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
-> 산야초
부인병의 성약이며 만병을 고치는 쑥
고정혁기자2009년 02월 24일 16:57 분입력   총 891677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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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에도 등장, 인류와 함께 해 온 쑥
쑥은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보다 먼저 이 지구상에 존재하였으며, 말없이 인류에게 유익을 주고 있는 식물 중의 하나이다. 인류는 쑥을 알게 모르게 오랜 옛적부터 식용으로 또는 약용으로 훌륭하게 사용하여 왔다.

봄철에 파릇파릇하게 올라오는 새순을 채취하여 멥쌀가루를 넣고 쑥떡을 만들어 먹으면 그 맛과 향이 일품이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쑥떡을 맛보지 않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대단히 친근한 풀이다. 쑥은 산과 들, 길옆이나 논밭두렁, 빈 집 터 등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올라오고 아무데서나 쑥쑥 자란다고 하여 쑥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폐허가 되었을 때 제일 먼저 올라온 것이 쑥이라고 해서 "쑥밭"이 되었다고 한다.

단군신화에도 쑥과 마늘이 등장하며 우리 민족이 가뭄이나 내란이 일어나 극심한 기근을 겪을 때에도 죽지 않도록 굶주린 배를 채워준 것이 바로 쑥이다. 시골에서는 낫이나 연장에 다쳐서 피가 날 때 쑥잎을 짓이겨 바르거나 코피가 날 때 쑥을 뜯어 손바닥으로 비빈 다음 코에 막고 있으면 코피가 곧 멎는다. 필자도 시골에 살 때 여러 번 쑥의 효능을 체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쑥을 흔히 의초(醫草)라고 부르는데, 쑥이 약초로 귀중하게 사용되어 왔음을 증명해 주는 단어이다.

**생활에서 쑥 활용하기
시골에서 여름철에 모기가 극성을 부리면 쑥을 말려 불을 피워 모기를 쫓아내는데 사용한다. 말린 쑥은 또한 뜸을 뜨는 재료로 사용되며 옛날 불을 일으킬 때 부싯깃으로도 이용되어 왔다. 어린잎으로 쑥국을 해먹고 쑥과 쌀가루를 배합하여 쑥버무리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 외에도 쑥밥, 쑥떡, 쑥술, 쑥튀김, 쑥경단, 쑥인절미, 쑥송편, 쑥계피떡, 쑥개떡, 쑥단자, 쑥절편, 쑥굴레 등을 만들어 먹는다. 현대에는 쑥을 목욕탕 욕조에 넣어 쑥탕으로 사용하거나 쑥으로 만든 피부미용 비누, 쑥찜기구, 쑥좌욕기 등 쑥의 활용가치가 대단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른 봄철에 쑥국을 끓여 먹는 기록이 <규곤시의방, 시의전서, 동국세시기> 등에 기록되어 있는데, 쑥탕 또는 애탕을 만드는 방법은 어린 쑥을 살짝 데쳐서 다진 쇠고기를 섞고 파, 마늘, 소금, 참기름, 깨소금, 후춧가루로 양념하여 완자모양으로 빚은 다음, 육수를 준비하여 맑은 장국으로 끓이다가 완자에 밀가루와 달걀을 씌워서 장국에 넣고 잠깐 끓여서 만든다. 쑥국은 주로 맑은 장국으로 끓이는데 된장을 풀어 토장국을 만들어 먹거나 쑥을 완자 모양으로 빚어 만들거나 살짝 데쳐낸 쑥을 그대로 넣고 끓여 먹을 수 있다.
경상남도 밀양과 전라남도에서는 쑥굴리를 만들어 먹는 떡으로 유명한데, 찹쌀가루 찐 것에 삶은 쑥을 넣고 안반에 친 다음 한 움큼씩 떼어 녹두소를 넣고 둥글게 빚어 녹두 고물을 묻혀 만든다. 먹을 때 조청을 찍어 먹는데, 조청에 생강즙을 섞으면 또 다른 맛이 있다고 한다. 특히 쑥굴리에 들어가는 쑥은 연두색의 어린 쑥이 들어가야 보들보들하며 쫄깃쫄깃한 맛이 난다고 한다.

**쑥의 성질과 법제
쑥의 성질은 차나 익히면 열이 있고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열독이 뇌에 침투하기 때문이다. 내복하거나 쑥찜, 쑥뜸 등으로 만병을 치료할 수 있다. 특히 부인병에는 성약이 된다. 약효가 가장 효력이 있는 것은 음력 5월 5일 단오절 때 아직 해를 보지 않는 쑥을 채집하여 말린 다음 솜 모양으로 찧어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쑥을 채취하는 시기는 봄부터 여름에 잎은 무성하지만, 꽃이 아직 피지 않았을 때에 채집하여 햇볕에 말리거나 또는 그늘에서 말린다.

