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 전문가칼럼
[전문가칼럼] 암, 현대의학 3대 치료의 현주소와 과제
고정혁기자2008년 01월 04일 16:45 분입력   총 879138명 방문
AD


문도호|샘안양병원 과장, 한국 호스피스 협회 이사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매년 약 1,000만 명의 새로운 암환자가 발생하고 약 650만 명이 암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암환자 발생수가 증가하여 매년 약 85,000명이 발생하고 약 60,000명이 암으로 사망하는데 이는 전체 사망자의 약 20%로 사망원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새로운 치료 방법, 새로운 약물, 새로운 의료기술 등이 발전하고 있으나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여전히 줄지 않는 상태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암을 불치병이나 난치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정말로 암은 불치병인가?
정말로 인간은 암이란 질병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에 명쾌한 해답을 줄 사람은 불행히도 아직 없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암 정복은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일까?

본격적으로 암의 치료를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는 암 부위를 직접 제거하는 수술이라는 1세대 치료법의 기본 틀을 마련하였으며 현재 개복하지 않고 수술하는 기술까지 발전하였다.
수술은 아직도 암을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약 40%의 환자가 수술로 치료한다. 불행히도 고형암의 나머지 60%는 절제할 수 없는 전이암이다. 그러나 수술 단독으로 완치할 수 없더라도 절제가 종양의 통제나 기능의 보존을 위해 이득이 있다면 시행될 수 있다. 현재는 수술기법이 많이 발달하여 복부와 골반 종양은 복강경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또한 수술 후에 보조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같이 할 경우 더 좋은 결과를 보일 수 있다. 유방암의 경우 과거처럼 유방 전 절제술보다는 비교적 초기라면 유방보존수술과 방사선치료를 같이하여도 전절제술만큼 효과를 보여 유방보존수술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항암화학요법의 발달로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여 종양의 크기를 줄여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기능성이 중요한 후두암이나 방광암, 유방암, 직장암 등에서 시행되는데 과거에는 그 장기의 기능을 살리지 못하였으나 수술기술과 항암제의 발달로 장기의 기능을 살려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치료는 수술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다학제간 협력이 필수적이여서 수술팀, 항암요법팀, 방사선종양학팀 등의 유기적인 협력이 아주 중요해지고 있다.
전이성 암이라고 하여 완전히 수술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골육종이나 대장암과 같은 일부 암은 전이된 부위를 같이 수술을 해주면 생존율이 더 증가한다. 암 완치수술이 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암으로 인한 폐쇄가 있다면 삶의 질을 위하여 완화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2세대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방사선 치료가 정립된 것은 1960년대부터이다.
이후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감마나이프, 사이버나이프, 변형 분할조사 치료법, 입체조형 치료법 등의 다양한 방사선 치료법이 개발되었다. 미국의 경우 전체 암 환자의 약 50%에서, 한국은 약 25%에서 치료과정 중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이중 반은 완치가 아닌 증상조절을 위한 목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방사선 치료는 방사선이 세포내 DNA의 이중나선구조에 손상을 주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 정상세포는 빠른 시간 내에 회복이 가능하다. 완치목적의 방사선 치료는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에 최대한의 방사선량을 조사해 암을 제거한다.
그러나 완화적 방사선 치료는 환자의 전신 상태와 여명을 고려하여 짧은 기간에 방사선을 조사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국소적 증상을 조절하는데 목적이 있다. 보통 완치목적의 방사선 치료는 5~7주간 50~70Gy(그레이)의 방사선을 조사하며 증상 완화를 위한 완화적 방사선 치료는 1~3주간 20~30Gy(그레이)의 방사선량이 조사된다. 방사선에 대한 민감도는 암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다.
백혈병, 림프종, 소세포폐암, 고환종, 골수종 등은 치료에 빨리 반응하여 완치를 이룰 수 있다. 생식세포암, 편평상피세포암, 유방의 선암은 중등도의 반응을 보이며 악성흑색종, 신세포암, 뼈와 연부조직의 육종은 방사선에 거의 반응하지 않거나 나중에 나타난다. 방사선 치료법 중에 ‘변형 분할조사 치료법’은 하루에 2~3회 방사선 조사를 여러 번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치료법으로 병소 부위에만 방사선이 많이 투여되도록 하며 정상조직은 최대한 보호하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많이 시행하고 있다.

