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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일기] 초자연적인 현상을 기대하다
고정혁기자2007년 12월 07일 16:44 분입력   총 879402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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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 이승섭(74)_식도암과 갑상선 아래 전이된 림프절 치료 중. 비절제 식도암 생존율 0%라는 비정한 숫자를 도전으로 2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2006.06.11 (일)

모든 자연 현상에는 그 자연 현상을 통제하고 있는 일반적 법칙이 있는 것 같다.
그러한 법칙들을 과학자들은 과학적 관찰과 실험 등을 통하여 알아내고 있다. 다만 인간이 알아낸 어떠한 법칙에도 예외는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의학에서는 어떤 법칙보다도 통계자료로서 의학적 현상들을 설명하고 있는 것 같고, 내가 앓고 있는 식도암은 좀 묵은 자료지만 년간 9000명이 발생하고 있고 암으로 인한 사망율 중에서 8분지 1을 차지할 만큼 사망율이 고약스럽도록 높은 병으로 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그 위치가 중격동(中隔洞)에 있어 폐나 간으로의 전이도 용이하고 또한 임파절이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기에 TNM 분류상 1기에서 조차 전이가 시작되는 고약스런 암으로 되어 있나보다.
나 자신의 병세도 이미 1기에서 우측 갑상선 아래에 전이 임파종이 발생하였고 이 임파종이 성대신경을 압박하고 있어 말이 잠겨지게 된 것이었다.

모든 암의 경우가 그렇지만 가능한 한 원발암은 외과적 절제 수술을 전제로하고 있는데 특히 식도암의 경우는 절대적으로 절제수술을 해야 할 것으로 되어 있나보다.
그런데 문제는 외과적 절제수술을 하고난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이 고작 20%선 미만이라 한다.
나 같이 절제수술을 안 한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0%라 한다. 5년은 고사하고 3년 생존율조차 0%라 한다. 3년 안에 다 죽어간다는 것이다. 참으로 찬바람 불어대는 통계자료다.
물론 통계 숫자 일 뿐 모든 식도암 환자가 다 해당된다는 말은 아니기도 하지만 통계숫자란 존재하는 현상을 정확히 나타내려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으니 나 또한 필연적으로 보편성에 포함될 수 밖에 없다는 결과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현재의 나의 노력, 하루하루를 열심히 투병하고 있는 나의 노력은 말하자면 통계수자가 지니고 있는 필연성과 보편성으로 부터의 탈출시도라 할 수 있겠다.
통계수자를 벗어난다는 이야기는 바로 자연법칙 안에서 예외에 해당되기를 바라는 것과도 같은 기대일 것이다. 예외 없는 법칙은 없고 나는 그 예외에 속할 것이다 라는 바람은 바람으로서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자연계 법칙에서 예외 일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초자연적 현상을 뜻하기도 한다.
초자연적현상이라면 자연의 법칙 따위는 있으나 마나의 존재 일 것이다.
지금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3년 생존율을 지나서 5년 생존율도 지나보겠다는 마음가짐은 바로 초자연적 현상을 실현 시키겠다는 것인데, 아마도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100%의 노력만이 아니고 초인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아주 어려운 조건이 따른다.
초인적 노력으로 초자연적 현상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초인적 노력이라 꿈 속에서 조차도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래도 초자연적 현상을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나에게 알맞다고 생각되는 나의 맞춤형 요법을 찾아 헤매고 있다.

어리석게 괜한 짓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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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폴리스
이침 눈 뜨면 바로 마시는 플로폴리스 양을 늘려가고 있다. 두 세 방울 마셔오다가 대 여섯 방울로 늘리고 있다. 점차로 늘려 열 방울까지 늘릴 생각이다. 용법 설명에 10방울을 최대치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에 필요한 약제이며 꼭 필요한 약제냐 아니냐는 따질 필요가 없다.
머리 맡에 준비되어 있으니까 마시는 것이며, 있게 하여 준 딸아이의 성의가 고마운 정신적 치료제로서 보다 값진 약제이다.

녹즙
아침 녹즙은 거의 불변상태로 정해가고 있다. 당근 + 캬베츠 + 양파 + 생강 + 레몬 이다.
달라지고 있는 것은 양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200ml 정도인데 차차 300ml까지 올릴 생각이다. 그 이상은 배도 부르거니와 과유불급(過猶不及)일런지 몰라서다.
낮 녹즙은 브로콜리 새싹과 당근이다. 브로콜리 새싹 150그램 이상을 써야하는데 새싹 길러대기가 급하다. 외출하는 날은 낮 녹즙을 포기하는 수 밖에.
저녁 녹즙은 그때그때 따라서 달리한다. 굳이 야생초를 안 찾아도 녹즙 재료 종류가 너무 많아 선택에 신경이 쓰인다. 저녁 녹즙에도 생강이나 레몬은 합방시켜보기도 한다.
재료에 따라서는 마시기 역겨운 것들도 있어 맛을 좀 내기 위해서다.
녹즙 마시기 전에 이삼 분 단전호흡을 하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것은 습관화 되어버렸다.
마시고 난 다음에도 이삼 분은 단전호흡하며 몸과 마음을 다듬는다.

식사
생다시마철이 아니라서 기본 3종류도 내용을 바꾸어가고 있다.
안 바뀌는 것은 구운 마늘 세 쪽이다. 새싹도 브로콜리만이 아니고 기를 수 있는 모든 새싹종류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직접 수경재배하는 것이니 농약, 비료 걱정 안해도 좋아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다보니 집안에 새싹 기르는 모판들만 자꾸 늘어가는데 우습기도 하다. 말하자면 미니 가드닝이다.
며칠 전 아내가 옆에서 한 마디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청국장 만 먹어도 물리지 안해요? 청국장 기계가 없었더라면 큰일날 뻔했네요.”
물리지도 않고 날이면 날마다 끼니면 끼니마다 청국장을 먹고 있는 나에게 놀랐나보다.
청국장 체질인가. 나 자신도 나에게 놀라울 뿐이다.
아직도 멸치, 꽁치, 갈치 등 생선과 반숙 계란 정도는 들고 있으니 완전 채식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멸치는 잔가시가 식도 협착부위에 박힐 수도 있으니 되도록 먹지 말라는 충고도 받았는데 좋아서 먹는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하면 좋을지...

나는 아직도 나의 맞춤형 식이요법 패턴을 못 정해 인터넷 정보바다 속을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타
운동, 정신요법, 보완약제, 한방탕제 등등 기록해 둬야 할 일은 많이도 밀렸는데 피곤한 탓인지 이런 글들을 써둬서 뭐할 것이냐 라는 포기심리가 또 작용하기 시작한다.
열흘 전쯤에 걸린 감기가 아직도 뿌리 뽑히지 않고 있을 뿐더러 점점 폐 속 깊숙히 퍼져들고 있다. 이제는 가래도 기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폐 속 기관지에서 나오고 있다. 동네 병원에서 감기약 처방도 받아 복용하고 있고 주사도 맞았는데 악화일로다.  

뒤로월간암 200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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