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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축제
김진하기자2014년 04월 30일 19:08 분입력   총 32017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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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진 | 음식연구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채소소믈리에

이야기가 있는 건강밥상, 한식

사계 중에서 봄이란 절기로는 입춘에서부터 입하 전까지, 천문학적으로는 춘분에서부터 하지까지를 이르지만 기상학적으로는 3, 4, 5월을 말한다. 초목이 싹 트기 시작하며 점차 따뜻해지는 계절이지만, 때때로 추위가 되돌아오는 등 날씨 변화가 심한 계절이다. 또한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로써 생명과 아름다움을 대표하며 인생의 한창때 혹은 희망찬 앞날이나 행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한해의 시작이 달력상으로는 1월이지만 추운 겨울을 지나 따스한 기운이 밀려드는 봄이 되면 비로소 설레임 가득 새로운 출발을 맞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언 땅을 뚫고, 앙상했던 가지에서 연약하지만 힘차게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이 우리의 마음도 새롭게 열어주는 것이리라.

전통적으로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한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봄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비교적 한가했던 겨울이 지나 언 땅에서 물기가 돌기 시작하면 파종을 준비하고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에 앞서 한해 농사를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머슴들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며 위로하고 풍물을 치며 춤과 노래로 하루를 즐기게 하였다. 이 날은 특히 노비송편이라 하여 큼직막한 송편을 빚어 노비의 나이수 만큼 나눠주기도 하였다.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온다는 삼짇날에는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을 따다 화전을 지져 먹으며 온화한 날씨에 푸릇하게 돋아난 풀과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 산천의 변화가 가져다준 봄의 축제를 맘껏 즐겼다.

나에게도 이맘때쯤이면 소쿠리와 호미를 든 엄마를 좆아 쑥이며 냉이, 달래를 캐던 기억이 있다. 풀인지 나물인지 잘 구별하지 못해서 캐낸 중 반은 버리기 일쑤였지만 바삐 손을 움직이는 중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던 아줌마들의 수다도 재미있었고 그날 밥상에 그대로 올라오는 나물을 보는 것도 좋았다.

동네 오빠들을 따라 잘 되지도 않는 풀피리를 부느라 애쓰고 냇가에서 돌수제비를 성공시키기 위해 몇 시간을 노력했던 기억,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동네방네 뛰놀다 저녁때가 되어서야 엄마 부름에 쪼르르 집에 달려가던 그 봄날의 추억들은 새로 돋아난 새싹처럼이나 푸릇하기만 하다.

아이들이 겨우내 움츠리던 몸을 펴고 놀기 바쁜 반면에 농사를 준비해야하는 어른들은 일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겨울을 나며 흐트러진 집안을 정돈하고 물을 주어 촉을 낸 볍씨를 논에 뿌려 모종을 준비하는 일부터 밭의 흙을 고르고 고랑을 만들어 비닐을 덮는 일까지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이기에 풍작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손끝 하나하나 정성을 다하셨을 것이다.

사실 아이들도 놀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한 학년이 올라가고 더 많아진 과목의 책을 받고 설레임 반, 두려움 반 살짝 들뜬 기분이었던 것 같다. 당시 새마을운동이 한창이었던 때라 그 일환이었던 것인지 동네별로 아이들이 운영하는 자치회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맘때면 상급생인 언니오빠들을 기준으로 새로운 임원들이 선출되었고 의욕 충만하게 안건들을 내고 추진력 있게 밀어붙이곤 하였다.

동네 발전을 위해 어린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동네 청소를 하거나 잡초 뽑기, 돌 고르기 등이 고작이었지만 아이들 스스로 회의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직접 몸을 움직여 일을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또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위해 격려해주고 칭찬해주는 일을 잊지 않았다.

