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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이야기]포도요법 그 후
고정혁기자2008년 11월 17일 18:25 분입력   총 882349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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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_시인. 노래그룹 해오른누리 기획실장. 1992년 월간 문학 신인상.
시집 <슬픔이 어디로 오지?> <고통을 관찰함> <흙 되어 눕고 물 되어 흐르는>이 있음.

*또 하나의 Episode입니다.
*이야기(Episode)라고 이름붙인 까닭은, 저의 경험이 저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처럼 지극히 개인적일 것이기에 큰 목소리 내지 않고 조용조용 들려드리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Prologue

꼭 6개월째입니다. 3월 6일 날짜로 달라진 신분, 성 혹은 나이나 외모 환경 그 어느 것도 상관없는 또 하나의 인생 암 환자로 분류된 것이 말입니다. 돈 많지 않은 소시민이라 일상생활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환경도 되지 않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리해온 시간이기도 합니다. 한 여름의 끝은 포도와 더불어 살았고, 그리고 그 후 달라진 저의 일상을 통해 새로운 운명과 신분의 나를 정리해봅니다.

**마음으로 시작된 병

1992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할 때 제 당선작은 <돌칼>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됩니다.
“내 안에 칼이 있는 줄 몰랐었다. 독한 미움이 솟구치거나 간절한 그리움에 휩싸일 때 각각 달라 도저히 손잡을 수 없는 감정의 양끝자락에서……”
15년 전에 이미 저 자신의 본능은 암이 몸속에서 자라고 있는 줄을 느끼고 있었던 거예요. 고통이나 슬픈 감정들이 생길 때 정말 가슴 한켠이 싸르르 싸르르 하는 미세하고 이상한 통증이 있었거든요. 그걸 시로 썼는데 당선이 되어서 시인이 되었고, 대신 저는 그 후로 오늘까지 늘 시인이라는 영예와, 가슴이 아픈 사람인 것을 맞바꾸었다고 생각하고 가슴의 아린 통증을 당연한 줄 알고 살았답니다. 현대의학으로도 그렇게 뒤늦게 발견하게 되기까지. 참 기가 막히지요?

암에 관한 동양의 관점(특히 일본과 우리나라)을 잘 정리한 중앙생활사 기준성편저의 [암도 낫는다]라는 책을 보니
“암의 발병은 심리적인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 심한 충격을 받았거나 마음의 불안, 갈등, 절망, 좌절, 증오감 속에 과로가 겹치면 혈액성상이 언밸런스롤 초래하여 암 발생의 소지를 만들며 암 환자의 성격은 대체적으로 너무 외곬적인 성격, 아집과 자만심이 강하고 감정처리가 미숙한 사람, 책임감은 남달리 강하면서도 병적일 만큼 결벽성이 있거나 내성적이고 폐쇄적인 성향으로서 혈액형은 A형 혹은 AB형에게 많은 편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깊은 슬픔과 충격을 겪은 데다 소심한 성격이어서 늘 누군가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면서 아닌 척 하려고 과장하며 살았으니 결국 제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감정 처리가 미숙한 사람이었고 책임감이라면 무서울 정도이고 일에 대한 아집과 자만심은 하늘을 찌르고 제 혈액형은 A형이지요. 암 뿐 아니라 모든 큰 질병의 원인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정리가 되었습니다. 친절하게도 이 책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제시합니다.
“자신의 잘못된 생활과 습관을 우선 반성, 지양하고 평온한 심정엣 매사에 감사하고 대자연에 순응하는 자세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적극적인 생각으로 기쁘고 충족된 감정으로 마음을 항시 열어 남을 도와주는 자세를 갖는 것이 암 극복의 첫 번째 열쇠이다. 병을 치료하기에 앞서 인생을 바꾸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바른 먹거리와 여타의 생활에 관한 방법적인 제시를 해주고 있습니다.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거의 혼자 이전의 나와는 다른 방법으로 생활하게 되면서 암 관련 서적을 꽤 많이 탐독했고 암환자지원센터의 <월간 암(癌)>도 처음 막막했던 제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규만 목사님의 연재와 소담선생님의 글은 빼놓지 않고 지금도 잘 읽고 있습니다. 아무튼 많은 책 중 대략 열 권 정도에서 정리한 공통점을 저뿐 아니라 모든 암 환우들 특히 자연요법을 투병의 방법으로 선택한 분들에게 유용하리라 생각되어 제 생활의 접목을 병행하며 정리해 봅니다.

