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수기
-> 투병수기
[암(癌)그렇지] 꼴 부리지 마라!
고정혁기자2008년 11월 12일 19:24 분입력   총 879243명 방문
AD
오규만_대장암3기. 장로회신학대학원 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원 수료. 대한예수교장로회목사, 교회성장연구소대외협력실장 재임. jesusn@naver.com

암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암(癌) 그렇지!] 를 시작하며

10월호까지 연재하던 「암에 대한 이해와 대응」을 마치고 나서 몸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암에 대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목을 암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암(癌) 그렇지!” 라고 잡아 보았습니다. 나의 암 투병기가 3년을 지나 4년으로 접어 들어가면서 느낀 점은 암 투병은 결국 장기전이라는 생각입니다. 암을 완전히 정복하거나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그것은 암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평생을 살려고 하면 암을 무서워하거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친구처럼 가족처럼 대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암 그렇지” 라는 말은 긍정과 동의를 구하거나 할 때에 쓰는 말입니다. 사전적으로 보면 ‘암’은 감탄사로서 ‘아무렴’ 이란 뜻이고 ‘그렇지’ 도 감탄사로서 ‘틀림없이 그렇다는 뜻으로 하는 말’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내게 찾아온 암(癌)이 나를 살리고 나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준, 틀림없이 그런 사건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이며 그런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지난 호까지 연재한 “암에 대한 이해와 대응”은 조금은 논리적인 글이라면 이번 이야기는 삶의 주변에서 암(癌)으로 인하여 경험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나누겠습니다.
글을 읽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제 자신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꼴 부리지 말라!”입니다.

“꼴 부리지 말라!”

지난여름, 휴가길에 전남 장성에 있는 “한마음공동체” 라는 곳을 찾아서 하루 밤을 지난 적이 있었습니다. 한마음공동체는 황토로 짓는 흙집이 유명하고 암 환우들이면 알고 있는 야채스프를 팩으로 대량 제조해 판매하기도 하며, 유기농산물 등을 생산 판매하는 농민들의 공동체입니다. 야채스프가 좋은 줄은 알지만 만들고 보관하기가 어려워서 암 수술 후 처음에만 복용을 하다가 여름에 한 상자를 구입해서 먹고 지금은 택배로 받아서 먹고 있습니다. (야채스프가 필요한 분은 포털에서 “한마음공동체”를 치면 홈페이지가 나오고 그곳에서 주문을 하면 된다.) 그곳에 들려서 정말 맘에 드는 황토 집에서 하루 밤을 유숙한 뒤에 한마음공동체의 대표인 남상도 목사님의 ‘냉기제거 건강법’과 실크가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많은 유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산한 물품들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저를 안내해준 책임자 분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물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그분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암(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암 환우들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 때에 그분이 하는 말이 여행 중에 내내 제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그 말은 암 환우가 병을 나으려면 “꼴을 부리지 말아야 합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꼴’이란 말은 “심술”이란 뜻입니다. 심술이란 ‘고집을 부린다.’는 뜻입니다. 여행하는 내내 “꼴 부리지 말라!”는 말을 생각해보고 또 되짚어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 안에 “꼴”이 참 많았습니다. 겉으로는 명분이 있고 합당한 주장 같지만 실제는 꼴을 부리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내가 꼴을 부리면 아내는 무척 힘들어 합니다. 그러면 나는 논리로, 권위로, 힘으로, 나의 꼴을 정당화시키고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것은 간단합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해결할 힘이 없습니다. 그 힘은 돈, 실력, 능력일수도 있습니다. 해결할 힘이 없다 보니 자존심이 상합니다.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트집을 잡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것 때문이라고 생떼를 씁니다. 심하면 작은 일에 화를 내고 격분합니다. 즉 “꼴 부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꼴 부리는 것”이 암과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암은 스트레스를 통한 독소의 배출과 스트레스를 통한 면역력의 약화가 종요한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분노와 화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암 환우들을 보면 성격이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습니다. 이를 잘 해결하면 문제가 안 되는데, 잘못하면 산화작용을 일으켜 결국은 몸에 독소를 만들게 됩니다. 그러기에 꼴을 부리지 말거나 화를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성경에도 화와 분노를 다스려야 함을 말하고 있으며, 탁닛한 스님의 책 「화」에 보면 모든 병과 문제의 근원을 ‘화’로 보고 있습니다.

이 ‘화’와 ‘꼴’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는 ‘마음’을 다스리는 일입니다. 마음을 다스려야 몸을 다스릴 수 있으며 몸을 다스리면 병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입니다. 병(암)은 자신의 체력과 능력과 조건에 맞지 않는 일을 무리하게 진행함으로, 즉 ‘오버’ 함으로서 감당하지 못할 때에 생기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화를 다스리는 전제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예전에는 결핵으로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핵은 영양의 ‘부족’으로 걸리는 병입니다. 그러나 암은 영양의 넘침 즉 ‘오버’ 함으로 걸리는 병입니다.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즉 일, 생각, 끝없는 목적의식에 대한 ‘금식’이 필요합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화가 날 일이 없습니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꼴을 부릴 일이 없게 됩니다.

세상의 어떤 풍경은 가까이 가서 보아야 멋있는 것이 있지만 어떤 모습은 조금 떨어져서 보아야 아름다우며 또 다른 모습은 멀리서 보아야만 의미 있고 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보아야 하는 것을 가까이 가보면 실망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는 일과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가까이서 해야 할 일이 있고 조금 떨어져서 자신이 할 일을 기다려야 하고, 때로는 멀리서 외면하듯 지나쳐야 나도 좋고 일도 잘되게 됩니다. 이처럼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들을 적절한 위치에 놓고 진행을 할 줄 아는 것이 지혜요, 오버하지 않고 금식하는 자세입니다.
암 환우의 특징 중의 하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일에 대한 거절을 잘 못하며 책임이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려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을 통해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결할 능력은 별로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암에 걸릴 수밖에 없고 체력이 바닥나고 지치게 되면 자신에 대하여 화가 나고 가까운 사람에게 짜증이 많이 나며 표현은 못하고 “꼴을 부릴 때” 가 많게 됩니다.

화가 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오솔길 같은 곳을 천천히 걷는 게 좋습니다. 들숨을 통해서 좋은 산소를 받아들이고 날숨을 통해서 화를 통해서 만들어진 독소를 내뱉어내면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고 화가 풀리게 됩니다. 암 환우가 화를 다스리는 것은 열 가지 좋은 음식과 보조제를 먹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겉으로는 전혀 화를 내지 않는 것 같은데 속으로 조그만 일에 끙끙거리고 있는 분들은 마음 쓰지 않고 넉넉한 마음으로 내려놓는 자세가 더욱 필요합니다.
암 환우 여러분…. 꼴 부리지 맙시다.
뒤로월간암 2007년 11월호
추천 컨텐츠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