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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수술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1년 10월 29일 16:37 분입력   총 448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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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목 | 김진목파인힐의원 대표원장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및 파인힐병원장 역임
(사)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 대한민국 숨은명의50에 선정
마르퀴스후즈후(세계3대 인명사전) 평생공로상
<통합암치료 쉽게 이해하기>등 다수 저술


최근 암 환자의 증가와 함께 로봇 수술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아무리 과학 시대이지만 로봇을 믿을 수 있나?”, “숙련된 외과 의사에게 수술을 맡기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로봇 수술은 사실 로봇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아랫글을 읽어 보시라.

로봇은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를 말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AI, IoT, 5G 등이 접목되어 로봇이 스마트화하면서 산업현장은 물론 사회 전반에 로봇 활용 분야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가까이는 홈서비스 로봇이 있다. 청소 로봇, 간병 로봇, AI 서비스 로봇, 엔터테인먼트 로봇, 잔디 깎기 로봇, 보안 로봇 등 다양하다. 여기에 비서, 집사, 빨래 개기, 요리, 설거지, 분리수거, 반려동물 돌봄, 교육, 원격진료 등에까지 로봇의 활용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개인 보조 로봇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개인 재활훈련용, 개인 간병용, 개인 이동 및 거동 보조, 개인 건강관리용, 개인 오락 및 취미용, 감성 교감, 오락용 무인비행, 개인 탑승형 이동 등 돌봄 로봇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농업용 로봇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GPS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트랙터와 자율주행 이앙기, 제초, 방제는 물론 초정밀 접목, 분화류 이식, 딸기 수확 등 시설 농업 분야와 함께 젖 먹이기, 사료 급이, 착유, 분뇨 청소 등 축산분야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의료서비스 분야는 단연 관심사다. 수술 로봇과 수술 보조 로봇을 비롯해 신체 삽입형, 재활치료, 재활 보조, 간병, 물류, 약재 처리, 원격진료, 진료 연습·평가 등 신기술과의 접목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의료용 로봇 연구는 최근 20년 새 눈부시게 발전했다. 초정밀 제어 기능과 원격제어 기능을 갖춘 수술 로봇은 의사를 훌륭하게 돕는다. 가는 구조의 팔과 내시경 덕분에 최소한의 부위를 절개하고 수술한다. 덕분에 환자의 회복 속도가 빠르고 수술 성공률도 높다.

재활 로봇 분야는 삶의 질 향상과 고령화라는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 로봇 기술을 이용해 장애인과 고령자의 운동을 보조하는 로봇도 이미 개발되고 있다. 사고나 뇌 손상으로 인한 신체의 운동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로봇 장치도 연구 중이다. 특히 구미 선진국의 경우 물리 치료사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방법에서 탈피해 장시간 재활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휠체어에 부착하는 로봇 팔 ‘자코(JACO)’는 사람의 팔과 유사하게 움직이면서 일상생활을 돕는다. 일본 혼다의 케어 로봇 ‘아시모(ASIMO)’는 음식 서빙이나 전등 소등과 같은 집안일에 특화됐다. 리켄사가 개발한 곰 얼굴 모양의 ‘로베어(ROBEAR)’는 침대에 누워 있는 노인을 휠체어로 옮기거나 혼자 움직이기 힘든 환자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NAO)’는 노인센터에서 같이 생활하며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범 모양의 애완 로봇 ‘파로(PARO)’는 실제 반려동물과 비슷한 행동을 해 고령자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개발됐다.

로봇에 의한 재활의 장점은 치료의 질을 향상하게 시키고, 환자 개인에 맞는 일정한 속도와 힘으로 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치료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의료 로봇을 포함한 의료자동화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 9%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다. 2025년에는 756억 달러까지 시장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수술 로봇 시장은 2024년 208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의료서비스 분야의 로봇들은 다른 분야의 로봇처럼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동작하는 기계장치를 의미하지만, 로봇 수술은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로봇 수술’이란 첨단 수술 기구인 로봇을 환자에게 장착하고 수술자가 원격으로 조종하여 시행하는 내시경 또는 복강경적 수술 방법이다. 내시경 수술은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구멍을 통해 진행하는 수술을 말하는데, 복강경 수술이란 내시경을 통해 복부 수술을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로봇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마련된 콘솔에서 화면을 보면서 조작하는 의사의 손동작을 따라서 환자의 몸에 장착된 로봇팔이 원격으로 수술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로봇 손은 굵기가 5~8mm에 불과해 사람 손이 닿기 힘들고 뼈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부위를 수술하기 적합하다.