**기도와 운동과 식사

요즘 제 생활의 패턴은 기도와 운동과 바른 식사라는 세 가지 큰 패턴으로 운영됩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그렇고 그 기도와 운동과 식사가 얼마나 심도있게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핵심이 되겠지요. 일단, 마음에서 비롯된 병인데다가 잘 알려졌다시피 성인병 특히 암의 원인으로 지목된 현대인의 위험한 먹거리 노출-설탕, 백미, 육류, 가공식품, 술, 담배, 약물 복용-이중에 저는 달콤한 맛의 중독자였던 데다 튀김과 병조림을 사랑한 사람이었고, 게다가 몸 약하다는 고정관념으로 비타민 애호가였던 것이죠. 지금은 그중에 아무 것도 안 먹고 못 먹습니다.
아무튼 포도 요법 그 후 통증이 많이 없어져서 아침까지 제법 푹 자고 8시 기상합니다.

*아침 8:00 기상과 기도
눈 뜨자마자 야채수를 데워 한 잔 마십니다.(무 당근 우엉 표고와 무청을 넣어 달인 물). 중앙생활사에서 간행된 일본인 화학자 다테이시 가즈 저 [몸에 좋은 야채수프 건강법]을 탐독하고 집에서 만들어 음용합니다. 뿌리 식물 중에 암에 확실한 화학 작용을 하는 재료들이랍니다.

*9:00 빨래
매일 빨래가 많든 적든 세탁기를 돌리고 옥상에 널며 햇빛을 쏘입니다. 모든 대체의학에서 공통적으로 오전 햇빛을 치료의 중요한 덕목으로 여깁니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이엽 저 [암 대체의학적 치료방법]에 일광욕 및 실제 생활의 여러 가지 사항이 자세히 잘 기록되어 있습니다.) 세탁기 돌리면서 아이 밥 차려주고 제 하루 식사를 만듭니다.

*9:30 아침 식사
식사는 태웅출판사 간행 [암의 자연요법]과 [동의부항처방집] 눈과 마음사 간행 [암을 고치는 108가지 방법]그리고 고요아침에서 출판된 [나는 자연식으로 암을 고쳤다]에서 많이 도움 받았습니다.
두유 한 잔(사과 반 쪽+청국장가루+브로콜리 가루를 섞어 제가 직접 만든 두유입니다.)과 현미:율무:검정콩 :팥을 6:2:1:1의 비율로 섞은 밥에 양배추나 양파 부로콜리 비트 등의 생야채와 검정깨와 다시마 혹은 김과 버섯, 마늘 구운 것을 번갈아 반찬삼고 소금기 없는 야채로 국 비슷하게 끓여 청국장을 넣어 먹습니다.

*10:30 물 마시기와 간단한 운동
생수 500ml 마시고 옥상에 올라가 빨래를 널면서 복식 호흡 25회, 그리고 팔 휘두르기 300번, 무릎 굽혔다 펴기 30-50회.

*12:30 야채수 마시기와 청소 및 기타
야채수와 현미차를 만들어 시간 간격을 두고 하루 서너 차례 꼬박꼬박 챙겨 마십니다.
현미가 암에 있어 최고의 영양소이자 활력소인 것을 알았습니다.

*오후 1:30 점심 식사
아침과 거의 동일한 메뉴입니다.

*2:30 산행
동네를 지나며 볼일을 보고 연세대학교 서문으로 들어가 작은 산을 넘어 안산까지 갑니다. 안산 정상 헬기장까지는 왕복 두 시간 가량 걸리는데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40분 1시간 20분 2시간의 거리를 정하고 갔다가 옵니다. 가면서 오면서 동네 분들, 유기농현미 갖다 주면 아무 것도 안 넣고 떡을 만들어주는 따뜻하고 마음 착한 대구방아간, 항상 친절하게 작은 것도 배달하면서 인사하는 유기농매장 해가온 사람들, 단골은행, 가끔 복사하고 팩스 보내는 문방구 아가씨, 옷 수선집 아줌마, 구두수선아저씨 모두 모두에게 인사합니다.

*5:00 물 마시기와 설거지
생수 500ml -초기에는 하루 2,000~3000ml의 생수를 마셨는데 지금은 야채수와 현미차만도 2,000ml가 넘으니 무리하지 않아도 되겠다 생각해 1,000ml 남짓으로 마십니다. 기름기를 안 먹으니까 설거지가 까다롭지는 않지만 그릇을 많이 쓰니 항상 산처럼 쌓입니다.

*6:00 야채수와 커피관장 준비
공복에 야채수와 현미차를 시간 간격 두고 마시면서 커피를 끓입니다. 이때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신문이나 책도 읽고 피아노로 찬송가도 칩니다.

