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수기
-> 투병수기
[투병이야기]10개월의 요양일지①
고정혁기자2008년 04월 08일 17:11 분입력   총 885456명 방문
AD

공창균 | 45세. 직장암4기.

전 45세 남자이고 간 전이된 직장암 4기환자입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몇 달간 변이 잘 안 나오고 잔변감이 심하고 혈변이 나와 병원에 갔더니 암 판정을 받고 간, 쓸개, 직장 절제수술을 받고 항암 12회, 장루복원수술을 마쳤습니다.
수술 후 몸무게가 83kg에서 63kg으로 20kg이 빠지고 2시간마다 인공장루를 비워야하는 어려운 생활이었습니다.
제가 독신이다 보니 혼자 밥해먹고 투병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어떻게 투병해야할지 막막하더군요. 그러던 차 감리교교육원에서 주최하는 3박4일 건강교실에 참석하여 임락경 목사님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내가 왜 암에 걸렸는지 내가 얼마나 유해한 환경에서 의식주 전반에 걸쳐서 나쁘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먹고 입고 생활해야 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내가 살 길은 ‘자연생활을 하는 것’ 이라 결론짓고 경남 양산에 있는 자연의원에 보름동안 입원해서 요양생활의 기초를 닦고 다시 전남 보성에 있는 교회운영 전인치유센터에 입소하여 10개월 생활했습니다.(복내전인치유선교센터 bn0675.org 문의 061-853-7310)

그간 꿈같은 시간들이었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치유가 되어 고통스럽지만은 않고 그동안의 시간들이 소중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요양원 생활]

저의 하루일과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05 : 40 / 기상
- 06 : 00 / 발목 펌프 운동
- 06 : 20 / 새벽예배
- 08 : 00 / 아침식사
- 09 : 00 / 환우들과 커피타임
- 10 : 00 / 오전 산책
- 12 : 30 / 점심식사
- 13 : 30 / 낮잠
- 15 : 00/ 오후 산책
- 17 : 00 / 전인 건강체조
- 18 : 00 / 저녁 식사
- 19 : 30 / 저녁예배 또는 자유시간
- 22 : 00 / 취침

암환자에게 제일 중요한 생활습관 3가지는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것입니다.
요양원은 저녁 9시만 넘으면 불이 꺼지고 모두들 일찍 잠을 잡니다.
10시부터 1시까지 우주도 잠자는 시간이라 인체도 충분히 숙면을 취해야 하고 이때 멜라토닌이 많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저는 9개월 동안 인공장루를 차고 있었는데 2시간마다 장루를 비워야하니까 잠을 제대로 못자서 힘들었습니다.
장루 복원한 이후 지금은 잦은 배변때문에 잘 못잡니다. 심할 땐 하루에 40번, 요즘은 15번 정도 화장실을 가니 꼭 낮잠으로 보충합니다.

다음은 잘 먹는 것인데 제가 요양원에 들어온 제일 큰 이유가 식사 때문입니다.
혼자서 유기농재료 사다가 3끼 밥해먹다 보면 하루가 다 갑니다. 두 달간 똑같은 된장국, 현미밥 먹다가 두 손 들고 요양원으로 들어왔습니다.
이곳에 와서 제일 행복할 때가 식사시간이었습니다. 일주일 메뉴를 쫘악 끼고서 식판을 3번씩 갖다 먹을 때도 있었으니까요.
주위분들 중 영양실조로 돌아가시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통증이 심하면 식욕이 없고, 식사를 못해 체력이 딸려서 거동을 못하고, 그러다보면 복수차고 정신이 혼미해지더군요.
이럴 땐 무조건 잘 먹어야 합니다. 고기, 생선 음식가릴 처지가 아니더군요. 일단은 체력보강을 해야 합니다.
한번 체력이 하강곡선을 그리면 걷잡을 수 없이 가라앉습니다. 요양원식사는 무지개색 밥상이라고 보면 될 정도로 몸에 좋은 것들입니다.
아침은 죽과 떡, 과일, 채소샐러드류, 점심저녁은 현미밥, 국, 과일, 견과류, 생선, 각종 나물, 야채쌈 등 각종 영양소들이 충분한 식단이라 밖에 나가면 제일 아쉬운 점이 식사였고 집에서도 이렇게 골고루 해먹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외 보조식품으로 많은 것을 먹고 있습니다.
상어연골, 아가리쿠스버섯, 락토페린, 내이춰바이오틱스, 오메가자임, 크롬, 센트룸, 산야초, 프로폴리스, 펙틴, 숯가루 흑, 비타민C, 셀레늄, 북한항암제 장명, 금령수, 죽염, 녹즙( 신선초, 케일 칡순, 불미나리, 민들레), 마늘, 꾸지뽕나무, 명감나무, 느릅나무껍질, 칡뿌리, 다슬기, 홍삼엑기스, 약초환 등을 복용했습니다.

보조식품으로 워낙 많은 것을 먹다보니 어떤 한 가지가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고 마음이 안심되는 든든함은 있습니다.
환우들은 야채스프, 차가버섯, 복어즙, 오리엑기스, 삼백초, 미네랄, 청국장 등을 드시는데 환우들 먹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 내 모든 보조식품은 다 복용하더군요.
처음에는 보조식품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지금은 단지 면역강화, 해독작용, 몸에 부족한 영양소공급 정도 생각하고 먹고 있습니다.

제가 직장암이라 배변도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나도 모르게 설사를 자주하니 항상 생리대 차고 살고 항문이 헐고 쓰려서 좌욕하고 연고 바르면서 생활합니다.
저 같은 경우 변 굵기가 가느다랗습니다. 공중화장실을 쓸 때 가끔 물 안 내린 경우 다른 건강한 사람의 굵은 변에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참 별게 부럽구나 합니다.

운동은 오전 오후로 한 시간씩 산책합니다.
산속에 있어 등산로가 좋습니다.
환우들과 떼를 지어 산책하며 도란도란 대화도 나누고, 산딸기도 따먹고, 좋은 공기 마시면서 자연을 만끽합니다. 오후에 체조를 통해서 스트레칭을 하고 가끔 방에서 국선도도 하곤 했습니다. 무엇보다 산 속 자연환경만으로도 치료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좋은 공기, 물, 햇살, 소나무 향 맡으며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의 아름다움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봄에는 민들레, 쑥, 칡순, 더덕, 자운영, 취나물, 등 각종 봄나물이 많아 좋고 여름에는 산딸기 따먹고 시냇물에 발 담그며 더위를 모르고 지내고 가을은 단풍구경하고 겨울은 하얀 눈밭을 거닐며 살았습니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라 과거에 자유롭지 못하고 속상해하는 것은 허상에 매달리는 것이고,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고 오지도 않는 내일을 미리 걱정하는 것도 허망한 것이며 오로지 진리는 오늘 ‘지금 여기에’ 살아있다는 것이며 그러하기에 어떤 처지에서든지 현재 숨 쉬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은 것이 제 소망입니다.

사랑받는 세포는 암을 이긴다고 합니다.
사랑의 중보기도를 할 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돌아가면서 서로 꼬옥 껴안아주며 “사랑합니다” 라고 속삭입니다. 이것이 암환우들이 제일 좋아하는 스킨십입니다.

암환우 및 가족 여러분! 조금 쑥스럽겠지만 서로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합시다.

뒤로월간암 2007년 4월호
추천 컨텐츠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