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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담은 시골밥상 - 사람 냄새 나는 풍경, 재래시장
장지혁기자2014년 11월 30일 16:40 분입력   총 172822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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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향진 | 음식연구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채소소믈리에

왁자지껄, 다양한 냄새와 사람들이 섞여 분주하게 돌아가는 재래시장은 내가 즐겨 찾는 장소이다. 지금이야 직업상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생각들 하겠지만 사실 한참 전부터 나에게 위로와 힘을 주던 곳이 바로 시장이고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 적부터 나는 그곳을 매우 좋아했다.

털털대는 버스를 타고 먼지 나는 비포장도로를 지나 읍내로 나가야만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던 그 시절, 자주 다니지도 않는 읍내 행 버스가 어디쯤 오는지 살피는 일은 내 몫이었다. 구불구불한 도로가 잘 보이는 집 앞 한쪽에 쪼그려 앉아 저 멀리 두 번째 건너 마을 쯤 버스가 오는 것이 보이면 쪼르르 달려가 기다리는 시간마저 쪼개 집안일에 한창인 엄마에게 알리는 것이다.

읍내에는 상설시장도 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서는 장날에는 온갖 마을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곤 했다. 어김없이 만원이 된 버스 안에서는 내다팔 물건들이 뒤섞어 혼잡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고 모처럼 아는 얼굴을 만난 사람도 있었으며 아주머니들의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돌아오는 버스는 보통 더 정신이 없었는데 빠뜨린 물건 챙기러 다시 장터로 뛰어간 사람을 기다리느라 출발시간이 지연되기도 하고 불콰하게 술기운이 오른 어르신들이 흥겨운 노래를 부른다거나 해야 할 일을 마친 아주머니들의 편안한 수다가 다시 이어져 온갖 소문이며 이야기들이 무성하게 오갔다.

어느 해인가 조르고 졸라서 뭐든 사달라는 소리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서야 엄마를 따라 갈 수 있었던 시장은 나에게 정말 신세계였다. 세상 모든 물건은 다 모여 있는 것 같았고 흥겹게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추고 목청을 돋우는 상인들의 소리도 신이 났는데 장터 곳곳에 유혹하는 음식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맛있는 음식이 보일 때마다 약속한 것이 있으니 말은 못하고 침만 꼴깍꼴깍 삼키는데 참으로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사단은 모처럼 엄마가 파마를 하러 들른 미용실에서 일어났다. 그쪽도 엄마 손에 이끌려온 내 또래 남자아이였는데 이름도 생김도 낯선 바나나를 너무 맛있게 먹는 거였다. 여태 눌러 참았던 먹성이 도저히 이겨내질 못하고 나도 저거 사 달라 조르며 울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한동안 시장에 갈 수가 없었다.

매주 가도록 시간이 허락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장터에 한 번 갈라치면 짐이 참 많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짐을 덜어줄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야 다시 장에 따라나설 수가 있었는데 엄마는 언니와 나를 번갈아 데리고 가면서 장터에서 파는 만두나 도넛츠 같은 것을 사주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곤 했다. 그때는 왜 쳐다만 보는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인지.

지금은 집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을 자주 가는데 필요에 의해서 가기도 하지만 그보다 집에 가는 길에 부러 지나면서 식재료나 다양한 물건들 구경도 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로 인해 위로받거나 힘을 얻기도 한다. 뭔가 지치고 의욕이 없을 때 시장에 가면 오가는 사람들과 팔 물건을 목청껏 알리는 소리, 가격을 흥정하는 실랑이와 짐을 옮기는 움직임, 다양한 것들이 섞인 냄새까지 다 나에게 활력을 주는 것 같다.

가끔 엄마랑 동행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꼭 군것질을 하자고 조른다. 기억 속 어린아이처럼 엄마에게 사달래서 먹기도 하고 보통은 내가 사드리지만 맛있게 드시는 엄마의 모습에 흐뭇해지는 것이 그 시절 엄마가 나를 보던 마음과 같은 것일까 싶다.

편리하고 깨끗하고 쾌적한 대형마트들에 밀려 재래시장이 고심하면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거나 재래시장의 자구적인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나처럼 정서적인 의미에 더해 긍정적인 면을 더 크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본다. 지방의 유명한 장들부터도 그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이 참 안타까운데 호불호를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고보면 판매에 나서는 상인들부터 마음을 모으고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끌어올려 다시금 많은 손님이 몰려 활기찬 시장의 모습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금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올바른 것, 소중한 것 혹은 따뜻한 것을 우선에 두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정이 있고 사람냄새가 나는 재래시장을 여전히 애용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그 풍경이 반드시 오래도록 지켜질 것으로 믿는다. 오늘도 나는 재래시장에 들러 장을 보면서 오래된 기억을 떠올렸고 싸고 좋은 재료에 기분이 좋아졌으며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받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상을 차려 가족과 함께 하면서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감자된장수제비

[재료 및 분량]
- 밀가루 2C, 감자 2개, 애호박 ½개, 홍고추 1개, 된장 1T, 집간장 ½t, 고운소금 약간 채소물 8C

[만드는 법]
1. 밀가루에 고운소금과 물을 넣고 치대 수제비 반죽을 만든다.
2.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어서 애호박과 함께 반달모양으로 썬다.
3. 홍고추는 꼭지와 씨를 제거하고 어슷하게 썬다.
4. 채소물에 된장을 풀고 냄비에 팔팔 끓인다.
5. 수제비 반죽을 조금씩 떼어 넣고 끓으면 감자와 애호박을 넣는다.
6. 한소끔 끓으면 홍고추를 넣고 집간장으로 간을 맞춰 그릇에 담는다.
* 채소물 끓이기 : 물 5C에 다시마 2장, 마른 표고버섯 3개, 무 ¼개를 넣고 센불에서 팔팔 끓이다 중간불로 낮추고 30분 정도 푹 끓인다.

꽈리고추새송이조림

[재료 및 분량]
- 꽈리고추 200g, 새송이버섯 2개, 홍고추 1개, 생강 1톨, 들기름 1T, 통깨 1T, 집간장 3T, 조청 2T, 물 약간

[만드는 법]
1. 꽈리고추는 큰 것만 반으로 썰고 새송이버섯은 반으로 갈라 어슷하게 썬다.
2. 생강은 편으로 얇게 저미고 홍고추는 꼭지와 씨를 제거하여 채 썬다.
3.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생강을 볶다가 꽈리고추와 새송이버섯을 넣고 더 볶는다.
4. 집간장, 조청, 물을 넣고 졸이다 홍고추를 넣고 뒤적인 후 불을 끄고 통깨를 뿌려낸다.

노각무침

[재료 및 분량]
- 노각 500g, 소금 2T
- 양념장 : 고추장 1T, 매실액 1T, 감식초 1T, 고춧가루 1T, 통깨 1T, 고운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노각은 깨끗하게 씻어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갈라 씨 부분을 파낸다.
2. 손질한 노각을 큼지막하고 어슷하게 썰어 천일염을 뿌려 절인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4. 절인 노각은 물기를 꼭 짠 뒤 양념장에 무친다.
* 씨를 제대로 파내지 않으면 무칠 때 물이 생겨 제 맛을 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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