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에세이혼자보다는 누구라도 같이 있을 때고정혁기자2015년 10월 29일 13:55 분입력 총 14973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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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 중에 하나는 외로움입니다. 성격적으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일지라도 혼자 사는 삶을 좋아할 리는 없습니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1967년~1977년 사이에 이혼율은 두 배로 증가했고 1977년에는 미국의 초등학생 세 명 중에 한 명은 한부모가정이나 친척이 돌보고 있었으며, 2명 중 1명꼴로 어머니의 반이 직장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즉, 당시 미국 아이들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로부터 40년 정도가 지난 우리 사회를 보면 그때의 미국보다 매우 심각한 수준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의료와 사회 시설의 발전으로 평균연령이 늘어났지만 출생률은 세계 최하위입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보다는 기존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나이가 많아집니다. 2000년도에 우리나라에는 226만 가구 정도가 혼자 사는 1인 가구였지만 올해는 500만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15년 사이에 두 배 이상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혼자서 지내는 노인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혼자서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의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병에 걸렸을 때 점점 더 증상이 심해지는 원인 중에 하나가 다른 사람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암과 같이 오랜 동안 투병을 지속해야 하는 지병은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혼자서 쓸쓸히 시간을 지내면 다시 건강을 회복하기 어려우며 더구나 급박한 상황에서 응급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기와 같은 간단한 증상에도 심각하게 위급한 사태가 생기곤 합니다. 그래서 옆에서 지켜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1인 가정이 증가하는 사회적 추세로 보았을 때 홀로 암을 투병하는 분들의 비율도 지속적으로 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혼자서 병마와 싸우는 것처럼 슬픈 일이 또 있을까요? 감기나 몸살 정도의 증상만으로도 혼자 있는 분들은 마음속에 고독이 커다랗게 증폭됩니다. 우울감과 불안감이 생기면서 삶의 회의가 들고 더구나 어디에도 도움의 손길을 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절망감에 휩싸여 삶을 포기할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오직 병원의 치료에만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아픈 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관심과 함께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은 집단을 이루어 서로 의지하며 생명을 유지합니다. 발밑에 풀조차도 군락을 이루며, 개미나 벌과 같은 곤충도 큰 집에서 집단을 형성합니다. 모든 생명은 같은 처지에 있는 생명들끼리 돕고 도우며 생명을 지탱하고 또 후손을 번창시킵니다. 신이 생명을 창조할 때 만들어 놓은 기본적인 생명 유지 장치일 듯합니다. 혼자서 살 수 있는 생명은 아무 것도 없으며 모든 생명은 반드시 같은 종끼리 무리를 지어야 됩니다. 곧 여럿이 같이 지내는 생활양식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인간이 자연과 멀어지면서 건강에 이상이 오고, 반대로 자연과 가까워 질 때 다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같이 지내는 일이야말로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홀로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사회도 병들고 그 구성원도 병들어 갑니다. 대부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고독함 속에서 쓸쓸히 병마와 싸우게 됩니다. 우리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사회가 건강해져야 되며, 사회가 건강해 지려면 구성원들의 지혜가 모여야 됩니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 과거에 아주 유명했던 여배우의 타계 소식을 전하면서 그 분의 인생스토리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영되었습니다. 과거에 톱스타였지만 나이가 들어 홀로 암과 투병하다가 홀로 임종을 맞이했습니다. 매우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곤충이나 발밑의 잡초까지도 서로를 집단을 이루어 생활하면서 마지막 시간을 맞이하는데 사람만 그러지 못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해 가고 있는 듯하여 씁쓸한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은 모든 생물에게 같이 있으라는 의무를 주었습니다. 혼자 있지 말고 같이 있으라는, 어찌 보면 사랑의 속성이 같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내가 아무리 좋아한들 같이 있지 않으면 그것은 사랑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같이 있는 것입니다.뒤로월간암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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