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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갈무리, 제야
장지혁기자2014년 01월 30일 12:53 분입력   총 389182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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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진 | 음식연구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채소소믈리에

이야기가 있는 건강밥상, 한식

대회일(大晦日)이란 섣달그믐, 즉 음력으로 12월 말일을 말하며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다고 하여 제야(除夜)라고도 한다. 전통적으로 섣달 그믐날에는 온가족이 모여 한 해를 돌이키며 밤을 새우고 해를 넘기는 음식이 없도록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시대가 흘러 양력이 일상이 되고 대회일이라는 단어조차 생경하게 들리지만 제야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은 예나 지금이나 같을 것이라 생각된다. 봄,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이 되고 일 년 열두 달 당연히 흐르는 시간에 맞춰 지금에 와있음에도 12월이 되면 마음이 참 쓸쓸해진다. 추운 날씨와 함께 곧 한 살의 나이를 보탠다는 초조함, 완료된 것보다 흐지부지 되어버리거나 채 시작도 못한 연초계획들이 주는 실망감까지 더해 자칫 우울해질 수 있기에 어쩌면 사람들은 연말연시를 더욱 더 화려하게 보내려고 애쓰는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믿었던 어릴 시절에 한해를 돌이켜 본다는 의미 대신 한 살을 보태 점점 어른에 가까워져 간다고 그저 신나했던 나란 아이는 추운 줄도 모르고 눈밭에서 구르며 꽁꽁 언 손발을 해와서는 감기 걱정에 싫은 소리하는 엄마에게 입을 삐쭉 내밀며 나는 엄마 같은 어른이 되지 않을 거라고 큰 소리를 쳤었다.

대체 그때의 내가 생각한 엄마 같은 어른의 모습이란 뭐였을까? 지금의 나는 엄마 같은 어른이 아닌 걸까? 어른이 된지도 한참이 지난 지금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다소 철학적이고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차분하게 자신이 지나온 날들을 되짚어보는 것도 12월에 꼭 해야 할 일이다. 잘한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한 일들을 더 잘 챙겨야 한다. 진정한 반성은 후회를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한 절차이니 말이다.

한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방색은 청색, 붉은색, 노란색, 백색, 검은색을 말하는데 이는 자연물의 성질, 계절, 방위, 우리의 오장과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식재료가 가진 고유한 색상은 우리 인체의 장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청색은 간, 붉은색은 심장, 노란색은 위, 백색은 폐, 검은색은 신장을 각각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이는 현대에 들어 컬러푸드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으니 우리 조상들의 대단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오방색은 한식에서 매우 다양하게 적용되며, 그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비빔밥이다. 간혹 남는 음식을 골고루 넣고 편하게 섞어 먹는 음식이라 하기도 하고 거지들이 구걸한 음식을 한데 받아먹었던 데서 유래한 것이라 평가절하 하는 이들도 있으나, 실은 '섞어 비빈 밥'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옛날 궁중에서는 골동반이라 부르며 점심때나 종친이 입궐하였을 때 먹었다고 하니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으로서 손색이 없다 할 것이다.

각각의 식재료를 별도로 조리해야하므로 시간과 손은 많이 가지만 드시는 분의 입장에서는 밥 한 그릇에 다양한 색과 맛과 영양이 골고루 들어 있으니 그야말로 제대로 대접을 받는 셈이다. 비빔밥을 먹기 위해서는 우선 잘 비벼야 하는데 원래와는 모양도 색도 아주 다르게 바뀌게 된다. 각각의 맛들이 잘 어우러지며 조화롭고 담백한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근래에 기내식으로도 그 인기가 높고 외국인들에게도 큰 거부감 없이 건강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들어가는 부재료를 달리해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우수한 음식이다.

