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에세이나비 여인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2년 02월 15일 13:16 분입력 총 196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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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철우 | 수필가
종합병원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 있다면 안과일 것이다. 시력 문제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으므로 1층 출입구와 멀지 않은 곳에서 쉽게 안과를 찾을 수 있다. 게다가 진료 전 받아야 할 검사도 많고, 세부 진료과도 다양해 안센터라는 호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나는 수술 후 상복하던 약의 부작용으로 안과를 다닌 지 꽤 오래되었는데, 안과를 다니며 잊을 수 없는 두 사람을 만났다.
그분을 만난 건 우연이었다. 안과 복도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무료한 시간을 깬 건 80대의 노인이었다. 간호사와 동행하던 노인이 마침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흘끗 본 옆모습에도 낯익은 얼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고 처진 눈은 늘 웃음기를 띄고 있으며, 한없이 인자한 할아버지를 연상시키는 그는 바로 김수환 추기경이었다.
대기실의 분위기가 잠시 소란스러워지며 자신의 향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신다. ‘아픈 사람이 참 많아.’ 한숨까지 섞은 안타까운 독백에 이어, 이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어디가 아퍼서 왔어?’라고 물으신다. 안과 대기실에 앉아 있기엔 젊은 나이라 생각했는지 안쓰러움이 한가득 묻어나오는 목소리다. 수술 후 약물 부작용으로 안과 치료를 받으러 왔다고 하니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신다.
고통 속에 산 날들이 느껴지시는 걸까? 작은 기도라도 해주시는 걸까? 동행하던 간호사가 돌아와 다음 진료 일정을 안내하니 일어서 내 등을 두드리며, ‘빨리 나아’라고 말씀하신다. 눈앞에서 보는 인자한 얼굴과 손자를 대하는 듯한 말투 그리고 한없이 선한 눈동자가 가슴에 턱 하고 박힌다.
추기경님을 만난 후 몇 해가 지나 선종 소식을 들었다. 생전 장기기증 서약에 따라 안구 기증이 이루어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몇 해 전 바로 눈앞에서 본 그 눈동자가 누군가의 눈에서 계속 반짝일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두 번째 잊을 수 없는 사람을 만난 곳은 안과 진료실이었다. 늘 대기인원으로 붐비는 안과 병동에서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위해 첫 번째 진료 대기 환자는 진료실 안쪽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얇은 커튼 한 장으로 구분해 놓은 대기실 아닌 대기실이었으니 진료를 받는 환자의 상태를 듣지 않으려고 해도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대기실에 들어와 앉으니 이미 진료실의 무거운 분위기가 커튼을 뚫고 건너왔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와 앞으로 진행될 증상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야의 폭은 점차 줄어들 것이고, 결국 실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의 속도는 느린 듯했지만, 단호함은 진단의 정확성을 말해주고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의사는 언어를 얼리고 날을 세웠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잔인하리만치 냉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커튼 너머의 타인도 놀라 손발이 떨리던 선고의 순간은 이따금 들려오는 여인의 훌쩍임이 없었다면 현실 세계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커튼을 밀치며 나오는 여인의 눈은 이미 부어 있었다. 진료 받으러 들어가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 타인에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외면하는데, 손에 든 손수건에 박힌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하고 있었다. 주인의 어깨가 들썩일 때마다 나비는 안타까운 몸짓을 하고 있었다. 진료실의 의사 앞에서 나비는 얼마나 날갯짓을 했을까.
봄꽃이 만발하던 그해, 나도 비슷한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이 곧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두려움이 목덜미에서 서늘하게 다가왔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죽는다’는 명제가 갑자기 나를 호명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세상을 딛고 선 다리의 힘이 한없이 가벼워지고, 사람들과는 보이지 않는 벽으로 나뉘어 어린 딸아이와 아내를 향해 아무리 팔을 뻗어도 닿지 않고, 나는 조금씩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창문을 닫고 어둠 속에 머무르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플라타너스 잎보다 큰 생각의 조각들이 찾아와 머릿속을 헤집고 갔다. 그 편린의 모서리에 부딪혀 생채기가 나고, 그 상처를 보듬는 일이 반복되면서 삶에의 의지가 조금씩 싹 텄다. 나비 여인도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을 것이다.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진료를 받고 나오자 나비 여인은 여전히 진료실 앞에 앉아 있었다. 황망한 표정의 얼굴에는 희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간절함이 묻어나왔다. 무엇인가 해봐야 하는데, 다른 방법을 찾아달라고 사정이라도 해야 하는데 막상 일어날 기운도, 쉽게 자리를 떠날 수도 없어 보였다. 쉼 없이 일어나는 생각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환자들도 하나둘 떠나 휑해지는 병원 복도에서 연신 눈물을 찍어내고 있던 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본 나비 여인의 모습이었다.
나비 여인의 모습에서 추기경님을 떠올린다. 나비 여인과 같은 사람에게 추기경님의 안구가 이식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푸근해져 온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그 선한 눈동자가 없어지지 않고 세상에 남아 있다는 것은 반갑고 기분 좋은 일이다. 나비 여인의 나비도 춤을 멈췄으면 좋겠다.뒤로월간암 2022년 2월호
- [에세이] 사유(思惟)를 만나다
글: 김철우(수필가) 가벼운 옷을 골랐다. 늘 들고 다니던 가방을 놓고, 가장 편한 신발을 신었다. 지난밤의 떨림과는 무색하게 준비는 간단했다. 현관문을 나서려니 다시 가벼운 긴장감이 몰려왔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전시였던가. 연극 무대의 첫 막이 열리기 전. 그 특유의 무대 냄새를 맡았을 때의 긴장감 같은 것이었다. 두 금동 미륵 반가사유상을 만나러 가는 길은 그렇게 시작됐다. 두 반가사유상을 알게 된 것은 몇 해 전이었다. 잡지의 발행인으로 독자에게 선보일 좋은 콘텐츠를 고민하던 중 우리 문화재를 하나씩 소개하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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