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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이야기] 생명의 끝자락에서 앞으로, 앞으로
고정혁기자2008년 05월 06일 22:45 분입력   총 87919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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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모(33세) | 백혈병 4년차

어느덧 발병한지 4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 있다는 것에 항상 하나님께 감사하고 저에게 조혈모를 기증해주신 이름 모를 그분께 감사하게 생각하며 나의 치료를 위해 간병을 해준 누나와 경제적으로 힘이 되어준 형, 항상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부모님, 그밖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항상 감사하며 이렇게 이 글을 시작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 2003년 봄부터 기운이 없고 알 수 없는 헛구역질로 체중이 10kg이 줄고 심한 피로감이 계속되어 직장 생활이 힘들 정도로 상태가 나빠져서 4월에 종합검사를 해보고자 전북대 병원에서 검사하던 중 피검사 결과가 이상하여 입원하여 일주일간의 여러 검사와 골수 검사를 거쳐 주치의에게서 골수이형성증 이라는 진단을 받고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온몸에 힘이 빠지며 멍한 채로 한참을 서성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에 망연자실 했습니다.

감기 하나 안 걸리고 내 몸 하나는 튼튼하다 믿고 여기까지 달려와서 조금은 안정된 생활을 할 즈음에 이런 큰 병이 찾아오니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보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데 이런 큰 병을 안겨줬다는 미안한 마음에 그때는 가족과 형제들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담당 교수님과 상담 중 골수이형성증은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항암요법과 이식을 하려면 일억 원이 훨씬 넘는 비용이 들것이라 하셨습니다.
만약 좀 더 시간이 경과하여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된 후에 치료를 한다면 위험부담은 있지만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후 돈도 없는데 치료도 못할 뿐더러 살 수 있다는 기대보다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항암치료만이라도 하자는 생각에 전북대 병원에서 치료받고자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설득 끝에 시골로 내려와 3개월이 지난 2003년 9월에 병원에 가보니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2차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빨리 항암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여 바로 입원하여 히크만 카테터를 달고 바로 무균실이란 곳으로 들어가니 침대에는 비닐로 씌워 있고 사람과 일체 접촉도 할 수 없으며 혼자서 이겨내야만 하는 그곳은 바로 감옥이 따로 없더군요.

항암제가 투입이 되면서 혈액수치들이 떨어져서 면역성이 없어지면서 열이 40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머리는 깨질듯이 아팠습니다. 주사제가 늘어나고 투입이 될 때마다 열은 반복적으로 올라가며 그때마다 고열과 심한 두통으로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1차 치료하는 동안 몸무게는 10kg이나 빠지고 열이 떨어질 쯤 혈액수치들도 다시 오르고 골수 검사를 해보니 어려울 것 같았던 관해가 되어 이식을 위해 형제들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형제 모두 맞지 않아 타인을 알아본 결과 1명의 공여자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안도의 한숨이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유일한 희망이었던 기증자가 기증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저를 버리지 않더군요. 1차, 2차의 항암(공고요법)을 한 뒤 고맙게도 거부하셨던 기증자로부터 기증 승낙을 받았습니다.
가족과 나의 기도가 하나님을 통하여 그분께 하나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되어지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정말 무슨 말로 표현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공여자를 알 수만 있다면 뛰어가서 큰 절을 백번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이식을 위해 서울아산 병원으로 옮긴 후 3차, 4차 공고 요법을 실시 후 2005년 5월 3일 무균실에 입원하여 항암제를 맞고 5월11일에 공여자의 골수가 내 몸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기도하면서 저에게 골수를 준 공여자와 사랑하는 가족들과 모든 이들에게 너무나 고맙고 감격스러운 눈물과 함께 다시 태어난다는 기쁨 같은 물결이 마음속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무균실에서 회복하여 일반병실로 나오니 또 한 번 시련이 시작되더군요.
장이 헐고 하루에도 20번이 넘는 심한 설사로 인한 장 숙주반응이 나타나고, 각종 거부 반응으로 고생하면서 다시 생명의 끝자락에 다녀왔습니다.
그때에도 가족들과 함께 믿음으로 기도하면서 죽음 앞에 굴하지 않고 고통을 이겨내고 85일 만에 퇴원하던 날, 병원 문을 나서니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흐르고 눈에 비치는 모든 것들을 다시는 못 보리라고 생각했던 때가 떠올랐고 어려운 투병기간 동안 제 곁을 지켜주었던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제게 도움을 준 모든 사람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과 믿음과 사랑이 이병을 이겨 낼 수 있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고 약을 줄여가며 조금씩 머리카락이 자라고 시간이 흘러 건강해져서 어느덧 이식한지 3년이 흘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힘든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어렵게 이겨내며 최선을 다하고 내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지혜로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고 주어진 현실에서 원망과 슬픔을 이겨내고 살아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고, 지금은 산과 여행을 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인내와 체력을 기르며 살아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모든 일을 하나님께 감사하고 항상 즐겁고 내가 먼저 웃음으로 남에게 웃음과 행복을 줄 있는 일을 찾으며 내가 미흡하나마 남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어려움은 찾아오지만, 이 시련이 일찍 저에게 찾아 왔고 미리 포기하기보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기에 시련을 극복하고 이겨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살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앞으로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배풀며 이제까지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보면서 살아가려 합니다.

병마와 싸워 이겨 승리할 수 있는 여러분들이 되셨으면 합니다.

뒤로월간암 200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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