이러한 비빔밥의 특성을 들어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민족의 문화적 속성 중에는 실용적으로 혼합하고 잘 섞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고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새로운 맛과 원 재료들의 맛이 다 나는 것이 비빔밥의 신비"라며 탕평채와 잡채, 구절판 등에서도 어울림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각자의 특성을 한데 모아 조화로운 삶을 영위했던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움이 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실로 감탄스럽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어울림의 미학을 다시금 상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서로의 일로 바쁘고 대화가 부족했던 가족 모두가 올해가 가기 전 함께 둘러앉아 비빔밥을 나누며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고 새로운 한해에 한층 발전된 모습이 되도록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한 그릇의 가득한 정성 비빔밥과 개운하게 곁들일 수 있는 나박김치, 햇생강을 이용해 따뜻한 겨울나기 주전부리인 편강을 함께 준비해보았다.


비빔밥
[재료 및 분량]
- 멥쌀 2½C, 물 3C
- 애호박 1개, 소금 ¼t
- 껍질 벗긴 도라지 200g, 소금 1t
- 쇠고기(우둔) 120g, 불린 고사리 200g
- 양념장 : 간장 1T, 설탕 ½T, 다진 파 2t, 다진 마늘 1t, 깨소금 1t, 후춧가루 ⅛t, 참기름 1t
- 달걀 2개
- 약고추장 : 고추장 5T, 다진 쇠고기 20g, 다진 파 2t, 다진 마늘 1t, 설탕 1T, 참기름 1½T, 물 6T
- 식용유 2T

[만드는 법]
1. 멥쌀은 깨끗이 씻어 물에 30분 정도 불렸다가 물기를 뺀 후 밥을 짓는다.
2. 애호박은 5cm 길이로 자르고 돌려 깎아 채 썰고 소금에 10분 정도 절여 물기를 닦는다. 도라지는 같은 길이로 잘라 채 썰고 소금을 넣고 주물러 잠시 두었다가 헹궈 물기를 짠다.
3. 쇠고기는 핏물을 닦아 길이 6cm로 채 썰고 고사리는 깨끗이 씻어 5cm 길이로 잘라 각각 양념장에 무친다.
4. 달걀은 황백지단을 부쳐 길이 5cm로 채 썬다.
5. 팬을 달궈 식용유를 두르고 애호박, 도라지, 고사리, 쇠고기를 각각 볶는다.
6. 냄비에 다진 쇠고기,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½량을 넣고 중불에서 볶다가 고추장과 설탕, 참기름을 넣고 더 볶은 후 물을 붓고 졸여 약고추장을 만든다.
7. 밥을 그릇에 담고 준비한 재료와 약고추장을 올린다.


나박김치
[재료 및 분량]
- 배추 200g, 무 ⅕개, 소금 2½t
- 실파 20g, 미나리 50g, 마늘 20g, 생강 10g
- 홍고추 1½개, 잣 1t
- 김칫국물 : 끓여 식힌 물 6C, 소금 1⅓T, 설탕 1t, 고춧가루 2T

[만드는 법]
1. 배추와 무는 손질하여 씻은 후 나박썰고 배추에 소금을 넣고 5분 정도 절이다가 무를 넣고 5분 정도 더 절여 체에 밭치고 절인 소금물은 받아둔다.
2. 배추와 무 절인 소금물에 끓여 식힌 물과 소금, 설탕을 더 넣고 고춧가루를 면주머니에 넣고 주물러서 김칫국물을 만든다.
3. 실파와 미나리는 손질하여 씻은 후 길이 3cm 정도로 썰고 마늘과 생강은 손질하여 씻어 채 썬다. 홍고추는 길이로 반을 잘라 씨와 속을 떼고 같은 길이로 채 썬다.
4. 잣은 고깔을 떼고 면보로 닦는다.
5. 절인 배추와 무에 실파와 미나리, 마늘, 생강, 홍고추, 잣을 넣고 버무려 항아리에 담고 김칫국물을 붓는다.


편강
[재료 및 분량]
- 생강, 설탕

[만드는 법]
1. 생강의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어 너무 얇지 않게 썬 후 하룻밤 물에 담가둔다.
2. 생강을 찬물과 함께 냄비에 넣고 끓으면 물을 따라 버리고 다시 찬물을 부어 삶는 과정을 2~3번 반복한다.
3. 다시 찬물에 담가 전분을 뺀다.
4. 생강과 설탕을 동량으로 넣고 섞어 센불에서 저어가며 볶아준다.
* 살짝 덜 볶아내고 자연바람으로 살짝 건조시키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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