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에세이[에세이] - 냄새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22년 06월 16일 19:15 분입력 총 1564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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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철우(수필가)
현관문을 열자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익숙한 냄새는 아니었지만, 음식물이 탄 냄새라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한껏 놀란 코끝은 두리번거리며 냄새의 진원지를 찾았다. 아내가 저녁 메뉴로 장조림 운운한 것을 생각하면 분명히 고기 탄 냄새일 텐데, 집안 살림이라면 9단은 족히 되는 집사람의 실수 또한 낯선 일이다. 냄새는 생각의 진행을 방해할 만큼 고약하게 콧속을 파고든다. 저녁 반찬을 태운 안타까움까지 더해 아내는 얼마나 놀라고 황망했을까. 환기를 위해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창을 열어놓은 것이나, 힘에 부친 듯 윙윙거리며 자신의 최대능력을 강요받고 있는 공기청정기나, 탄 흔적이 역력한 그릇에 수없이 손이 간 흔적을 보니 냄새를 잡기 위한 아내의 안쓰러운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그러나 아내의 이런 노력과는 달리 냄새는 집안의 모든 것에 들러붙어 자신의 위용을 뽐낸다. 냄새란 소리처럼 허공에 흩어지며 스러지는 것일 줄 알았는데, 이번 냄새란 녀석은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필사적이다. 늦가을의 나뭇잎 태우는 냄새가 폐 깊숙이 들이마셔 추억을 담아내고 싶은 것이라면, 이번 냄새는 자신의 살을 먹는 인간을 향한 동물의 복수심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로 고개를 내젓게 한다.
수시로 창문을 열고 사는 며칠이 지나며 냄새는 기세를 잃기 시작했지만, 마침 그날, 마루 한구석에 널어놓았던 수건만은 예외였다. 수건에는 얼마나 단단히 냄새가 뱄는지 코를 찌르는 기세가 점령군 장수의 그것이어서 화장실의 수건 보관함 문을 열기가 망설여지기까지 한다. 더구나 유난히 털이 길어 푹신한 수건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기도 힘들 정도로 냄새가 심했다. 마치 일사 항전이라도 준비하듯 집안에 남은 모든 냄새를 모아놓은 최후의 보루 같았다. 그런데 하루를 마친 후 피곤으로 지친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들기 전, 그 푹신한 수건에 얼굴을 깊숙이 묻고 뱉어내는 한숨은 그날 경험하는 힐링의 마침표였다. 힐링에서 고통으로. 이렇게 딴판으로 달라진 수건의 이미지 변화로 인해 내가 느꼈던 심리적 고통의 크기가 오히려 더 크지 않았을까.
수건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강한 햇볕과 바람의 도움을 받고자 옥상에 널어 놓기도 했다. 물론 세탁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세탁기 속에서 물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세제를 맞아 곳곳까지 씻겨 내리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물이 닿지 않는 곳, 세제에 씻기지 않은 곳이 없으련만, 수건은 서너 번의 세탁 과정을 이겨내고 예의 그 고약한 냄새를 아직도 끌어안고 있다. 인간의 오감(五感) 가운데 가장 둔한 것이 후각인 줄 알았다. 그래서 좋은 냄새는 좋은 대로, 또 나쁜 것은 그것대로 오래 노출되며 무뎌질 줄 알았는데 정신이 번쩍 날 정도의 냄새는 그런 기준에도 예외인가 보다.
도대체 수건의 어느 부분에 냄새를 숨겨 놓아 물과 세제 그리고 햇볕과 바람까지 견뎌낼 수 있는지……. 그런데 따지고 보면 숨어 살아가는 존재가 어디 냄새뿐일까. 상황을 그대로 옮겨와 사람에 대입해봐도 등호가 성립할 수 있는 경우는 부지기수가 아니던가. 존재하지만, 인정되지 못하는 무수한 사람은 오로지 땀 냄새만으로 흔적을 남기고 있지 않은지. 사람이 아닌 사물에게 삶을 빼앗기는 시대에 살며 흔적조차 남기기 어려운 사람들의 체취가 오늘도 허허롭게 강변에 흩어지고 있지 않은지.
지독한 냄새 가운데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끈질기게 달라붙어 영향을 미치는 인연(因緣)을 떠올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우리의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이 이렇듯 우리의 어딘가에 붙어 오랜 시간 영향을 미친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많은 관계가 이와 같은 원리라면 어떨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며 지독한 침입자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고통을 주던, 털이 긴 수건에서도 냄새는 자취를 감췄다. 이제 샤워를 마친 후에도 무심히 수건 보관함을 열게 되었다. 열렸던 창문은 닫혔으며, 공기청정기의 소리 역시 잠을 자는 듯하다. 그날 지진해일처럼 머릿속을 온통 뒤집어 놓더니 오늘은 언덕 위에서 잔잔한 바다를 본다. 그러나 남을 미워하는 감정이, 나를 미워하는 타인의 감정이 어딘가에 숨어 고통을 주는 냄새와 같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참으로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뒤로월간암 2022년 6월호
- [에세이] 사유(思惟)를 만나다
글: 김철우(수필가) 가벼운 옷을 골랐다. 늘 들고 다니던 가방을 놓고, 가장 편한 신발을 신었다. 지난밤의 떨림과는 무색하게 준비는 간단했다. 현관문을 나서려니 다시 가벼운 긴장감이 몰려왔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전시였던가. 연극 무대의 첫 막이 열리기 전. 그 특유의 무대 냄새를 맡았을 때의 긴장감 같은 것이었다. 두 금동 미륵 반가사유상을 만나러 가는 길은 그렇게 시작됐다. 두 반가사유상을 알게 된 것은 몇 해 전이었다. 잡지의 발행인으로 독자에게 선보일 좋은 콘텐츠를 고민하던 중 우리 문화재를 하나씩 소개하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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