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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이 사는법] 박경희님과의 만남
고정혁기자2008년 01월 26일 20:12 분입력   총 878143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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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53) | 유방암 5년째를 맞고 있으며 원자력병원 환우회 회장.


박경희님은 2002년 3월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그해 4월 수술을 했습니다.
항암 6사이클을 받고 6개월마다 추적 관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식이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10년 동안 만성위궤양, 통풍, 만성방광염에 시달렸는데 암 때문에 시작한 식이요법으로 완치되었습니다.

쑥뜸을 3년 정도 뜨면서 위 전체 굳은 것이 풀리고 손발 냉증이 많이 해소되었고, 2년 이상 하루 한 끼는 생식을 먹었습니다.
하루 1시간 정도 햇빛 받으며 숲속에서 걷기를 했습니다.

자기관리를 잘하기로 소문이 난 박경희님과의 대담입니다.


질문) 맨 처음 투병에 가장 중요한 점을 꼽는다면?

인생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해야 해요. 자녀가 중요한지, 돈이 중요한지, 암 투병해도 공부는 계속 할 것 이라든지, 자신의 경제적 여건, 가족, 환경에 맞춰 우선순위를 재설계하는 것이죠. 그래야 갈팡질팡 하지 않고 꾸준히 나갈 수 있어요.

답변) 투병에 시간이 필요한 점이 있다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이요. 그게 쉽지 않더군요. 제겐 신앙심이 큰 힘이 되었어요. 그래도 2~3년까지는 계속 문득문득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정말 필요해요. 겉으로는 쾌활하게 보이고 시원시원해 보이는 편인데 내 웃음이 공허하게 느껴졌으니까요. 그래도 부단히 노력해야죠. 시간이 지나면서 가깝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좀 이만큼 떨어져 보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도인이 되요. 웃음.

질문) 많은 환우를 지켜보았는데 가장 안타깝고 기억에 남은 사람은?

답변) 재호입니다. 골육종이였어요.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암에 걸려 32살이 되도록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무릎쪽에 암이 있어 움직이기도 힘들었고. 뭐하냐는 물음에 자기는 시체놀이 잘한다고, 우스개 소리로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시골동네에 젊은 애라곤 재호 그 아이 뿐이었어요. 모두 다 일하러 나가고, 새파랗게 젊은 애가 시들어가는 게 너무 맘 아팠어요. 그리곤 통화한 지 며칠 뒤에 그만 떠났다는 소식에 또 놀라고. 재호 어머님은 담담하게 그래도 며느리 손에 안보내고 내 품에 데리고 있다 보내서 다행이라고 하셨어요. 재호가 준 선인장은 제 책상에 잘 있답니다.

질문) 회장으로 정책이나,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답변) 병원치료를 끝낸 환우 중 그래도 건강하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해요. 검진, 치료비, 검사 등 병원 쪽의 지원에만 치중되어 있는데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여건에 있는 가장이 많아요. 모두 형편이 넉넉하진 않으니까요. 한번 대수술을 하고 관리를 계속해야 하는 데 예전처럼 직장생활을 하기도 힘들잖아요. 시간제 식으로, 자신의 약값 정도라도 벌면서 투병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마련해 주었으면 해요.

질문) 앞으로 계획과 희망이 있다면?

답변) <임종의 집>을 꾸리고 싶어요.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곳요. 혼자 운명해야 하는 노인이나 보호자 없는 사람들에게 가정집처럼 아늑한 곳에서 운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가족과 친구가 함께 모여 마지막 인사도 웃으며 나누는 시간도 갖고. 죽음은 고통이 아닌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게 제 꿈입니다.

뒤로월간암 200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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