동네 어르신들을 모아 재롱잔치 비슷한 것을 하기도 했는데, 동네 아이들 대부분이 다녔던 유일한 교회에서 하는 성탄절 공연이 모티브가 되어 누군가 제안한 것을 몇 년째 이어온 중요한 행사였다. 마을회관에서 동네 청년회는 무대며 의자 등을 세팅하고 부녀회에서는 먹을거리를 준비한다. 아이들은 노래며 춤이며 시간을 내서 연습한 것들을 쏟아냈는데 뉘네 손주 할 것 없이 다 내 손주인양 어르신들은 마냥 즐거워하셨다. 이제는 시골마을에 젊은 사람도 아이들도 없이 쓸쓸하기만 하다니 그때의 그 시끌벅적한 동네의 모습이 더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아 축제라도 하듯 여기저기에서 먹을거리도 풍성하게 자라나는데 그 중에서도 방풍나물과 명이나물, 쑥을 이용해 봄맞이 밥상을 준비해보고자 한다.

풍을 예방하고 호흡기 질환에 좋다는 방풍나물은 본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자생하는 약용식물로 병풀나물, 갯방풍, 갯기름나물이라고도 불린다. 맛과 향이 좋은 어린잎을 이용해 국을 끓이면 좋다.

이른 봄 피어난 어린잎의 명이는 매우 부드러워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도록 장아찌를 준비했다. 뿌리와 잎, 꽃에 이르기까지 모두 식용되는 명이는 미네랄과 비타민이 많고 살균 작용이 있으며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다.

흔하게 만날 수 있지만 마늘, 당근과 더불어 성인병을 예방하는 3대 식물로 꼽힐 만큼 유익한 성분이 다량 함유된 쑥은 피를 맑게 하고 부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지혈작용을 하는데 연근과 함께 부쳐 향긋하고 식감 좋은 전을 준비했다.

방풍나물날콩가루국

[재료 및 분량]
- 방풍나물 300g, 날콩가루 1C, 청양고추 1개, 된장 2T, 집간장 1T, 고춧가루 1t, 채소물 7C

[만드는 법]
1. 방풍나물은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뜯고 청양고추는 꼭지와 씨를 제거하고 잘게 다진다.
2. 냄비에 채소물을 붓고 끓이다 된장을 넣고 한소끔 끓으면 방풍나물을 넣고 5분 정도 끓인다.
3. 국에 날콩가루를 살살 뿌리고 집간장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 다음 고춧가루, 다진 고추를 넣고 그릇에 담아낸다.

[tip]
- 날콩가루의 비릿한 맛을 된장이 잡아주고 된장의 짠맛을 날콩가루가 줄여주니 궁합이 잘 맞는다.
- 채소물 : 물에 다시마, 마른 표고버섯, 무 등 먹고 남은 채소나 과일을 넣어 쎈불에서 팔팔 끓이다가 중간불로 낮춰 30분 정도 푹 끓여서 냉장실에 보관해 사용하면 좋다.


명이장아찌

[재료 및 분량]
- 명이 500g
- 양념장 : 채소물 4C, 간장 2C, 설탕 ⅔C, 식초 ⅔C

[만드는 법]
1. 명이는 끼끗이 씻어서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냄비에 채소물, 간장, 설탕을 넣고 끓으면 불을 끈 뒤 식초를 넣는다.
3. 씻어 놓은 명이나물에 끓인 양념장을 붓고 떠오르지 않게 눌러둔다.
4. 3~4일 후 양념장만 따라서 한소끔 끓여 식힌 것을 다시 명이에 부어 냉장 보관한다.


쑥연근전

[재료 및 분량]
- 쑥 100g, 연근 500g, 밀가루 ½C, 고운 소금 ½t, 식용유 3T
- 초간장 : 집간장 1T, 감식초 1T, 매실액 1T, 통깨 1t

[만드는 법]
1. 쑥은 깨끗이 씻어서 잘게 썬다.
2. 연근은 껍질을 벗기고 반은 잘게 다지고 반은 강판에 간다.
3. 쑥과 연근에 밀가루를 넣어 반죽한다.
4. 팬을 달궈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동그랗게 떠 넣어 노릇하게 부쳐낸다.
5. 초간장을 곁들여 담아낸다.

[tip]
부드러운 맛을 원할 경우 연근을 모두 강판에 갈아도 되지만 씹는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반 정도 다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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