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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직장(直腸, 職場)으로...
고정혁기자2008년 12월 23일 13:04 분입력   총 878957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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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을 정리하면서 나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었다. 2004년 10월 발견된 대장암 3기를 수술하고 끝없이 올라가던 CEA (암표지자)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몸도 예전의 체력을 회복했다는 신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아내도 취업을 하면서 생활의 안정을 이룩하고 나의 목회사역도 점차 확대해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즉 다시 직장(職場)으로의 복귀 과정이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12월 중순쯤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던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사님을 위해서 기도하는데 장에 종양이 보이니 조심하세요!” 그러잖아도 3년 검사를 완벽히 받아야겠다고 생각을 하던 참이라 피검사, 초음파, CT 촬영 등을 했다. 모두가 정상이고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데 직장에 종양이 보여서 조직검사를 의뢰 했다고 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일주일을 기다린 끝에 12월 29일 주치의가 보고 “직장암입니다. 아직은 작은 것 같으니 빨리 수술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 순간 아! 다시 직장(直腸)으로,,, 끝없는 생각이 이어졌다.

그래서 구랍 12월 31일 입원하고 2008년 1월 3일 직장암 수술을 받게 되었다. 다시 직장(直腸)에서 발견된 암을 수술하면서 암에 대하여 다시금 새롭게 정리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제 괜찮나 싶었더니 다시 발견이 되고 수치가 좋았는데,,,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고,,, 몸도 컨디션도 좋았는데,,,참으로 알 수 없는 놈이 바로 암이란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낸 메일을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글을 통해서 새로운 직장암에 대한 나의 태도를 볼 수 있기에 그대로 옮겨 본다.

지난 2004년 10월 대장암 3기 수술을 받고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2005년 고잔평강교회를 사임하고, 현재는 교회성장연구소에서 MTS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기도와 도움으로 이제까지 잘 투병을 해 왔습니다. 암수치가 계속 치솟아서 적정을 많이 했는데 2007년 8월부터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컨디션도 좋아서 2008년에는 아내도 취직을 하고, 저의 사역도 조금씩 늘려가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2007년을 지내고 2008년을 맞는 시점에서 3년 검사를 했는데, 지난 29일에 뜻밖에 직장암이 새롭게 발견이 되었습니다.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신 분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이렇게 다시 어려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서 마음이 아픕니다. 31일에 입원하여서 1월 3일 수술을 받고 10일 정도까지 입원을 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병원치료와 식이요법 등 최선을 다해 왔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있어서 다시 나타난 것으로 여겨집니다. 다만 애쓰고 수고한 아내와 가족들 그리고 기도해준 분들에게 미안 할 뿐입니다.

그러나 저는 금번에 다시 직장암이 발견된 것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입니다. 첫째는 2년 안에 재발을 하면 위험한데 몸이 거의 회복된 가운데서 이제 재발을 하니 다시금 어려운 치료를 버텨낼 체력과 힘이 있으니 감사합니다. 둘째는 간이나 폐등 어려운 부분이 아니라 같은 대장내의 장기라 치료의 길이 가까우니 감사합니다. 셋째는 지난 3년 동안의 투병을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닫고,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지냈으며, 하나님의 강력한 손길과 은혜를 체험케 하셔서 어떤 상황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으니 감사합니다.

2007년도 하나님께서 제가 주신 말씀은 “너는 온 천하에 다니며 복음을 전파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온 천하에 다니며 복음을 전하려면 건강한 몸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암이라는 강력한 병을 통해서 저를 깨닫게 해주시고, 내려놓게 하시고, 새로운 길을 가게하신 강력하신 사명이 있습니다. 이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기 위하여 반드시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기도 제목을 알려 드리오니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첫째, 1월 3일 수술이 잘되어서 장루를 하지 않고 회복케 하소서. 둘째, 조직검사결과가 안심할 수 있는 결과로 나오게 하소서. 셋째, 아내와 자녀와 가족들이 힘 잃지 않고 굳건하게 서있게 하소서. 넷째, 2008년 주어진 사명 온전히 감당할 힘과 능력을 더하여 주소서.

수술을 마치고 12일 퇴원해서 이 글을 다시 쓴다. 조직검사결과는 내가 기대하는 바와 최악의 상황과 중간쯤에 해당된다. 의사들의 결정은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하지만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되었다. 우리들은 늘 최상의 조건을 기대하지만 결과는 늘 중간쯤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하늘과 절대자의 도움심도 있지만 자신이 감당할 몫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항암과 방사선 치료에 대한 선택과 결정과정, 치료 이후에 발생되는 제반 문제에 대하여 바르게 결정하고 그동안의 과정 속에서 부족한 것들을 보완해 가야 할 것이다.

다시 직장암이 왜 생겼을까? 내가 가진 신앙으로 해석을 하면 사도바울처럼 내 몸의 가시로 받아들이고, 나를 더 내려놓게 하는 더 낮추게 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믿는다. 그리고 2년의 암 투병 과정을 돌아보면 아직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더 철저한 몸만들기와 (면역력 키우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더 깊고 더 확실하게 추진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많은 암 환우들이 소망하듯이 이번 직장암의 재발견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퇴원하기 전 수술을 하신 의사 선생님이 지난번 병기를 보아서 “이제까지 살아온 것이 기적입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앞으로의 나의 삶이 기적을 연속으로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에피소드로 수술 전 병원차트가 잘못되어 내 나이가 84 세로 기록되었었다. 아미 84세까지는 살지 않을까!!! 올해가 쥐띠 해인데 내가 60년생 쥐띠이다. 2008년이 빙사선 치료 등으로 힘이 들겠지만 나의 해로 살 것을 다짐해본다.

뒤로월간암 200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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