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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암환자와 건강보조식품
고정혁기자2008년 01월 26일 20:14 분입력   총 880165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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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식 | 샘안양병원 보완의학 암연구소장. 시민단체와 호스피스단체의 자문.


우리에게 많이 광고되기도 하고 알려져 있는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특히 현대에 들어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몸에 좋다는 보신열풍은 대단합니다. 몸에 좋다면 개구리든 야생동물이든 지렁이든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하룻밤을 지나면 또 새로운 건강식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3년 이상 가는 제품이 드믈 정도로 ‘조령모개’(朝令暮改;아침에 법령을 내렸는데 저녁에 고친다) 식의 식품이 많습니다.
공중파 TV도 여기에 한 몫을 합니다. 단답식으로 알려주는 항암, 발암 식품의 효능으로 다음날이면 특정식품이 동이 날 정도지만 수시로 바꾸는 통에 덩달아 국민들 식탁도 널을 뛰는 형편입니다.

음식이 흡연과 더불어 발암에 주요 요인이라는 것은 맞습니다만 발암 과정도 수십 가지의 요인이 있습니다.
암환자는 발암식품만 먹은 것이고, 건강인은 항암식품만 먹은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항암 운운하는 식품이 나오면 귀가 엷은 암환자와 가족은 난리가 납니다. 이것 먹고 암에서 나았다는 여러 간증자를 세미나, 책 속에 내세우니 환자들은 눈이 가고 귀가 솔깃해 집니다.
나중에 거품 섞인 과대선전이라니, 사실무근이라느니 같은 소리가 들리면 엷은 귀를 또 다른 곳으로 돌립니다. 물론 별 볼 일없이 돈만 낭비했다는 푸념과 함께 말입니다. 당연히 비싼 것을 먹을수록 그만큼 욕을 더 해가며 돌아섭니다.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하듯이 우왕좌왕하면서 또 다른 기적의 식품을 찾아 헤매는 것입니다.

사실 자료나 통계를 보면 식품은 의약품에 비하여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뭐 먹고 나았다, 뭐 먹으니깐 괜찮더라, 뭐 먹었더니 좋았다, 라는 이야기를 가까운 지인들을 통해 들으니 더 마음이 끌릴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별 볼일 없더라, 괜히 먹었다, 차라리 이것 말고 저것을 먹을 걸, 이것 안 물러주나, 생각합니다. 물품회사에 욕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암이란 병은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참으로 어려운 병입니다. 생긴 과정만 보더라도 수많은 세월을 거쳐 암덩어리가 됩니다.
게다가 현재로서는 미세한 전이는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가장 경험적,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바탕을 둔 현대의학의 수술, 항암제, 방사선만큼 효과적인 요법은 사실 없습니다.
산에 오르기에 가장 쉽고 알려진 길이 있다면 당연히 그 길을 우선 선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부산 가는데 걸어서 갈 수 있으나 힘든 여정이 분명하고, 반대로 비행기나 열차를 이용하면 매우 쉽습니다.
다만 아직 현대의학의 암 치료 결과가 한계를 보이고 있기에 이를 조금이라도 보완할 요법이나 제품 중 근거가 어느 정도 있다면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절대 오해하지 말 것은 여러 가지 면으로 자료가 빈약할 수 밖에 없는 식품으로 현대의학을 대체할 것이라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이 말은 건강보조식품이나 기능성식품을 무시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치료라는 말을 쓰는 데는 아직 문제가 많다는 뜻입니다.

저는 보완의학으로 암을 지금껏 다루다보니 초창기부터 많은 식품을 접해왔고 또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식품에 대한 연구를 일단은 보류하고 주로 전통적인 요법과 면역에 관련된 의약품을 다루고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실 식품과 약품은 객관화와 과학화란 측면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 공기, 산소, 햇빛, 해독, 영양, 운동, 관장이나 찜질을 비롯해 정신적인 요법, 영적인 요법, 예술치료, 웃음치료, 그 밖의 여러 면역보조식품 등 얼마든지 현대의학 암 치료에 보조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즉, 보조는 보조로만 보시라는 뜻입니다.

1,000명이 먹었더니 1명이 나았다면 그 1명은 기적을 창조한 환자이므로 그 제품의 홍보대사가 될 것입니다만 이미 가신 999명은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식품류는 재현성, 통계성, 과학성, 합리성 면에서 많은 위험이 내포되어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건강식품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을 올바르게, 정확하게 파악하고 쓰라는 것입니다.
암을 낫겠다는 식으로 사용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몸의 회복을 돕고 영양을 공급하며 면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조 개념으로 드시라는 것입니다. 물론 간이나 신장의 기능을 고려하면서 드셔야 하겠습니다.

다시 부언하지만 암은 절대로 만만하고 간단한 상대가 아닙니다.

뒤로월간암 200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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