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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일기]논리적 고찰이 필요한 시점에 서서
고정혁기자2008년 10월 16일 18:13 분입력   총 878939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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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섭님의 병상일기 13번째 이야기

논리적 고찰이 필요한 시점에 서서
2007년 8월 8일(수)

간수치 중에서 AST(GOP)가 50대로 늘더니 보름 후에는 80대로 늘었기에 그동안 무척 고심에 찬 나날들을 보내왔다. 문제는 병변이 있는 것은 확실한데 현 단계로서는 아직 그 원인을 밝힐 수가 없기 때문이다. 환자가 걱정하고 문의하면 의료진에서는 조금만 더 두고 보자고 할 것이고 그래도 더 졸라대면 당연히 초음파 검사에 이어 CT검사를 권할 거다.
그런데 8월 22일에는 PET검사가 석 달 전부터 예약되어 왔으니 한 발 앞서서 초음파나 CT검사를 받는다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현 시점에서는 초음파나 CT로 병변 원인이 확실하게 나올 단계도 아닌 것 같다. 결국은 불안해도 참아가며 좀 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기다려볼 것인가? 그 시간적 경과가 중요한데….

전이성 수치 증가라면 앞으로도 꾸준히 야금야금 증가할 것으로 생각 된다. 급성 염증이었다면 이미 급상승한 수치로 나타났을 터인데 그런 수치는 아니니 간염은 일단 제외해도 좋겠다.
생각해볼 수 있는 원인은 녹즙 재료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닌가싶다. 나름대로 신경은 써왔지만 여름철 한참 더울 때임으로 눈에 안 보인 상한 것이 있었을지 모른다. 가장 희망적 병인이 되겠는데 일단은 그렇다고 믿고 그 전제하에서 나의 길을 가야하겠다.
단식부터 다시 하여보는 것이다. 단식과 여러 질병과의 관계는 이미 많은 문헌들이 있는데 유독 단식과 간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된 바가 없는 것 같다. 아직 못 찾아내고 있다. 단식을 금하는 조건은 체중이 42키로 미만의 병약자(보통 키를 기준으로 한 수치일 것이다.), 위궤양 등 위에 출혈성 질환이 있는 환자(아마 장도 같을 것이다.), 심한 고혈압 환자, 나야 해당 안되는 자궁에 출혈이 있는 부인들 등등 몇 가지가 있기는 하다.
간을 쉬게 한다는 뜻에서는 단식도 간에 좋은 현상이 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어쩌던 단식은 원래 지난 6월 달에 실행할 생각이었었는데 세속적 일에 너무 매달리다가 시간만 지난 것이다. 체중이 발병 전으로 돌아온 6월에 바로 단식을 하였다면 지금 같이 간수치 때문에 골치 썩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일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당장 단식을 결행하는 것이다. 다행이 기침은 잡았다. 흰곰팡이도 잡혔고, 가래도 잡혔고, 기침도 잡았으니 편한 마음으로 단식을 하여보는 것이다. 이왕이면 PET 검사 전에 단식을 마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7일 간의 본단식을 위해서는 예비단식 3일과 후식기일 7일과 조절기간 3주 정도는 필요할 것 같아 8월 중에 있는 모든 진료 일정을 9월로 연기시켰다. PET촬영 또한 8월 22일을 9월 5일로 2주간 연기시켜놓았다.
양쪽 폐에 있는 새끼암들을 여태 것 무시하여 왔듯이 간수치도 일단은 무시하기로 한다.
나름대로 논리적 고찰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여보고 싶었으나 간수치 증가의 원인을 알 수 없는 현 정황에서는 논리가 성립될 수 없는 것 같다. 결국 병인을 알아야 치료 대책을 세울 것인데 병인을 모르니 치료의 필요성 유무조차도 모르는 것이어서 무조건 한동안을 기다려야하고 기다리는 동안은 단식을 통한 체질 개선이나 하여보자는 것이다.
논리적 고찰이 허용 안 되고 자연추세에 맡겨야 할 상황이라면 단식이라는 논리적 비약인 결론도 암과의 투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일지 모른다.
여하튼 해보는 것이다. 아차 싶으면 지난번과 같이 철수하면 되는 것이니….

소담의 신앙고백, 찬송가를 부릅니다
2007년 8월 21일(화)

76세 고령의 노인 나, 소담이 가평군 청평에 있는 강남금식기도원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예배드리기에 앞서 30분간은 밴드와 함께 찬송가로 하나님을 경배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기 때문입니다. 찬송가를 부른다지만 식도암에서 전이된 목의 림프절이 성대를 압박하고 있어 실은 노래라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불렀습니다. 신앙을 고백하는 맘으로….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를 경배하오며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사랑합니다.

