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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의 지혜로운 휴식 방법
장지혁기자2015년 08월 31일 17:22 분입력   총 19173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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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라는 이름의 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매우 위축되어 있습니다. 일 년에 한 번씩 터지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들이 힘든 삶을 더욱 고달프게 만드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올해는 가뭄도 심해서 다른 해에 비하여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최첨단의 21세기라고 하지만 자연이 주는 재앙은 인간의 능력으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범위에 있으며 인류가 갖고 있는 능력의 초라함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겸손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무사히 지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요즘 암을 진단받는 암환자가 늘어나고, 또 암이라는 병이 예전처럼 우리의 수명을 급격하게 단축시키기보다는 관리를 통해서 오랜 시간 암과 생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암환자를 위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산 좋고 물 좋은 자연 속에 만들어진 시설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 암환자들 사이에서도 투병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병원의 치료를 잘 받고, 의사의 지시를 잘 따르기 하면 암을 완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의 기대에 더해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을 비우고 내려놓으며 휴식을 통해서 투병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해졌습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암환자를 위한 전문 요양원이나 병원들이 자연이 수려한 장소에 생겼습니다.

요양을 하는 암환자와 만나서 투병이야기나 사는 이야기, 애로사항 등을 듣게 됩니다. 암에 걸려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하지만 휴식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고서 생활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암을 진단 받고 병원을 다니면서 휴식의 필요성을 느끼고 요양소에 입소를 합니다. 비용을 지불하니 당연히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무엇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시정을 요구하고 성에 차지 않으면 마음속에 불평불만이 쌓입니다. 더구나 나는 아픈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한 대우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암환자의 휴식은 단순히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아닙니다. 암에 걸렸다고 땅콩 회항의 주인공이 된다면 우리는 다시 사회에 복귀하기 어려워지기 마련입니다. 휴식은 마음을 비우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무너진 몸을 다시 재건하는 작업입니다. 마음은 계속 덜어내야 하고 몸은 땀을 흘리며 다시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과거로부터의 연결을 끊고 새로운 몸과 마음을 만드는 습관을 들이는 어려운 작업입니다.

지혜로운 휴식의 출발은 바로 이런 인식에서 시작됩니다. 잠자리가 불편하고.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같이 지내는 사람들이 성가시고, 하여간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휴식의 출발이 육체에만 한정되어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학교 선생님이었지만 췌장암에 걸려 투병하다가 최근 건강이 호전되어 직장에 복귀한 분의 사연을 접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기를 원치 않아서 익명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으나 췌장암을 진단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요양할 수 있는 곳을 물색해서 홀연히 떠난 것입니다.

그가 전한 이야기 중 휴식에 중요한 부분은 조용하게 머물러 있기, 스스로를 억압하지 않기, 자신에게 집중하기, 사물을 볼 때 자연 그대로 바라보기 등입니다. 어느 정도의 연습이 필요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진행되는 휴식은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방법에 익숙해지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해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또 삶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암환자에게 휴식은 리조트에서 즐기는 일이 아닙니다. 호텔에 머물면서 서비스를 받고, 주위의 풍경을 누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지내는 시간이 아닙니다. 그런 휴식은 일반인들이 즐기기 위해서 취하는 휴식이며 암환자의 휴식은 이런 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합니다. 그는 무엇보다 이제는 설령 내가 잘못된다 해도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우리가 암과 투병하면서 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치유 방법 중의 하나가 ‘쉼’이었다고 대부분의 암 승리자들은 말합니다.

몸이 아프다고 언제까지 리조트에서 반찬 투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는 마치 뿌리 없는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위험한 휴식이 될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치유의 효과는 나의 정신과 마음이 업그레이드될 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등짝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며 따가운 햇볕을 쬐면서 다시금 건강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뒤로월간암 201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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