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에세이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임정예(krish@naver.com)기자2016년 04월 15일 18:07 분입력 총 11185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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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에 가장 젊은 날입니다.
어떤 배우가 한 말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입니다. 가장 젊은 날은 내가 태어난 날이고, 남아 있는 날 중에서는 오늘, 지금 이순간이 가장 젊은 날입니다. 그러나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참으로 서글퍼집니다. 시간을 내 마음대로 자동차타고 여행 하듯이 다닐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 기술은 없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시간도 왜곡 된다는 희망적인 뉴스를 보았습니다. 바로 중력파입니다.
과학자들은 인류에게 커다란 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중력파”라는 것을 감지했다고 합니다. 과학적 이론이나 원리를 보니 중력파라는 것이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우주에 있던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가 인류가 감지할 수 있는 과학적인 범주 내의 존재가 되었다는 뉴스인 듯합니다.
저도 우주나 별에 대해서 관심이 있던 터라 중력파와 관련된 뉴스를 자세히 읽어보았지만 이제 이해력이 많이 부족해진 머리로 우주의 법칙을 이해하려니 갑자기 두통이 생겨서 뉴스 보기를 접었습니다. 그렇지만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주 미세하고 작은 존재를 어떤 측정기를 통해서 느끼게 되었고 그 수치를 적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파동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번 측정을 통해서 확실한 존재를 입증했다. 이게 중력파 뉴스의 요점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별에서 태어나서 진화했기 때문에 지구에서 살 때 필요한 것들만 갖고 있습니다. 눈, 코, 입, 귀 등 이런 것들로 무언가를 느끼고 대상의 존재를 파악하고 서로 교감합니다. 우리는 다섯 개의 감각기관에 의지해서 지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다섯 가지의 감각 말고도 더 많은 감각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예를 들어 석양이 비치고 있는 마당을 보면서 툇마루에 앉아 있습니다. 하늘에 햇빛은 예쁘고 공중에는 날벌레들이 날아다니고 있는데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 것들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섬뜩한 기분이 들어서 뒤를 돌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가사의한 기운에 휩싸여서 자꾸 뒤를 돌아본다거나 아니면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오감으로 느끼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상상만으로 두려움에 휩싸이곤 합니다.
아이들이 다섯 살이 넘으니 잘 때마다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합니다. 저도 어릴 적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이 들곤 했는데, 몇 십 년의 시간이 흘러도 아이들은 똑같은 방법으로 자라는 것 같습니다. 무서운 이야기의 주된 소재는 귀신이나 도깨비, 유령과 같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상상의 존재들입니다. 아이들은 알려 주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아주 미세했던 두려움이 점점 커져서 귀신이야기가 되어 두려움을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발견한 중력파도 그러한 범주에 속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주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의 이름이 암흑물질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느낄 수 없는 상태로 존재하고, 또 보거나 만질 수도 없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발견한 중력파는 약 13억 년 전에 충돌한 블랙홀의 잔상이라고 합니다. 상상도 어려운 일입니다. 13억 년 전에 일어난 일을 지금 측정했다는 것도 그렇고 13억 년 전이라는 숫자가 그냥 말이 그렇지 상상의 영역에만 있을 수 있는 그런 숫자입니다. 더구나 시간의 왜곡을 측정했다는데 그 수치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입니다. 양성자의 만분의 1이라는데 도무지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이러한 과학적인 증명이 사실이라면 결국 시간은 변할 수도 있으며,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 아닐 수도 있으며 나의 시간을 늘리거나 빠르게 할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과학적인 기반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가 과학의 범주에 들어온 것이 기껏해야 200여 년 전입니다. 볼타라는 과학자가 1769년에 발표한 논문에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20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전기 없이는 생활이 매우 불편해질뿐더러 인류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중 많은 부분이 사라질 것입니다. 앞으로 200여년이 흐른 뒤에 우리는 중력파를 이용해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아마도 지금 이순간이 가장 젊고 아름다운 때로 간직할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되지는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은 흐르기 때문에 오늘이 내 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젊은 날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듯합니다. 밖에 나가 숨을 쉴 때마다 봄내음이 물씬 풍깁니다. 다시 찾아온 봄처럼 우리의 젊은 날,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뒤로월간암 201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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