몸에 5~6개의 구멍을 뚫어 로봇 팔 세 개와 카메라를 넣어 수술하는데, 카메라가 비치는 영상을 보며 의사가 조종간을 조작하면 로봇 손이 수술하는 방식이다. 집도 의사는 로봇과 떨어져 있는 조종 콘솔에서 로봇의 카메라와 수술 기구들을 조종하여 수술을 진행한다. 보조수술자와 간호사는 환자 곁에서 집도 의사의 수술을 보조한다.

수술의 방법과 범위는 통상적인 전통적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과 유사하며, 위장관 계통의 수술에서처럼 장의 재건이 필요한 경우에는 로봇이나 자동 문합기를 이용하여 뱃속에서 문합(떨어져 있는 장을 이어주는 것) 하기도 하며, 복부 피부에 작은 절개창을 내어 그 절개창을 통해 문합을 시행하기도 한다.

갑상샘 수술이나 전립샘 수술 등에서는 신경 손상에 의한 합병증을 최소로 하기 위해 신경을 확인하고 보존하는 술식이 중요한 것으로 되어 있으며, 로봇이 제공하는 높은 배율의 확대 영상과 자유로운 로봇 수술 팔의 움직임은 신경보존 술식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복강경 수술 등 최소 침습수술 방법이 가진 장점인 작은 흉터와 빠른 회복 등의 장점을 기대할 수 있으며, 부가적으로 3차원의 높은 해상도를 기반으로 최대 15배로 확대한 이미지로 좋은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수술하는 의사의 손 움직임이 디지털화되므로 집도 의사의 미세한 손 떨림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기존 복강경 기구에 비해 관절을 이용하여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팔을 사용하여 통상적인 복강경 수술에서 시행하기 어려운 공간적 움직임을 좀 더 쉽게 시행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좀 더 정밀한 수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현재 그 효용성을 연구한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로봇 수술 후의 경과는 기존의 절개 수술 및 복강경 수술과 유사하다. 복부의 경우 피부 봉합을 제거한 후 1~2일 후 샤워가 가능하며, 수 주 내에 집안일과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다.
위절제술을 받았을 때는 초기에는 음식을 소량씩 자주 나누어 섭취해야 하며, 수개월에 걸쳐 천천히 섭취량을 증가시키면 된다.

위장관이 절제되는 수술이 아닌 경우에는 수술 후 1~2일 내 정상적인 식사가 가능하며, 위장관이 절제되는 수술의 경우에는 수술 후 2~3일 정도부터 식사를 시작한다.
갑상샘 수술의 경우 수술 당일부터 식사를 시작한다.
배액관을 꽂고 있는 경우에는 배액 양과 성상을 살펴서 제거하고 갑상샘 수술의 경우 대개 수술 후 3일째, 위장관 암의 경우 수술 후 7~8일째 퇴원한다.

부작용이나 합병증도 복강경 수술과 같다. 유륜 주위를 절개해서 로봇을 장착하는 갑상샘 수술의 경우에도 유선이나 유방 실질을 손상하지 않는 부위로 접근하므로 가임기 여성의 수유 능력을 저해하는 위험이 없다.

로봇 수술의 단점으로는 로봇 장착과 분리 등의 추가 시간이 필요하며, 기존 수술보다 고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술에 걸리는 시간은 어떤 수술이냐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개복/절개 수술보다 로봇을 장착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좀 더 오래 걸린다.

갑상샘 절제술의 경우 대략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복부 암 수술의 경우에는 수술 기구의 크기가 작고 수술 공간이 넓어 로봇 조작이 많으므로 기존 수술보다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여 대체로 4~6시간 정도 소요되며, 때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시간이 요구되기도 한다.

수술에 사용되는 로봇은 미국 회사가 독점 생산한다. 로봇 수술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으며 기존 수술보다 진료비가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다.

요즘 코로나 19 환자를 치료하던 지구상 곳곳에서의 의료진의 감염 소식을 접한다. 전염병 검사나 치료에 로봇을 투입할 수 없을까? 환자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감염 우려 없이 안전하게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 로봇은 먼 미래에나 가능할까? 격리·음압병실에서 로봇이 환자를 돌보는 일은 언제 볼 수 있을까?

뒤로월간암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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