*7:30 저녁 식사와 비파 찜질
말린 비파잎을 면주머니에 넣어 끓는 물로 비파 찜질을 준비해서 방에서 앉은뱅이 쿠션의자에 앉아 찜질하면서 식사. 밥 위에 청국장과 단호박 찜이나 고구마 구운 것을 얹어 두부 한 두 쪽 넣은 국 비슷한 것을 말아 간단한 한 그릇으로 먹으면서 찜질하면서 노트북으로 원고 정리하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등등. 식사는 한 시간 가량 걸리고 한 수저는 최소 50번 이상 100번 씹어 삼키기.

*8:30 설거지 및 내일을 위한 야채수와 현미차 끓여놓기
*9:30 적당히 식은 커피로 관장

*11:00 냉온욕이나 족욕
여름철에는 냉온욕을 철저히 했는데 얼마 전부터 선뜻한 기운이 있어 족욕으로 바꾸었는데요. 시간은 철저하게 한 시간하면 목 뒷덜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족욕 후 양말을 4켤레 신어서 두한족열, 냉기제거를 합니다.(하루 종일 양말은 겹겹이 네 겹 정도씩 신는데 제품으로 나와 있는 실크 양말과 면양말을 구입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도 방영되었다는 반신욕의 주창자 신도 요시하루씨의 중앙생활사 간행 [만병을 낫게 하는 냉기제거 반신욕 건강법]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아서 참고했습니다.)

*12:00 취침
대략 12시가 항상 넘지만 하루를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잠자리에 듭니다.

**지독하고 철저하게 그러나 웃으며 여유있게

한 여름의 끝을 포도와 함께 보낸 이후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뿌리채소 중심의 야채수와 현미차 음용, 그리고 암에 효과 있는 비파찜질의 시작입니다. 비파잎은 월간 암(癌)에 늘 좋은 정보 주시는 약초연구가 전동명 선생께 의뢰해서 구했습니다. 커피 관장은 이 닦기나 밥 먹기만큼 철저하고 꾸준하게 하고 있어요. 산행과 기도도 멈추지 않습니다.
기도는 언제 하냐고요? 온종일 합니다. 먹으면서 걸으면서 물건 사면서 밥 먹으면서 관장하면서도 합니다. 땀 흘리면서 걷고 또 걷고 그냥 걸으면서 높은 곳을 향해 오르면서 그냥 단순히 낫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하기도 하는 등, 참 어처구니없는 감정적 욕심들이 내 안에 많았습니다. 반성합니다. 잘못했습니다. 회개하고 울면서 걷기도 하지요,
[냉기제거 반신욕 건강법]의 저자 신도씨에 의하면 암 등의 병은 몸의 독에 의한 것인데 교만함, 냉정함, 이기심, 욕심이라는 4가지 형태의 자기중심적 생각을 고치고 마음의 냉기를 제거하라고 교훈합니다. 읽으면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Epilogue

스무 살 무렵에 해리 닐슨이 부른 라는 노래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 슬픈 노래를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I can't live, If leaving is without you, I can't give anymore~” 라고 절규하는 부분에서 최근 크게 공감합니다. 당신이 떠나면 난 너무 슬퍼 도저히 살 수 없다는 부르짖음 후에 진짜로 슬픈 건 당신이 떠나면 이제 더 이상 당신에게 무언가 아무것도 줄 수 없어서 슬프다는 거지요. 그래요. 우리 모두 이 땅에 주어진 목숨을 살면서 싸우고 질투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집착하고 미워하기도 하지만 막상 그 누군가가 갑자기 떠나간다면 그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심지어 미움조차도 줄 수 없다는 사실에 부딪치면서 막막하고 기가 막히게 되지요. 그래서 저는 주먹을 꼭 쥐고 결심합니다.
제 본래 주어진 자연의 수명을 다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합니다. 제 아이들과, 제가 마음 아프게 했던 이들과 또 사랑했던 이들에게 갑자기 너무 큰 아픔과 허망한 슬픔을 주지 않도록 그리고 그들이 내게 계속 무언가를 주는 행복을 선사하게 해달라고 말이지요. 그러기 위해서 먹고 싶은 것,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한 입 은근슬쩍 먹는 것도 마음으로 자신을 속이는 일이라는 생각에 잘 참아내고 있습니다.

정말 끊임없이 매일매일 자신과 싸우고 있습니다. 때로 평온하고 때로 격렬하게. 제가 얻은 이 용감한 평안을 나누어드립니다. 함께 씩씩하게 걸어 갑시다!!

뒤로월간암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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