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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내 - 몸이 아프다고 삶도 아픈 건 아니야
임정예(krish@naver.com)기자2019년 09월 27일 15:36 분입력   총 2155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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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명
펴낸곳 뮤진트리
정 가 15,000원


◆책 소개
이명의 자전적 에세이. 유방암 진단을 받던 2010년 1월 21일부터 현대의학이 할 수 있는 치료의 끝이라고 볼 수 있는 방사선 치료 마지막 날인 2010년 11월 5일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다. 수술을 거쳐 6개월간의 항암주사, 28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기까지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안내하는 이 없이 겪게 된 저자의 투병은 시작부터 줄곧 외로웠다. 매번 닥쳐오는 느낌은 혼란스러웠고 사람들에 대한 행동과 각종 검사 및 시술에 대한 대처는 서툴렀으며, 그 이후에는 좌절과 분노, 슬픔을 느낀 저자는 병을 알기 위해, 자신을 알기 위해 글을 써내려갔다. 치유의 길로 가는 기록이자 두려움과 막연함이 지금 이대로 좋다는 확신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을 통해 삶은 언제나 현재라는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별다를 것 없는 삶이라 할지라도 삶은 여전히 아름다운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책 속으로
꿈속에서 누군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얼마나 아프면 저렇게 울까. 그 신음 소리의 주인공이 몹시 가여웠다. 함께 울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정신을 차려 보니 병실 환자들 모두 나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있었다. (…) 그 울음의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머리맡 베개에는 빠진 머리칼이 수북했다. 잠시 정신이 들면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보았다. 저 창문이 밝아 오면, 저 창문에 아침이 깃들면 나아질 거야. 아침이 되면 나아질 거야. p.77

병실로 돌아와 눕는다. 남편이 몸을 잡아 눕혀 준다. 마지막 순간, 몸이 거의 침대에 닿는 순간, 남편이 손을 놓는다. 덜컥 소리가 몸속에서 울리고 아픔이 번개처럼 몸을 꿰뚫는다. 잠시 숨을 멈춘다. 아픔이 지나가도록, 아니 아픔을 잠재우도록. 아픔은 제 할 일을 다한 뒤에야 물러난다. 남편은 침대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누구도 타인의 몸을 알지 못한다. 여전히 나는 나, 남은 남. p.125

주사 맞은 지 나흘째, 깊이 잠든 적이 없다. 잠깐 졸다가 아픔 때문에 깨어난다. 항암주사, 유방암 환우 카페 여인들이 말한 아픔이 바로 이거였나 보다. 실체는 언제나 상상 이상이다.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실체를 알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가라앉을까. 어떻게 해야 좀 수월하게 견딜 수 있을까. 오른쪽으로 돌아누우면 괜찮을까? 돌아누워 본다. 아픔은 여전하다. p.176


나는 아픈 산이다. 내 안의 무언가는 나를 파고든 암 때문에 부서지고 파내어지고 결국은 죽었으나, 남은 부분들은 온전한 상태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다. 나의 뿌리는 깊다. 병든 것들을 걷어 냈으니 나의 몸은 갈등과 투쟁을 거쳐 온전한 상태로 회복될 것이다. 별다를 것 없는 삶이라 할지라도, 다른 이보다 하잘 것 없는 삶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피고 지는 삶은 여전히 아름다운 것. 내가 겪는 일상도 내가 느끼는 계절도, 자연도, 여전히 아름다운 것. 철따라 다른 향을 풍기는, 여전히 의연한 산처럼 살고 싶다. p.209
뒤로월간암 201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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