005년 4월 2일

건강도 좋지못한 늙으신 노모를 내가 돌봐드리지도 못하고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드리다니.
심장도 좋지 못하시고 여러 가지로 좋지 못하신데 못난이 딸 때문에.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미칠것 같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평생 마음고생, 몸고생만 하셨는데 효도는 못할망정 이런 힘든 상황을 만들어드리다니.
너무 미칠것 같다. 빨리 기운을 차려야 한다.
내가 살아야 한다, 내가.


2005년 4월 9일

내 옆에 앉은 나의 엄마, 내 딸 별빛.
세상에서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 이 두사람에게 못을 박아서는 안된다. 자꾸만 눈물이 난다.
불쌍한 사람. 나 한 사람으로 인해서 이 두 사람에게 나는 못할짓을 한거다 불쌍하다. 너무나 불쌍하다.
사랑하는 사람들! 하나님 지켜주세요 제가 생명을 지켜서 이 두 사람 가슴에 못 박는 일이 없도록 하나님 제 생명을 지켜주세요. 


2005년 4월 15일

<태양이 아빠에게>
-나는 이 글을 아이아빠가 읽게되길 바라면서 쓴다.

태양이아빠! 아이들에겐 이젠 당신밖에 없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버팀목이 되어줘야 할 에미는 이제 죽고 당신 한 사람밖에, 추레하고 쳐진 어깨를 가진 당신밖엔 없답니다.
부디 이 아이들에게 언제나 당신의 사랑하는 가슴을 보여주세요.
언제나 내편이 이 세상에 있다는 그런 따뜻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것까지 무너지면 아이들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답니다.
당신이 어머니의 사랑으로 이 세상을 견뎌왔던 것처럼 우리아이들에겐 당신만이 전부랍니다.
이제 두 배로 아이들에게 베푸셔야 합니다.
그럴려면 당신의 많은 부분을 아이들에게 뺏기게 될 거예요. 그래도 하셔야 해요.
그게 당신이 하셔야 할 소명이랍니다.

1. 친구가 좋더라도 이제 밤에 아이들만 놓고 나가지 마세요.
2. 사업이 아무리 어려워도 아이들 생활비는 꼭 벌어야 합니다(아이들이 어렵고 힘들면 안됩니다).
3. 아이들이 밖에 나가 아주 나쁜 짓을 했으면 크게 혼내시되 조그마한 잘못같은 건 집에서 조용히 혼내시고 밖에서는 꼭 아이편을 들어주세요.
    남들이 나쁘다고 할지라도 그게 아이들에겐 우리아빠는 내편이고 날 사랑하시는구나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착해서 나쁜짓을 안할겁니다.
4.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결혼하세요. 저는 그걸 오히려 바란답니다.
    아이들에겐 삼시세끼 식사가 참 중요하답니다. 그리고 엄마의 손길, 정성도요.
    아이들을 사랑해주는 여자라면 저는 찬성한답니다.
5. 아무리 어렵고 힘든 시기가 닥치더라도 언제나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약속하세요.
6. 별빛은 여자아이랍니다. 제가 사는 날까지 성교육 단단히 시키고 가겠지만 얼마남지 않은 날, 아직 어린애한테 설명한다고 알런지. 당신이 꼭 잘 단속하세요.
    밤에 일찍 들어오기, 나쁜친구 사귀지 않기, 당신이 해야 할 일이랍니다.
7. 아이들 아프면 병원에 잘 데려가겠다고 약속하세요. 이 약속은 꼭 잘 지키셔야 합니다.
8. 별빛은 여자고 어린아이니 어린이 감기약을 사서 먹이세요.
9. 뭐든지 어린이약을 사서 용량대로 먹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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