하나님의 각별하신 은혜를 입어 식도암도, 림프절 전이암도 사라졌지만 목소리는 쉬고 짜부라져 가늘게 소리 납니다. 그래도 찬송가를 열심히 따라 부르고 있습니다. 목청 높여 주님을 찬양합니다.
목소리가 쉬고 발성이 힘들어 음정, 박자 맞추지 못하지만 있는 힘 다하여 목청 높이며 크게 혼을 실어 찬양합니다.
사람들 귀에는 무슨 소리인지 싶겠지만 하나님께서는 들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비록 서툴고 형편없는 찬송가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어여삐 여기시며 들어 주시고 있다고 믿사옵니다.
있는 힘을 다하여 목청 높여 크게 찬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크게, 높게 찬양합니다.
하나님 아버지를 믿사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옵니다.
사랑하며 또 사랑하면서 크게 높게 찬양합니다. 아멘.


거듭되는 단절(斷絶), 단식(斷食)은 결국 못하는가?
2007년 8월 29일(수)

이른 아침에 아내는 동남아 관광 여행길로 떠났다. 그래, 나는 또다시 청평 강남금식기도원을 찾을 것이다.
세 번이나 시도하다 번번이 시작도 못해보고 좌절된 단식을 위해서다. 이번은 꼭 성공하고 돌아올 생각에 뿌듯한 자신감이 몸에 충만했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아무래도 마가 끼었나보다.
집을 나서려는 순간 또다시 심근경색 기운이 도는 것이 아닌가. 잽빨리 카리마트 한 봉을 입안에 털어넣고 반응을 기다렸다. 손에는 니트로글리세린을 쥐고 다음 단계에 대한 준비하며….
다행이 슬며시 가라앉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기도원으로의 출발은 무리다. 네 번째 시도는 집을 나서지도 못하고 깨져버린 것이다. 오늘 하루 잘 조리한 다음 내일은 꼭 금식기도원으로 떠날 것이다.
이번 계획하는 단식은 하루 내지 이틀의 짤막한 금식이다.
체질 개선용으로는 너무 짧지만 체중 조절용과 정신 통일용으로는 충분할 것이다.
이미 연기 시켜놓은 PET검사 날짜도 목전에 다가오고 있고 각과 진료일도 더 이상 연기시킬 입장이 못 되어 짧은 기간이나마 단식이란 과정을 꼭 거치겠다는 것이다. 7일 이상의 본단식은 PET 검사와 각과 진료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다.
아마도 9월 하순쯤 될 것 같다.
이번의 단식 계획은 7월부터 실행하려던 것인데 번번이 무슨 사고가 나서 중지되곤 했다.
첫 번째 좌절은 목구멍에 번졌던 백태와 요란스런 기침 때문이었다. 두 번째 좌절은 때마침 절정을 이루었던 피서 행렬에 차가 막혀 네 시간 넘게 짜증스런 시간 보내다가 결국 기도원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하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투병기에는 아예 언급도 못했었다.
세 번째 시도는 6박 7일을 죽 한 그릇으로 때우는 예비 단식만 하다가 끝내 불행하게도 본단식을 포기하고 귀가했던 일이다.
세 번째 기도원행은 강남교회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목적지인 삼화1리 마을회관 앞에 당도하여 모두가 내리는 뒤를 따라 내리려는데 바로 그 때 심근경색 증후가 나타났었다. 나의 심근경색 증후는 벌써 7년 남짓하다. 몇 번이고 119로 응급실에 실려 갔었다. 그런데도 풍선 터트리기를 안하고 그냥 가라앉히는 상태로 지내왔었던 것이다. 암 발병 후에는 암에 놀랐던 것인지 심근경색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엉뚱한 곳에서 2년이 지나 나타난 것이다. 늘 비상약을 지니고 다녀 바로 카리마트 한 봉으로 혈전 용해 작용을 시켰고 니트로글리세린으로 혈관확장을 시켜 우선 급한 고비는 넘겼다. 이럴 때는 119를 호출하여 종합병원 응급실로 급히 가서 여러 검사 거쳐 수술실로 들어가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나 그렇고 싶지 않았다. 그냥 기도원으로 들어갔다.
다만 걱정이 되어 상태를 확실히 하려고 매일 죽 한 그릇만 먹는 소위 예비 단식 상태를 유지했었다. 죽 반 그릇 먹고 이튿날은 미음 한 그릇 먹고…. 막 본단식에 들어갈 바로 그 날, 심근경색이 심하게 왔다. 니트로글리세린으로 말초혈관을 확장시켜도 개운하게 가라앉지를 않았었다. 그만 걱정이 되어 단식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단식도 못한 채 오랫동안 죽 한 그릇의 생활이 이어졌던 것이라 보식 기일을 넉넉히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기도원으로 출발하려했던 것인데 또 심근경색 증후로 출발조차 못하고 주저앉은 것이다. 친구들이 이 소식을 전해 듣고는 날 놀린다. 단식은 꿈꾸지 말라는 계시니까 이제 단식은 단념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일은 또다시 출발할 생각을 단단히 하고 있는 나다.
뒤로월간암 200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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