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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김진하기자2015년 03월 30일 18:09 분입력   총 5726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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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은 죽음으로 이별한다는 뜻입니다. 사별은 부부, 친구, 연인 등 삶을 살면서 정을 나누고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 지나야하는 마지막 관문이고, 이 문으로 세상에서 유지되어 왔던 인연의 끈이 마무리 됩니다. 남아 있는 사람과 떠나간 사람 모두에게 크나큰 사건입니다. 죽음을 경험한 사람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떠난 이의 아픔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저 세상이 있다면 남아있는 사람처럼 슬프고 그리운 마음을 갖고 떠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죽음은 그 자체만으로 살아있는 우리에게 커다란 두려움을 줍니다. 간혹 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이 너무 무서운 나머지 그에 대한 생각을 아예 접거나 회피합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죽기 전에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는다면 죽음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삶에 대하여 활기와 변화를 줄 수 없습니다. 또한, 죽음 그 자체가 두렵기도 하지만 죽음에 이를 수 있게 하는 고통과 통증에 대한 두려움도 상상 속에서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산악인 중에 한 명인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가 수많은 산악인을 인터뷰하여 쓴 책 ‘죽음의 지대’에는 산악인들이 산에서 추락하거나 산소 부족으로 죽음에 직면하여 겪게 되는 체험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등반을 하면서 추락을 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그 순간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체외이탈을 겪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 몸이 떨어지는 모습을 산 정상에서 바라보게 된다고 합니다. 또 산소 부족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왔을 때 오히려 고통보다는 해방감을 느낀다는 체험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증언을 통해서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즉, 죽음에 임박했을 때 고통이나 통증은 생기지 않으며 오히려 삶의 마지막 순간을 편안함으로 마감한다는 뜻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의 삶을 어떻게 살았느냐하는 것입니다. 현재를 살면서 갖게 되는 관심, 불안, 실수 등은 사후의 세계와도 이어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며, 가장 후회되는 일은 사후 세계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충분히 배우지 못한 것이라고 합니다. 분석심리학의 대가 칼 융은 살아있을 때 사후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최근 타계한 로빈 윌리암스가 1998년에 출연했던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What dreams may come)’에는 사후의 세계가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의 모든 인연과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현재의 삶에 후회가 없을 때에 삶의 완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랑, 증오, 연민 등 우리가 겪는 모든 감정이 죽음에 이르렀을 때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죽음 이후에 우리를 심판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며 이 삶을 선택한 것도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도 죽음 이후의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면서 고통이나 두려움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기 보다는 변화와 해방감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각인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요?
뒤로월간암 201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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