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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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암지킴이 김풍님
고정혁기자2009년 01월 08일 15:27 분입력   총 879034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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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암환자가 많아졌다. 그만큼 암과 투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인데, 암과의 투병에서 이기고 새로운 삶을 살면서 힘들게 암투병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 청주에서 암환자를 위한 쉼터를 이끌고 있는 이가 김풍님이다. 그는 1967년생이다. 우리나이로 올해 42세가 된다. 암 이전의 직업은 공연기획. 청주를 비롯한 충청권에서 공연을 개최하는 일을 해왔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가수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청주를 비롯한 충청권에서 공연을 진행했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시작한 사업은 접대를 위한 술자리가 빈번했고 방탕한 생활로 이어졌다.

그러던 2002년 11월 25일, 위암 3기A판정을 받게 되었다. 나이 37세. 청천벽력같은 진단과 함께 암 진단 후 위 70%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고 길고 힘든 항암치료를 끝으로 6년째 투병생활을 성실하게 이어가고 있다. 마주한 얼굴에서는 그 때의 힘든 시간보다는 살아 있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2007년 11월 28일, 서울 상계백병원에서 완치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은 병원의 판단일 뿐 나의 투병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며 확고한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암투병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암과 관련된 동호회를 자주 찾아다니며 어울렸다. 지방에는 암환자 모임이 없어서 서울에 모임이 생기면 청주와 충청권에 사는 암환자들과 서울에 올라갔다. 그러다 같이 모임에 다니시던 사람들끼리 “왜 이런 모임을 꼭 서울까지 가서 해야 되느냐? 우리 지역에도 암환자들이 많을 텐데 여기에서 한번 모임을 만들어 보자”라고 의기투합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당시 자신이 쓰던 사무실을 그 모임장소로 기꺼이 제공했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때 마음을 나누고 서로 의지하고 힘을 주던 분들, 대부분 하늘나라로 가셨지요.”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며 안타까워한다.

김풍님은 살고 있는 청주만 아니라 온라인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는 암환자가 순수하게 모임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처음 출발은 순수하다 하더라고 이러한 모임은 운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각종 이권이 개입되는 여러 회사와 결탁을 하기 때문이며, 암을 이겨낸 암환자가 운영하며 비영리단체를 표방한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건강보조식품업자에 지나지 않는 곳이 대부분임을 보고 겪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점차 변질되어 가는 여러 단체들을 겪어가면서 언제나 바른 길로 나가고자 한다. 또한 암환자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암환자는 항상 음지에만 있으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남들이 암환자라는 것을 알면 소위 왕따를 당하는 것이 두려워서 그렇습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한 생각을 깨야 진정으로 암을 상대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며 암을 부끄러워하고 감추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옛날 속담에도 ‘병은 자랑하라’는 말처럼 병에 걸렸을 때는 앓고 있는 병을 자꾸 말하여 고칠 길을 물어보아야 좋은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성공적인 투병에는 헌신적인 가족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의 변함없는 애정과 격려로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었노라며 암은 환자보다도 보호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암으로 겪은 가장 큰 아픔은 당시 사랑하던 사람을 암으로 떠나보내는 일이였노라고 고백하는 그의 눈시울이 붉다.

현재 그가 주도하는 충청권 모임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재정적인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지원을 받으려고 도청에서 인허가를 얻어 사단법인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암환자와 그 관련된 분야에 있는 분들의 호응이다. 이러한 단체를 설립함에 있어 관청에서는 단체를 설립하는 회원과 관련자들의 호응도를 제일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도 활발한 교류와 정보를 주고받은 든든한 단체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같은 충청권 지역의 암환자와 보호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암환자를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의 모습은 아름답다. 수많은 난관에도 꾸준히 그 길을 가겠노라 자신 있게 말하는 그가 힘들게 투병하는 많은 암환자의 희망의 빛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뒤로월간암 200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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