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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옥구들방의 캠프파이어
장지혁기자2016년 01월 29일 18:30 분입력   총 1534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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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옥구들방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에 캠프파이어를 한다. 오후 5시 30분에 참나무 장작으로 미리 불을 놓아 활활 타오르게 해서 연기는 다 날려 버리고 이글거리는 숯불만 남았을 때 저녁식사를 마친 환우분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원적외선 숯불 앞에 모인다. 참나무는 모닥불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인 나무이다. 다른 나무에 비해 연기가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유해가스가 적다고 할 수 있으며 남은 숯불로 감자나 고구마를 구우면 은은한 참나무향이 입맛을 돋운다.

앞서 말했듯, 황토옥구들방에서는 작은 연기라도 들이마시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저녁 식사 전에 미리 불을 피워 연기를 모두 날린 후에 환하게 타고 있는 숯불을 이용한다. 연기에 있는 일산화탄소가 암환자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캠프파이어의 가장 큰 목적은 원적외선을 쬐는 것이다. 참나무 숯불에서 나오는 열은 원적외선이기 때문에 우리 몸속 깊은 곳까지 전달된다. 암세포가 열을 싫어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연기는 모두 날려 공기 중에 해로운 물질을 모두 없애고 나서 저녁 식사를 한 후에 참나무숯불 열기만 쬐면서 온열요법을 한다.

참나무 숯불은 이미 알려진 대로 원적외선을 방출을 하여 체내 깊숙이 열을 전달하여 몸을 따뜻하게 해주며 인체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줘 기초대사의 순환을 돕는 유익한 광선이다.

과거 우리의 생활양식이 서구화되기 이전에는 아궁이 생활을 하였다. 아낙네들은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불을 지피는 게 생활의 일부였다. 밥 지을 시간이면 집집마다 아궁이 연기가 피어올라 마을을 뒤덮고는 했는데 아스라한 옛 추억이 되었다. 예전의 아낙들은 아궁이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에 영향을 받아서 부인병 예방은 물론, 하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대신에 폐에는 악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폐질환이 많았다. 연기만 없었다면 우리의 아궁이와 아랫목은 건강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찜질방에서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숯불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건강에 주는 이로운 점은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고 암환자에게 원적외선을 쬐는 일은 도움이 되는 요법이다.

참나무 숯불이 주는 천연 상태의 원적외선을 이곳 황토옥구들방에서는 쬘 수가 있다. 유기농 식단으로 마련된 저녁을 먹고 나니 대략 시간은 6시 40분 경, 본격적으로 불을 쬐기 위해서 모닥불을 피워놓은 곳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퍼런 적외선 광선이 이글거리는 숯불을 쪼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점점 마음까지 따뜻해져 가는 것 같았다. 간단하게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아서 하늘을 보니 달과 별이 뿌연 하늘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어느 정도 정적이 흐른 후에 리더가 오후 명상 시간에 배운 동작과 활동을 제안한다. 손뼉 치기, 주먹 쥐었다 펴기, "좋아! 좋아! 어제보다 좋아!" 구호 외치기 등을 모두 따라하니 분위기는 사뭇 정겨워졌다. 그렇게 웃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황토옥구들방에서 일하시는 분이 고구마를 한 바구니를 가져왔다. 모닥불을 앞에 두고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군고구마. 모닥불 주위로 고구마를 둥그렇게 둘러놓고서는 고구마가 익기를 기다린다. 11월의 어느 날 약간 쌀쌀한 기운이지만 참나무 장작의 숯불에 익어가는 고구마 냄새는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하고 우리의 시간은 추억과 현실 속에서 정감을 주고받는다. 모두들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이글거리는 숯불을 보고 있자니 불이 숨을 쉬는 것처럼 느껴진다. 숯불이 커졌다작아졌다를 반복하면서 불그스름한 빛이 숨을 쉬고 있다. 참나무 장작이 타는 향기와 고구마가 익어가는 향이 어우러져서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 고구마가 익어갈 무렵 황토옥구들방 박경자 원장이 저녁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와서 모닥불에 같이 둘러앉았다. 시인이기도 한 그는 스스럼없이 멋진 시를 낭송한다. 정진규 시인의 「몸시」 중 일부분을 듣고 있노라니 우리의 삶과 건강에 대하여 경건한 깨달음이 다가온다.

우리가 건강을 잃은 이유가 바로 그 시 속에 나와 있다. 나의 몸에 세경 한 푼 주지 않고 밤과 낮으로 일하고 걱정하고 그렇게 세상을 살았으니 건강은 멀리 가고 아픈 병이 내 곁에 있구나하는 시의 표현이 우리의 현실을 말해 주는 듯 했다. 그리고 우리는 병과 멀어지는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다시금 배우고 있다. 머지않아 다시 건강을 회복하고 이날 캠프파이어를 하던 모닥불과 고구마 향기의 추억으로 그리워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둘러앉은 이들 모두 자신만의 아픈 사연을 품고 있으리라. 아픔은 모닥불로 타올라 재가 되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몸과 마음이 자리 잡아 건강과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빛을 발하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어둠은 더욱 짙어지고 달은 환하게 빛난다. 달이 머리 위로 올라섰을 때쯤 황토옥구들방의 캠프파이어는 끝이 났다. 한 시간 남짓이지만 얻은 것은 모닥불의 원적외선 효과만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알아가는 동병상련의 동지애와 혼자만이 아니라는 든든함이었다. 나만 암과 투병하지 않으며 나만큼 아픈 사람들이 이곳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같이 지낸다고 생각하니 마음속에는 더 큰 용기가 생겼으리라. 모닥불은 열을 쬐어 암세포를 없애는 역할 뿐만 아니라 마음 안쪽까지 따뜻하게 만들어 깊은 곳에서부터 치유의 샘이 솟아오르게 만들어 준다.

뒤로월간암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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