3세대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는 항암화학요법은 1960년대부터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개발되어 효과를 보인 것은 1970년대이다.
1960년대 개발된 약은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이었으나 1970년대에는 다수의 효과적인 항암제가 개발되고 사용되었으며 현재도 계속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기존의 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적인 세포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환자들이 암의 고통 외에 항암제의 부작용이라는 고통도 감수를 해야 했다.
그러나 기적의 신약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정상세포를 제외한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치료법’이 각광받고 있다. 이것은 특이적으로 정상세포를 제외한 암세포만 공격하여 효과를 최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글리벡, 이레사 등이다. 글리벡은 1999년에 개발되어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뛰어난 효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위장기저종양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현재는 글리벡이 내성이 생긴 경우, 새로운 신약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레사도 폐암 치료 목적으로 개발되었는데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수용체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표적치료약물이 개발되고 있고 다양한 암종에서 임상시험 및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항암화학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과거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항암제로 인하여 발생하는 부작용을 두려워하여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담당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하며 가장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유전자 치료, 면역항암 치료, 생물학적 치료 등이 있다.

유전자 치료는 1990년대부터 많이 발전하기 시작하였는데 기본개념은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억제하고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활성화하여 암을 치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임상시험을 하여 효과를 입증하였으나 표준 치료에 이르기에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면역항암 치료법은 암에 대한 면역세포의 면역력을 높여 암세포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주요한 면역세포로 자연살해세포, 수지상세포, B세포, T세포 등이 있다.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추출하고 증식시켜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이상적인 치료법이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암에 대하여 임상 시험 중에 있다.

암의 원인은 아직도 잘 모르며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되며 근원적인 치료법은 없다. 따라서 어떤 하나의 치료로 암을 완치하기는 어렵다.
물론 현대의학이나 과학도 발전하면 정복의 그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수술이나 항암요법, 방사선 치료, 기타 다양한 치료를 복합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 다학제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환자와 가족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암환자의 발생률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암환자의 생존기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암은 불치병 혹은 난치병이라는 인식보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만성병으로 인식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암이라는 질환을 갖고 사는 것이다. 암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암은 걸리지 않는 것이다. 걸리면 치료하기가 어렵다. 암에 걸려 병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본인의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암의 초기와 진행기, 말기의 생존기간은 암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초기 환자가 생존율이 훨씬 높다. 조기진단만 받으면 완치율이 80~90%가 된다. 암환자들이 검진만 잘 받았더라도 30%를 살릴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5대 암인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은 조기진단이 아주 중요하다. 암은 또한 식생활 습관의 개선, 금연 등이 중요한 생활 습관병이기도 하다. 식생활은 암의 원인에 35%를 차지하고 담배는 30%를 차지한다. 예방적인 차원에서 이 두 가지만 개선하더라도 65%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현대의학 또는 다른 치료를 받더라도 생활습관 바꾸는 것을 병행해야 한다. 이것은 질병의 재발을 막는 동시에 예방과 치료도 될 수 있다.
암은 재수가 나빠서 걸린 것이 아니라 나의 무절제한 식생활 습관과 스트레스, 비만, 운동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걸린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생활에서 실천하면서 현대의학 치료의 도움을 받고 투병생활을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내가 바꾸어야 할 생활습관이 있는지 알려면 암에 대한 지식도 가져야 할 것이다. 당뇨병 환자가 당뇨가 어떤 병인지도 모른 채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을 잘할 수 있겠는가! 실망하거나 낙망하지 말고 나날이 발전하는 현대의학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뒤로월간암 2006년 12월호
추천 컨텐츠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