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에세이이별의 순간이 찾아 올 때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16년 06월 08일 17:41 분입력 총 1135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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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반드시 헤어집니다. 참으로 간단한 진리입니다. 사자성어로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만남은 헤어짐으로 가는 단계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고, 싫어하는 사람과는 빨리 헤어지고 싶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또 누군가와 헤어지면서 인생이 흘러갑니다. 각각의 만남에 대하여 내가 어떤 느낌과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서 삶의 방향은 많은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매우 조심해야 되는 일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사람은 부모님입니다. 아이는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고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지만 마음 속 한편으로 걱정이 생겨납니다. ‘엄마, 아빠가 나를 버리면 어떡하지?’아이는 벌써부터 이별이 두려워서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래서 밤마다 엄마, 아빠를 찾으며 자신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두려운 마음이 사라집니다. 이별이 두려운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들을 정성껏 보살피면서 애정을 키워갑니다. 강도를 만난 엄마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소머즈처럼 괴력을 발휘하거나 교통사고에서 무거운 차를 들어 올리거나 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어찌 보면 사랑의 능력입니다. 사랑하는 아이와 절대로 헤어질 수 없는 부모님의 염원이 괴력을 발휘하게 만듭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친구나 연인을 만나게 됩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고통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기까지 합니다. 이별의 아픔이 죽음의 고통보다 더욱 크게 느껴져서 세상과 자신을 분리시킴으로써 이별의 아픔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지만 주변에서 그런 모습을 목격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생깁니다.
이별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줍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너무도 아픕니다. 또 최근에는 사랑 받으면서 자라야 할 어린 아이들이 학대를 받으면서 생활하다가 결국에는 죽음에까지 이르는 끔찍한 사건이 자주 생깁니다. 아이들이 아무런 죄도 없이 고통 속에 신음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럽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급작스럽게 이별이라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더욱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하늘이 꺼지고 세상이 모두 없어진 기분이 들 수도 있습니다. 울고 또 울어도 아픔은 쉽게 가시지 않고 안타까움과 비통함이 가득합니다. 저희 이웃에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는 집이 있습니다. 큰 아이가 7살일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아직도 아빠가 중동에 나가서 일하는 줄 알고 있습니다. 준비되지 못한 이별이 아직 진행 중입니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별 후에 아프지 않을 것입니다. 미운 사람과 헤어졌다면 오히려 시원할 수도 있겠지요. 결국 이별 후에 슬픔이라는 것은 이별하기 전에 즐겁고 행복한 것에 비례합니다. 누군가와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지내면 그 사람과 이별 후에는 슬픔이 행복했던 것과 똑같은 양만큼 찾아옵니다. 기쁨과 슬픔은 똑같은 양으로 이별을 사이에 두고 시간에 따라 흐릅니다.
잘 산다는 것은 사랑과 이별을 잘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회자정리를 잘할 수 있다면 스스로를 지키면서 행복하고 당당한 삶을 지낼 수 있을 듯합니다. 암을 진단받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이별의 순간을 준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나 그 길로 가는 것이고 예고를 받은 것입니다. 설사 암이 나아서 다시 건강이 찾아와도 언젠가 가는 길은 바로 그 길입니다. 무엇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나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고통 없이 이별의 순간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을 부여잡으려고 애쓴다고 해서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희망에 큰돈을 쏟아 부어 남아 있는 가족들이 큰 짐을 진 채로 살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회자정리”라는 사자성어는 삶 속에서 사랑과 기쁨을 누렸으니 이별을 잘 준비하여 그 순간이 왔을 때 담담히 받아들이라는 뜻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뒤로월간암 201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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