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탐방
-> 업체탐방
황토옥구들방의 산책길 탐방 - 두 번째이야기
장지혁기자2015년 11월 30일 13:46 분입력   총 14723명 방문
AD

지난 9월호에 이어 두번 째 이야기입니다.

황토옥구들방의 산책로는 노을길에서 시작하는 완주 코스, 장수길에서 시작하는 반주 코스, 그리고 몸 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사람을 위한 내부의 짧은 코스가 있으며 일반인보다 더 건강한 암환자를 위한 비단길 코스가 있다. 오늘은 모든 길을 다 걸어볼 요량으로 아침 일찍 배낭과 카메라를 들고 찾았다.

처음은 1시간 정도의 완주코스를 택했다. 황토옥구들방의 둘레길이라고 할 수 있는 길인데 주로 능선을 따라서 길이 만들어져 있다. 노을길에서 시작하여 구름길, 둘레길을 지나서 산림욕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잣나무길에서 감사길, 하늘연못길, 사랑길, 장수길로 이어지는 코스이다. 경사는 완곡의 편차가 있지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으며 북한산이나 청계산처럼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고 황토옥구들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만 산책을 하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여기저기 배어 있다.

노을길 좌우에 피어 있는 보라색 꽃들의 향기가 진하다. 왼편에는 고구마, 들깨, 마 등을 심어 놓은 밭이 있고 조금 더 걸으니 인동초가 향기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우측 나무에 노을길임을 알리는 작은 팻말이 걸려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책길이 시작된다. 생각보다 가파르고 좁은 길이다. 넓은 길을 따라 오다가 갑자기 산 쪽으로 들어가려니 길이 험하게 느껴졌다. 원래 길이 아니었는데 황토옥구들방을 지으면서 아픈 사람들이 산책할 수 있도록 길을 내었다고 한다.

산책길에 들어서니 울창한 숲 사이로 작은 길이 능선을 따라 만들어져 있다. 산책길에 들어서자 바깥과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하늘을 보니 숲속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리고 주변에는 나무들이 아름답게 자리 잡고 울창한 숲을 만들었다. 오랜 세월 떨어진 낙엽이 쌓여 있어서 바닥은 푹신하고 기온이 2~3도 정도 낮아서 시원하다. 이런 느낌 때문인지 속세와 단절된 느낌이다. 걷다가 가끔 사람을 만나 눈인사를 하면서 서로의 건강을 기원한다. 숲은 잣나무가 많이 있다. 소나무처럼 곧은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고 나무들이 모여서 숲의 향기를 이룬다. 매미, 쓰르라미, 이름을 알 수 없는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음악처럼 들린다.

노을길은 가파르게 시작되었지만 어느 정도 능선을 따라 올라오니 잔잔한 흐름이 이어진다. 해발 400m 정도의 높이라고 한다. 땅바닥에는 도토리, 밤 따위 등이 뾰족한 가시를 드러내 놓고 있는데 이곳의 도토리를 주어다가 자연산 묵을 만든다. 도토리를 물에 담근 후에 빻아서 다시 물에 담그면 전분이 가라앉는데 이것을 말려서 1:6의 비율로 물을 붓고 소금을 친후에 계속 끓여 식히면 묵이 된다.

옛날 조상들이 묵을 만들었던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 이외에 따로 들어갈 것이 없는 묵이 된다. 황토옥구들방에서는 이런 재료와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어서 제공한다. 자연과 건강을 있는 그대로 입에 넣는 것이다. 칡, 잣, 도토리, 둥글레, 도라지, 더덕 등은 산속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며 운이 좋으면 자연산 능이버섯도 채취를 한다. 자연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보물찾기 놀이를 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황토옥구들방의 원장이 알려주는 바른 걷기 요령이 있다. 허리는 곧추 세우고 눈은 정면을 바라보면서 팔은 뒷짐을 진후에 허벅지의 힘으로 오르막을 오른다. 더 건강하고 편안한 산책을 할 수 있다.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어느 날은 산이 움직여서 내 코앞에 있다.
어느 날은 산이 움직여서 멀리 달아나 있다.
산을 바라보는 사람의 상태와 그날의 날씨에 따라서 산은 움직인다.

황토옥구들방 원장 박경자 시인이 느끼는 산의 느낌이다.

노을길은 비교적 힘든 길중에 하나다. 노을길이 지나고 구름길에 들어서니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제법 깊숙한 숲속에 들어왔고 더욱 한적한 느낌이다. 내리막길은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금 긴장되지만 마음은 여유롭다. 오르막과 달리 숨을 쉬는데 편안함이 생긴다. 복식호흡을 하면서 걷기 명상을 한다. 몸은 걷고 있고 숲은 나와 하나 되고 마음은 점점 더 평온해지고 내면에 편안함이 느껴진다. 마음속에 있던 앙금이 떠오르지만 이내 낙엽처럼 떨어지고 몸과 마음은 점점 더 편안해진다. 호흡은 점점 더 부드러워지며 심장은 규칙적으로 박동한다. 숲길의 중반쯤에서부터 시작된 숲길 명상은 자연의 치유에너지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도한다.

