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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편지] 조금만 더 웃고 노력해요
고정혁기자2008년 02월 23일 18:38 분입력   총 878373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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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희 | 남편(이정준 45세) 타액선암(침샘암) 투병중


오늘도 우리 남편은 씩씩하게 출근했네요.
도시락 한 가방 가득 싸서 출근하는 당신 뒷모습이 든든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에 가슴 한구석이 아립니다.

처음 아프기 시작할 때 이렇게 중병일 줄은 몰랐었는데 수술, 방사선치료, 그리고 재발… 벌써 일 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수술 중 떼어낸 종양이 악성이란 소리에 당황해서 병원을 이리저리 정신없이 헤매다 병원 구석에 앉아 다른 사람은 아랑곳없이 얼마나 울었는지요.
한참을 울다보니 당신이 아직도 수술실에서 안 나왔다는 생각과 내가 약해져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눈물 훔치고 수술실로 갔더니 당신은 그때서야 수술실에서 나오고 있었어요.
마취도 깨지 않은 상태에서 누구에겐가 모르지만 “고맙다.” 란 한마디에 또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당신을 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어요.

당신이 암이라고 말해줘야 하는데 격한 성격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몰라 한참을 망설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인 양 “떼어낸 혹 덩어리가 악성일 가능성이 있다네. 지금은 악성이라도 완치율이 높대요.” 조용히 말했어요.
듣고도 별다른 말도 없이 병원복도만 빙빙 돌고 있는 당신 뒤를 눈치 보며 졸졸 따라다녔었죠.

당신은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었어요.
병원에서 열심히 운동도 하고 병문안 온 사람들에게 암은 나을 수 있는 거라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당신이 자랑스러웠어요.
그렇게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수술 후 방사선 치료받고 힘들게 변해가는 모습에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답니다.

치료 후 2차 CT촬영에서 재발이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당신은 또 한 번 내게 감동을 줬어요.
저렇게만 하면 병이 낫겠다고 생각했었는데, 2%가 부족하더군요.
너무 속상해서 속으로 ‘그 놈의 성질머리, 그 놈의 성질머리만 조금 죽이면 암이란 놈이 도망갈 텐데.’ 하는데 당신이 보낸 문자 메시지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깜짝 놀랐어요.
문자에 담긴 당신의 마음을 읽고는 마음이 너무 아파 지하철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죠?

우리 지금보다 조금만 더 웃고 노력해요.
당신 마음이 항상 행복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어요. 그럼 암세포가 모두 당신에게서 도망가지 않을까요?

왜 지금처럼 당신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당신을 이해했다면 싸울 일도 없었을 텐데 하구요.
우리 정말 무척 많이 싸웠죠?
지금도 싸우긴 하지만 금방 돌아서서 사과하며 서로를 배려해 주곤 하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살아요. 조금만 더 양보하고 배려하면서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애들.
우리 애들, 마음 아플 일 없도록 열심히 노력해서 병 툭툭 털고 이렇게 오래 오래 애들이랑 웃으면서 살아요.
내가 바라는 단 하나의 소망이랍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 명희가

뒤로월간암 200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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