쑥을 법제하는 방법에 관해서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쑥은 오래된 것을 부드럽게 수치하여 쓰는데 이것을 숙애(熟艾). 즉 오래 묵은 쑥이라고 한다. 만약 신선한 쑥을 뜸에 쓰면 근맥을 상하기 때문이다. 깨끗한 잎을 골라서 먼지, 부스러기를 제거하고 돌절구에 넣고 나무 절구공이로 잘 찧는다. 그것을 체로 쳐서 잡질을 제거하고 흰 것을 골라서 다시 솜처럼 부드럽게 될 때까지 찧는다.

쓸 때에 불에 쬐어 말리면 뜸을 뜰 때 불이 잘 붙는다. 부인병에 환제, 가루 내어 쓸 경우에는 숙애를 식초로 끓인 다음 말리고 찧어 떡처럼 만들어 약한 불에 쬐어 말려 다시 짓찧어 가루 내어 쓴다. 찹쌀가루로 떡을 만들거나 술로 볶은 것은 좋지 않다. 홍씨 '용제수필'에는, 쑥을 가공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백복령 3~5조각을 넣어 함께 맷돌에 갈면 고운 가루로 된다고 쓰여 있는데 이 역시 한 가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천년 묵은 쑥을 구설초(狗舌草)라고 부른다."

중국의 <본초연의>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말린 다음 찧어 푸른 찌꺼기를 체로 쳐서 버리고 흰 것을 취한다. 이것에 석유황을 가한 것이 곧 유황쑥이고 뜸을 뜨는데 쓴다. 쌀가루를 약간 가하여 찧어서 가루 내어 복용약에 넣는다."

중국의 <중약대사전>에서는 법제 방법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쑥잎: 불순물과 자루를 제거한 다음 먼지나 부스러기를 체로 쳐서 버린다.
쑥융: 햇볕에 말려 먼지를 제거한 깨끗한 쑥잎을 빻아서 융(絨)으로 만들고 그 중에서 단단한 줄기와 잎자루를 제거하며 먼지를 체로 쳐서 버린다.
쑥탄: 깨끗한 쑥잎을 냄비에 넣고 센 불로 70퍼센트 정도 검게 변할 때까지 볶아서 식초를 섞은 다음 철사로 된 체에 친다. 아직 충분하게 볶아지지 않은 것은 다시 볶아서 꺼낸 다음 말리고 식혀서 3일 후에 저장해 둔다.(쑥잎 60킬로그램 당 식초 9킬로그램)"

주의사항으로 음허로 인하여 화가 성한 증상, 혈열로 인하여 열이 나는 환자, 실혈증이 있는 증상에는 금하거나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강화도에서 자라는 싸주아리쑥
쑥하면 강화쑥을 제일로 치는데, 강화도에는 쑥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고 한다. 강화도 자생하는 쑥은 대략 5~6종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강화도와 자월도에서 나는 ‘싸주아리쑥’을 최고로 친다. 특히 싸주아리쑥은 강화군에서도 마니산을 중심으로 한 인근 길상면 선두 4리, 동검리, 흥왕리, 화조면 여차리, 사기리, 자흥리 등지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자흥리와 선두리의 경계 지점에는 과거 조선 시대에 나라에서 지정한 쑥밭으로 보이는 "쑥밭다리"가 지금까지도 지명으로 남아 있어 좋은 쑥의 본고장이라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일반쑥의 냄새가 독한 성격을 지닌데 비해 싸주아리는 무척 향기로우며 일반 쑥의 경우, 말리면 중심 줄기가 검어지는데 비해 싸주아리는 하얗게 되며 잘 건조했을 때, 일반 쑥이 대체로 검은 색을 띄는데 비해 싸주아리 쑥은 누런 빛을 띤다고 한다.

인산 김일훈의 <신약>을 보면 이 땅의 쑥은 모두가 이 땅 특유의 감로정(甘露精)의 영향을 받아 영약으로 자라고 있으나 이 가운데서도 특히 강화쑥은 모든 면에서 인정받는다. 또한 암약을 풍부히 함유한 서해 바닷바람 속의 염기를 받은 데다 중국 대륙에서 오는 황하의 황토까지 머금으며 자란 때문에 약성이 뛰어나다고 극찬하고 있다.
쑥은 가꾸지 않아도 쑥쑥 잘 자라지만 싸주아리쑥이 효험이 있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강화도의 쑥이 돈벌이에 급급한 상혼에 의해 뿌리까지 마구 채취해 가는 바람에 "쑥밭"이 되어가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무관심으로 풀을 죽이는 제초제에 의해 멸종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희귀종의 쑥은 국가 차원에서 잘 보호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다 자란 쑥대로 삿갓도 만들고 지붕도 이었다고 전해지는데 가난한 사람의 집을 봉실 즉 쑥집, 봉문 즉 쑥대문이라고 부른다. 또한 50세가 되면 머리털이 약쑥같이 희여진다고 하여 애년(艾年)이라고 하고 50세가 넘으면 애로(艾老)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지구상에 가장 흔하게 지천으로 널려 있는 쑥이 사실은 명약이며 우리 인체의 면역계를 튼튼하게 해주는 훌륭한 약초이며 식품이라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지구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쑥을 잘 이용한다면 불로장수하는데 큰 유익을 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뒤로월간암 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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