구름길과 둘레길을 지나니 삼거리가 나온다. 삼림욕장으로 내려와서 넓은 평상에 앉아서 이어 오던 명상을 계속한다. 때로는 해먹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다. 어느 산이나 가을이 예쁘겠지만 이곳의 숲에 가을이 찾아오면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가을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황토옥구들방의 둘레길이라고 할 수 있는 코스가 끝났다. 산림욕장에서 마무리 운동을 한 후에 조금 휴식을 취했다. 이제 하프코스라고 할 수 있는 장수길을 둘러볼 차례이다. 장수길은 황토옥구들방의 식당 아래쪽에 조그맣게 나있다. 다행히 장수길이라는 표지판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작은 오솔길을 찾을 수 있다.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오솔길이 장수길의 시작이다. 약간 가파르게 시작되면서 노란색 꽃이 길가에 피어 있다. 왼편을 보니 나뭇잎 사이로 황토집으로 지어진 황토옥구들방이 넓게 자리 잡고 있다.


길은 굽이굽이 끝이 보이지 않게 만들어져 있고 작은 풀들과 큰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산에 사는 갖가지 곤충과 새들이 울창한 숲속에서 울어대고 있는데 마치 오케스트라의 협연처럼 주고받는 소리가 즐겁다. 길가에는 알 수 없는 이름의 버섯들이 올망졸망 피어있다. 제각각 모양이 모두 다르다. 예쁜 모양의 버섯은 대부분 독버섯이니 조심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눈으로 감상만 한다.

장수길이 지나고 사랑길로 바뀌었다. 사랑길은 평범한 평지의 내리막길 나무들 사이로 만들어져 있는 오솔길을 따라가면 된다. 편안한 길이어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사랑길이 끝나고 하늘연못길이 시작된다. 이름은 각 구간에 어울리게 지었는데 하늘연못길에는 연못이 진짜로 있나 찾아볼 정도로 아름답다. 시작할 때 약간의 가파른 오르막이 있지만 대부분 편안하게 능선을 따라서 만들어진 길이다. 어느새 아까 지났던 삼거리가 나오고 저 앞에 산림욕장이 보인다. 계단으로 만들어진 잣나무길을 따라 산림욕장으로 내려온다. 하얀색 해먹에 흔들흔들 그네처럼 앉아 있다 보니 때마침 점심시간이 되었다. 이곳의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으러 가자.

이렇게 황토옥구들방의 주변을 따라서 만들어진 산책코스를 모두 돌아보았다. 이제 비단길을 걸어볼 차례이다.

어느 겨울날 암환자가 황토옥구들방을 찾았다.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한겨울을 이곳에서 어떻게 지낼까 고심하던 차에 한겨울이지만 걸을 수 있는 길을 알려 주었다. 그 길은 산을 관통하는 임도(林道)이다. 바닥에는 모래가 깔려 있고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비교적 넓은 길이다. 그는 길을 산책하면서 숨은 아름다움을 보았다. 햇빛에 반짝반짝 빛이 난다고 표현했다. 한겨울에도 그 길에는 바람이 불지 않기 때문에 험하지 않게 산책할 수 있다. 그가 길을 걷고 나서 지은 이름이 비단길이다. 비단길은 겨울에 걸어야 그 참다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비단길은 차가 함부로 다니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놨는데 그 옆으로 조그맣게 사람이 지날 수 있는 문을 만들어 두었다. 바리케이드를 지나면서 넓은 길이 시작된다. 이 길을 모두 완주하려면 대략 4시간 정도를 걸어야 한다. 다 걷지는 못하니 중턱까지만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길은 구불구불하고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이다. 대략 2시간 정도 그 길을 걸었지만 그 시간 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혼자서 걷다보니 고독감으로 생기는 두려움이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고요한 적막에 익숙해져 갔다. 사랑하는 연인이나 부부 혹은 친구와 함께 온다면 더욱 돈독한 마음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길은 끝이 안보여서 마치 하늘과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길 주변으로는 모두 산이다. 산이 나에게 달려들 것처럼 높게 자리하고 있다. 바닥은 산길답지 않게 모래흙이 많아 비나 눈이 와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사방은 산이지만 하늘은 탁 트여 있다. 길이 넓기 때문에 얼굴을 들어서 하늘을 보면 산과 하늘이 어우러져 있다. 비단길의 중턱에 올라와서 뒤를 돌아보니 황토옥구들방이 병풍의 그림처럼 조그맣게 멀리 있다. 이 정도에서 비단길 산책을 마무리하자.

방향을 다시 황토옥구들방이 있는 쪽으로 잡고 서서히 걸어서 내려온다. 풀과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벌레와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 들린다. 산을 혼자 걷는 것처럼 자연에 다가서는 일이 있을까. 누구든지 몸이 허락한다면 이곳의 산을 찾았을 때 산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치유의 에너지를 나누어 준다. 건강은 가만히 누워서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매우 간단한 진실을 말해 주고 있다. 몸과 마음에 활력이 필요할 때 조용히 일어나 이곳의 산을 걸을 수 있다면 건강은 다시 우리의 몸에 찾아와 풍성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뒤로월간암 2015년 10월호
추천 컨텐츠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